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감독들이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에 대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것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한국영화감독조합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영등위의 행보를 지켜보며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지켜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뫼비우스’에 대한 제한상영가 결정은 국내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제한 상영관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영화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자가당착’ 역시 제한상영가 조치를 받았지만 행정소송에서 패배해 제한상영가 결정이 취소된 바 있다. 현행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전근대적이고 저열한 태도와 수준에 한국영화를 맡겨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영화조합은 ‘뫼비우스’ 제한상영가 결정을 철회하고 박선이 영등위원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과 화체육관광부가 영등위를 민간자율화하는 문제를 포함해 합리적인 등급분류를 위한 논의의 틀을 즉시 만들라고 요구했다.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시민들의 양식과 영화인들의 양식을 믿고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 이러한 요구에 영등위가 불응한다면 우리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존재이유 자체를 심각하게 물을 것이며 영화인 전체와 함께 이 문제를 공유하고 연대하여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행동할 것이다”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영화감독조합의 공식입장 전문>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제한상영가 결정에 대한 한국영화감독들의 입장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묻고 싶다. 우리 한국영화감독들은 그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행보를 지켜보며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에 대한 제한상영가 결정은 우리로 하여금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게 만든다.
‘뫼비우스’에 대한 제한상영가 결정은 국내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제한상영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내리는 이런 결정은 해당 영화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 한국의 관객들이 ‘뫼비우스’를 보기 위해 해외로 나가란 말인가.
더욱이 영비법(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에 근거한 제한상영가조치는 그 명확한 판단 기준이 규정되지 않아 이미 지난 2008년 7월 31일 헌법 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바 있는 사문화된 등급이다. 최근 김곡 김선의 ‘자가당착’에 대한 제한상영가조치 역시 행정소송에서 패소, ‘자가당착’의 제한 상영가 결정이 취소당한 바 있다. 영등위는 영화 ‘자가당착’이 그로인해 입어야 했던 심적물적 피해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배상도 책임도 진 적이 없다.
그동안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들이 영등위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잣대에 의해 관객을 제한 당했을 때도 우리는 성숙하고도 객관적인 잣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진통일 거라 믿으며 인내해왔다. 위원장 스스로 영화계의 의견을 구하겠다며 간담회를 자청한 지난 4월의 자리도 결국 허언으로 가득한 위선적인 자리였다고 우리는 인식한다.
이제 더 이상 우리는 현행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전근대적이고 저열한 태도와 수준에 한국영화를 맡겨둘 수 없다. 계속되는 영등위의 이러한 행위는 시민들의 양식에 대한 도전이고 한국영화와 관객에 대한 모독이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한 도전이라고 우리는 인식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영등위는 ‘뫼비우스’에 대한 제한상영가를 철회하라.
▲박선이 영등위원장은 계속되는 파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문화체육관광부는 영등위를 민간자율화하는 문제를 포함 합리적인 등급분류를 위한 논의의 틀을 즉시 만들라.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은 영등위가 세우는 게 아니다. 그것은 우리 시민들이, 관객들이 세워나갈 것이다. 영등위는 한국의 관객들이 ‘뫼비우스’를 직접 보고 판단할 기회를 박탈해선 안된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표현의 자유이기도 하거니와 헌법적 권리이기도 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시민들의 양식과 영화인들의 양식을 믿고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 자신들의 결정을 법원에 묻고 따져야 하는 일이 치욕스럽지도 않은가.
이러한 요구에 영등위가 불응한다면 우리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존재이유 자체를 심각하게 물을 것이며 영화인 전체와 함께 이 문제를 공유하고 연대하여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행동할 것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