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 “왕년엔 나도 아역스타! 연기세포 다시 살아나”

입력 2013-06-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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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FT아일랜드의 이홍기’는 현란한 조명 아래 선다. 하지만 ‘연기자 이홍기’는 “화려한 모습과 거리가 먼 역할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연 영화 ‘뜨거운 안녕’으로 연기세포가 살아나 다행이라며 연기 활동에 대한 기대를 품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영화 ‘뜨거운 안녕’서 연기자로 변신, FT아일랜드 보컬 이홍기

왜 연기 못하게 하느냐고 떼도 써 봤죠
할 말 다하는 성격이라 소속사도 쩔쩔

영화 찍는 동안 팬들 선물에 어깨 으쓱
마동석 형이 옆 세트서 자랑하고 다녀

대중에게 이홍기(23)란 이름은 한동안 밴드의 보컬로, 인기 한류스타로 익숙했다.

영화 ‘뜨거운 안녕’(감독 남택수)을 보는 관객이 새삼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 중 하나. 이홍기가 과거 꽤 잘 나가던 아역 연기자였다는 사실이다.

초등학생 때 연기를 시작한 그는 2007년 밴드 FT아일랜드를 결성한 뒤로는 연기와 거리를 뒀다. 자의 반, 타의 반의 결정. 처음엔 “왜 연기를 못하게 하느냐”고 소속사를 향해 떼도 써 봤다. 그럴 땐 “천천히 하자”는 답이 돌아왔다.

아역 연기자라는 사실이 대중의 기억에서 지워졌을 무렵, 이홍기가 주연 영화를 들고 스크린에 나섰다. 결과적으론 영리한 선택이다. 이홍기는 “촬영을 시작한 초반엔 죽어 있던 연기세포가 중간부터 살아났다”며 현장이 남긴 감흥을 여전히 간직한 듯 보였다.

이홍기는 영화에서 번번이 사고를 일으키는 아이돌 스타를 연기했다. 폭력 사건을 무마하려고 시작한 호스피스 병원 봉사활동에서 삶의 희망을 지닌 이들과 만나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인물이다. 훈훈하고 따뜻한 영화를 찍으며 이홍기도 마음의 변화를 맞았다.

“후회하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좋은 것만 하지 말아야지, 뭐든 열심히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투정은 부리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한다.”

아이돌 스타를 연기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현실과 극중 상황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영화에서 그는 기획사가 억지로 마련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는 폭탄 선언을 한다. 실제 상황이라면 어떨까.

이홍기는 “원래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며 “숨기지 않고 말하는 편이라 실제로 기자회견 같은 자리가 있으면 소속사에서 최대한 말을 적게 하라고 부탁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할 말을 한다는 건,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나는 당연히 사생활이 공개되는 게 싫고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안 된다. 그럴 바에야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공개하자는 생각이다.”

실제로도 아이돌 스타인 이홍기는 ‘뜨거운 안녕’에서 아이돌 스타를 맡아 실감나게 표현했다. 영화 속 한 장면. 사진제공|홍필름


이홍기는 영화를 찍으며 ‘팬덤’도 제대로 체감했다. 영화 촬영장으로 쏟아진 팬들의 관심과 각종 선물에 힘도 얻었다. 함께 출연한 배우 마동석, 백진희 등은 덩달아 아이돌 스타 팬들의 에너지를 체감했다.

“어느 날, 세트 촬영을 하는데 옆 세트에서 설경구 선배님이 영화 ‘감시자들’을 찍고 있었다. (마)동석 형이 옆 세트에 가서 ‘우린 홍기 덕분에 맛있는 선물 많이 받는다’고 자랑하고 오더라. 으쓱했다. 하하!”

주연 영화가 개봉하고나니 연기 욕심이 샘솟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이홍기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때도, 그리고 이번에도 아이돌 스타 역할을 했지만 이젠 바꿔보고 싶다”며 “화려한 모습과 거리가 먼, 전혀 다른 인물을 원한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의욕은 연기를 넘어 공연으로도 이어진다. “콘서트가 하고 싶어 가수가 됐다”고 말할 만큼 이홍기는 ‘무대 체질’이다. 당장 15일부터 밴드 FT아일랜드로 일본 7개 도시 아레나투어에 나선다. 매회 1만 석 규모로 치러지는 총 11회의 대형 공연이다. 9월부터는 일본 소도시까지 찾아가는 라이브 투어를 벌인다. 연말까지는 강행군이다.

“밴드의 멤버로서 나의 목표는 확실하다. 밴드의 진짜 시작은 서른 살부터가 아닐까. 지금은 열심히 투어하면서 우리만의 색깔과 개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우선 지치지 않고 가는 게 중요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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