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텍사스 투수 홀랜드 “사이영상 타고 싶다”

입력 2013-06-10 08: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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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홀랜드(27·텍사스).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올해도 한미 양국의 프로야구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프로야구의 다양한 인기비결 중 하나는 '극본 없는 드라마틱한 장면'일 것이다.

9회말 투아웃, 패색이 짙은 경기에서 터진 동점 혹은 역전 홈런은 사람들로 하여금 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비단 경기 내용뿐만 아니라 어제의 무명선수가 오늘의 스타로 탄생하는 과정도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훈훈한 감동과 더불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올 시즌 다르빗슈 유와 함께 텍사스의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데릭 홀랜드(27) 또한 과거 지독한 무명선수였다.

홀랜드는 지난 200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5라운드(전체 748번)에서 텍사스에 지명돼 간신히 프로에 진출했다. 그에게 좌완투수라는 희소성이 없었다면 지명되지 못했을 거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무명이었다. 사실 구단은 20라운드 이후에 지명하는 선수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일단 뽑아 두는 것이다. 계약금이 낮아 큰 돈도 들지 않는다.

2007년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 A 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홀랜드는 그 해 4승 5패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8년에도 싱글 A에서 출발한 홀랜드는 그 해 더블 A까지 승격하며 13승 1패 평균자책점 2.27의 성적을 올렸다. 25라운드에 지명돼 간신히 프로에 입단했던 무명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홀랜드는 2009년 4월 22일 토론토를 상대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프로진출 단 2시즌 만이다. 시즌 초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했던 홀랜드는 이내 선발투수로 전향했고 그 해 8승 13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같은 해 8월 9일에는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자신의 첫 메이저리그 완봉승도 달성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달린 탓일까? 홀랜드는 2010년 경미한 부상과 2년 차 징크스를 겪으며 3승 4패로 부진했다. 특히 그 해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오른 홀랜드는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맞아 3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당시 경기는 샌프란시스코의 9대0 승리로 끝났고 월드시리즈 우승도 샌프란시스코가 차지했다.

2011년 또 다시 월드시리즈 마운드(4차전)에 오른 홀랜드는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8 1/3 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비록 월드시리즈 우승은 세인트루이스가 차지했지만 홀랜드는 그 해 정규시즌에서 16승 5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승 7패의 성적을 기록한 홀랜드는 올 해도 10일(한국시간) 현재 5승 2패 평균자책점 2.82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동아닷컴은 최근 국내 언론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홀랜드를 만나 인터뷰했다.

데릭 홀랜드(27·텍사스). 동아닷컴DB


다음은 홀랜드와의 일문일답.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아주 좋다. 지금처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늘 곁에서 신경 써주는 코칭스태프나 구단직원들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콧수염을 길렀는데 올해는 깎았다.

“(웃으며) 내가 볼 땐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친구가 싫어한다. 그래서 깎았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야구는 단체경기이다. 내 자신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우리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사이영 상도 받고 싶다. 사이영 상을 받으려면 적어도 시즌 20승은 해야 되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히 팀 성적도 좋을 것이고 결국 팀과 내 자신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

-메이저리그 데뷔 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 메이저리그는 경쟁이 심한 곳이다. 늘 긴장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 아울러 야구는 어려운 경기이다 보니 자신의 실력뿐만 아니라 부상 같은 주변환경의 영향도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한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가 되었지만 프로진출 시 25라운드에 지명됐다. 당시에 실망스럽지 않았나?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사실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날도 평소와 다름 없이 생활했다. 그날이 드래프트 날인지도 몰랐을 정도다.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서 봤더니 텍사스 지역번호여서 처음에는 잘못 걸린 전화인 줄 알고 받지도 않았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와서 그 때도 안 받으려다 받았는데 텍사스 구단관계자였다.”

-어린 시절 롤모델은 누구였나?

“치퍼 존스(은퇴)와 앤디 페티트(뉴욕 양키스)였다. 투수를 하기 전에 주로 외야수였는데 그때는 존스처럼 훌륭한 타자가 되고 싶었다. 투수로 전향하고부터는 페티트 같은 멋진 투수가 되고 싶어 그를 롤모델로 삼았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프로에 입단했을 때나 메이저리그로 콜업됐을 때도 물론 기쁘고 행복했지만 친할머니가 지켜 보시는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야구장에 자주 오시지 못하는데 어렵게 발걸음 하셨을 때 완봉승을 달성해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아직까지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렇게 힘들었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종종 내가 생각했던 대로 게임이 풀리지 않을 때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가장 힘들다.”

-슬럼프에 빠지면 어떻게 하나?

“일단 시즌이 시작되면 투구폼을 바꾸는 등의 큰 변화는 줄 수 없다. 결국 내 자신과의 정신적인 싸움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내 자신을 믿으면서 전보다 더 열심히 운동한다.”

-지난 2010년 월드시리즈 2차전 등판 때 부진했다. 그때는 힘들지 않았나?

“(웃으며) 그 질문 나올 줄 알았다. 사실 월드시리즈가 끝나자 마자 사랑니 때문에 많이 아파서 월드시리즈에 패배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사랑니를 뽑고 집에 와 진통제를 복용한 후 자고 일어났는데 여자 친구가 말하기를 내가 자다가 한 번 깨더니 여자친구를 워싱턴 감독인 줄 착각하고 중얼거렸다고 하더라. 지금 생각해도 참 희한한 일이다. 하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든 타자를 꼽자면?

“내 경우에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에반 롱고리아가 가장 상대하기 까다롭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성격이 활동적이어서 집에 잘 있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연습이나 경기가 없으면 친구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거나 거의 외출을 한다.”

-야구 외에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면?

“아이스하키, 농구, 미식축구를 좋아한다. 특히 아이스하키를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다. 지금도 오프시즌에 시간이 나면 지인들과 틈틈이 아이스하키를 한다.”

-TV에 출연해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성대모사를 하는 것을 봤다.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해 우연한 기회에 한 번 해봤는데 주위의 반응이 좋더라. 그래서 지금도 간간이 하는 편이다.”

-만약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주저 없이) 군대에 입대해 직업군인이 되었을 것이다.”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가?

“많지는 않지만 나도 있는 편이다. 승리투수가 된 날 입었던 옷이나 음식을 다음 등판 때도 입고, 먹는다. 등판이 없는 날은 경기장에 나와 연습 전 낮잠을 자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는 등 같은 일을 반복하는 편이다.”

-당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3가지만 꼽자면?

“사랑하는 가족과 내가 기르는 개 그리고 휴대전화이다.”

-홀랜드 당신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내 삶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고 야구를 통해 현재 내가 가진 부와 명예 등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아울러 야구는 내 삶에 대한 열정마저 제공해 준다. 야구는 나의 모든 것이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멀리 한국에서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언제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한국을 방문해 한국 팬들과 한국을 직접 보고 싶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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