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엘 “무대만 서면 폭발…도발? 멋있잖아요”

입력 2013-06-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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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내성적이며 요리연구가에게 요리를 배울 정도로 여성적인 투애니원의 씨엘은 무대만 올라가면 180도 변신한다. 첫 솔로앨범 ‘나쁜 기집애’는 씨엘의 숨겨진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첫 솔로음반 ‘나쁜 기집애’ 낸 투애니원 씨엘

힙합 마니아 위한 ‘랩송’으로 첫 솔로
뮤비에선 황금 치아 드러낸 미래 여군
센 콘셉트 스타일? 멋있어서 했을 뿐
이상형? 사실…나쁜 남자에게 끌려요

“나도 잘 모르겠다. 무대 올라가면 왜 내가 달라지는지. 주위 사람들도 그런다. ‘쟤는 무대에만 올라가면 미친 사람 같다’고.”

3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걸그룹 투애니원 씨엘(이채린·22)의 푸념 섞인 고백이다. 함부로 따라하기 힘든 하이엔드 패션, 넘치는 끼와 도발적인 눈빛,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대중의 눈에는 씨엘이 ‘센 여자’ ‘잘 노는 아이’로 비친다.

5월28일 나온 씨엘 첫번째 솔로음반 ‘나쁜 기집애’는 이런 이미지를 더욱 강화한다. 제목부터 ‘위험해 보이는’ 이 노래는 BPM(분당 비트수) 70의 느린 랩송이다. 멜로디가 없고 대중성보다 힙합 마니아들을 열광케 하는 최신 사운드의 음악이다. 뮤직비디오에서는 황금 치아를 드러내고, 그리스 여전사와 미래의 여군으로 변신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이런 탓에 씨엘을 ‘센 여자’로 여기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씨엘은 “치마를 즐겨 입고, 내성적인 성격에 요리를 좋아하는” 순정적인 여자다. 요리연구가를 통해 다양한 요리를 배울 정도다. 아끼는 요리 기구를 애지중지 다루는 모습도 천상 여자다.

아티스트로서 삶과 ‘이채린’이란 자연인의 삶, 매우 상반된 두 가지의 삶으로 철저한 ‘이중생활’을 하는 셈이다. 그 스스로도 “어찌 보면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내게서 센 콘셉트를 떠올리지만, 난 센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한다. 나는 항상 나였기 때문에, 투애니원의 씨엘이든 솔로 가수 씨엘이든, 내가 좋아하는 걸 항상 해왔을 뿐이다.”

씨엘이 이런 가치관을 갖기까지는 아버지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프로듀서의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씨엘은 “어떤 걸 강요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걸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믿어주신 분들”이라며 두 사람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쁜 기집애’는 작년 프로듀서 테디와 음악 이야기를 하던 중 튀어나온 것이라고 한다. 테디가 장난삼아 “나중에 솔로 음반은 ‘나쁜 기집애’를 콘셉트로 하면 어떨까” 하고 던지듯 말했지만, 씨엘은 강하게 이끌렸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씨엘은 데뷔 때부터 자신의 사인에 ‘세상에서 제일 나쁜 여성’이란 뜻의 ‘The Baddest Female’이란 문구를 써왔다. ‘나쁜 기집애’는 이 문구의 진정한 의미가 담긴 노래인 셈이다.

2007년 ‘The Baddest Female’이란 문구를 씨엘에게 처음 안긴 작곡가 페리는 “가장 멋있는 여자가 되라”는 의미였다. 씨엘은 그로부터 6년 후 ‘나쁜 기집애’로 그 이름값을 하게 됐다. 여기에서 ‘나쁜’의 의미는 ‘멋있다’는 의미다.

래퍼로 첫번째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씨엘은 앞으로 보컬리스트로서 “장르 구별 없이 마음을 담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작품이 좋고 캐릭터가 마음에 들면” 연기도 해보고 싶다는 씨엘은 팀 버튼 스타일의 영화나 ‘펄프 픽션’ ‘장고-분노의 추격자’ 같은 영화면 좋겠다고도 했다.

“난 ‘여성 래퍼’로만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 계속 내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 패션이나 여러 방면에서 계속 나를 보여주고, 대중은 그런 나를 보면서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유유상종이라고, 그도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고 했다. 현재 ‘배드 걸스’로 활동 중인 이효리와 ‘누가 더 나쁠까’라고 묻자 “같이 나빴으면 좋겠다”고 했고, 최근 일본 보그 편집장이자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인 안나 델로 루소로부터 찬사를 받은 것을 두고는 “나쁜 기집애들끼리 통한 것 같다”며 웃었다.

비주류 랩송으로 가요계 파란을 일으키는 씨엘. ‘첫 작품이 만족스럽냐’는 질문을 던지자, 씨엘은 말했다.

“만족이란 없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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