슈퍼 루키→슈퍼 히어로…류현진 진화론

입력 2013-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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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 스포츠동아DB

■ 5승 류현진 진화의 증거

밀워키 강타선 다양한 구종으로 요리
최장 7.1이닝 투구…‘이닝이터’ 면모
투구수 108개 거뜬 체력문제도 불식
깔끔한 5승, 가라앉은 팀 분위기 UP
경질 위기 매팅리감독에게 최고 선물


‘슈퍼 루키’라는 단어는 이제 부족하다. ‘슈퍼 히어로’로 성장하고 있다. 팀 상황이 좋지 않아도, 주변에서 이런저런 우려를 내놓아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팀을 수렁에서 건져낸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은 23일(한국시간)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1이닝 6안타 1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또 다시 잘 던졌다. 시즌 10번째 등판 만에 5승째(2패)를 따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이닝을 소화했고, 방어율은 3.30으로 낮췄다. 그리고 이날의 호투는 다저스에 1승 이상의 의미도 안겨줬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최근 끊임없는 경질설에 시달렸다. 메이저리그 팀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밀워키와의 3연전을 앞두고는 “선발투수 3총사에게 감독의 미래가 달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이 기대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다저스 홈페이지조차 “류현진의 강한 투구가 매팅리 감독에게 빛을 선물했다”고 알렸다. 류현진은 이에 대해 “(감독 경질설을) 주변에서 들어 알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것뿐”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최선을 다해 던졌고, 팀도 이겼다. 다저스 라커룸은 하루 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LA타임스는 “매팅리 감독이 다음 경기(25일 세인트루이스전)에도 덕아웃에 앉게 됐다”고 표현했다.


물론 스스로에 대한 걱정의 시선도 날려 버렸다. 류현진은 18일 애틀랜타전에서 5이닝만 던지고 물러났다. 자주 보기 힘든 장면이다. 당시 매팅리 감독도 경기 후 “류현진이 조금 지친 것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류현진은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 투구수 100개가 넘어도 충분히 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보란 듯 23일 올 시즌 최장이닝을 소화했다. 4회까지 다소 많은 공(79구)을 던졌지만, 5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5회 4개∼6회 12개∼7회 6개. 8회 1사 1루서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투구수 108개로 깔끔하게 끝냈다.

이게 바로 류현진의 진가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7년을 뛰면서 환희와 좌절을 모두 경험했다. 한화 입단 첫 해의 영광부터 마지막 해의 아쉬움까지, 롤러코스터 같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깨우쳤다.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게,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곤 했다. 그가 서 있는 무대는 더 거대해졌지만, 힘든 상황을 견뎌내는 방법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변함없이 10경기에서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분위기가 어두워진 팀에 희망을 안겼다. 류현진은 “5승을 따내 만족한다. 그러나 선발 로테이션을 빠짐없이 잘 지키고 있다는 게 더 만족스럽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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