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타자 이택근. 스포츠동아DB
이택근은 7일 목동 KIA전에 앞서 “일부러 맞힌 게 아니라는 건 잘 안다”며 “다만 우리 팀 이성열이 4일 경기에서 심창민의 공에 맞아 빠져 있었고, 그날 역시 앞에서 선수들이 많이 맞다 보니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 이택근의 도발, 넥센에 기를 불어 넣다
이택근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넥센의 주장을 맡았다. 경기 외적으로도 신경 쓸 일이 많은 자리다. 스스로도 “확실히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 팀에 대한 애착도 더 커졌다”고 했다. 팀 내에서 이택근의 도발(?)을 ‘주장의 책무’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택근이 그때 화를 내지 않았다면 내가 나중에 우리 선수들에게 화를 냈을 것”이라며 “사실 3연전 내내 몸에 맞는 볼이 하나 나올까 말까인데, 우리는 여섯 개를 맞았고 대부분 다 위험한 상체 쪽으로 날아왔다”고 설명했다. 고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상대의 주의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던질 필요는 있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넥센은 벤치클리어링 이후 거침없이 8점을 쓸어 담아 15-7로 이겼다. 이택근은 “의도적으로 화를 낸 건 아니다. 맞으니까 나도 ‘욱’ 했다”고 손을 내저었다.
● 주장의 미팅 소집 “1위라고 건방져지지 말자”
넥센은 4일 목동 삼성전 승리와 함께 시즌 30승에 선착했다. 이택근은 이날 경기가 끝나자마자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코칭스태프의 지시 없이, 주장이 따로 미팅을 소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야구는 잘 할 때도 있고 못 할 때도 있다. 아직 우리는 잘 하는 선수들이 아니다. 1위를 한다고 건방져지지 말고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자.”
이택근은 무서운 선배가 아니지만 후배들이 해이해질 때 손을 놓고 지켜만 보는 리더도 아니다. 그는 “경기에서 이기고 지고를 떠나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자기 위치에 맞는 역할을 잊지 않고 잘 해내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다행히 후배들이 워낙 착하고 모나지 않아서 잘 모르는 부분만 가르쳐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넥센은 올해 창단 이후 가장 견고한 바탕 위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첫 포스트시즌’이라는 목표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보인다. 이택근은 “요즘은 예전 현대 시절처럼 지고 있어도 ‘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요즘 팀 분위기가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