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들 모두 포수로 WS 우승…몰리나 3형제
흔히 형만한 아우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격보다는 수비가 뛰어났던 친형 벤지 몰리나, 호세 몰리나와 달리 막내 야디에르는 2일(한국시간) 현재 타율 0.345로 내셔널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로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미겔 카브레라(0.369)만이 더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몰리나 3형제는 모두 포수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형제 3명이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것은 몰리나 형제뿐이다.
● 맏형 벤지 몰리나(39·은퇴)
2002년 에인절스 첫 WS 우승 이끌어
홈런은 내가 많지…골드글러브도 2회
현재 막내 동생 팀서 코치로 지도자 길
키 178cm, 몸무게 103kg의 벤지는 현역 시절 가장 걸음이 느린 타자로 유명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고교를 마친 뒤 1998년 애너하임 에인절스에 입단한 그는 2000년부터 주전 포수가 됐다. 에인절스가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2년 벤지의 백업 포수는 바로 친동생 호세였다. 배리 본즈가 이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벤지와 호세는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005년까지 에인절스에서 활약한 벤지는 토론토 블루제이스(2006년)를 거쳐 자이언츠(2007∼2010년)에서 뛰었다. 그러나 ‘신성’ 버스터 포지의 등장으로 2010년 6월 30일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됐다.
3형제 중 가장 많은 144개의 홈런을 친 벤지는 그해(2010년) 7월 16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안타, 2루타, 홈런을 친 뒤 마지막 타석에서 3루타를 때려 레인저스 역사상 5번째로 사이클링히트의 주인공이 됐다. 벤지의 눈부신 활약을 앞세운 레인저스는 팀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월드시리즈 상대는 친정팀 자이언츠였다. 그러나 벤지는 월드시리즈에서 타율 0.181에 1타점으로 부진한 데 이어 레인저스와 계약연장에도 실패해 프리에이전트(FA)가 됐다.
2011년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을 찾지 못한 그는 은퇴를 선언하고 이듬해부터 막내 동생 야디에르가 있는 카디널스에서 보조타격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통산 타율 0.274, 144홈런, 711타점에 골드글러브 2회(2002·2003년) 수상의 성적을 남겼다.
● 둘째 호세 몰리나(38·탬파베이)
형과 한 번, 양키스서 한 번 WS 우승
옛 양키스타디움 마지막 홈런 주인공
형제들 가운데 수비 만큼은 내가 최고
1975년생인 호세는 형 벤지보다 한 살 어리지만, 여전히 탬파베이 레이스의 포수로 활약하고 있다. 호세 로바톤과 거의 절반씩 마스크를 쓰고 있다. 키 185cm로 3형제 중 가장 큰 호세는 2002년 에인절스에 이어 2009년에는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1993년 시카고 컵스에 드래프트됐지만,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01년 형 벤지가 있는 에인절스로 이적하면서 선수 생활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벤지가 팀을 떠난 뒤 2006년부터 에인절스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다 이듬해 7월 양키스로 트레이드됐다.
호세는 2008년 9월 21일 오리지널 양키스타디움에서 마지막으로 홈런을 때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2009년 AJ 버넷(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전담 포수로 활약하며 월드시리즈 2차전에 주전으로 출전하는 등 양키스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물리치고 정상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토론토(2010∼2011년)를 거쳐 2012년부터 레이스로 둥지를 옮긴 호세는 형제들에 비해 공격력은 크게 떨어지지만, 포수로서 수비만큼은 최고라는 평을 듣고 있다. 에인절스 시절인 2004년에는 도루저지율 48.9%를 기록했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한 2010년 4월 25일에는 현 소속팀 레이스를 상대로 4번이나 도루 저지에 성공했다. 그 중 2번은 당시 아메리칸리그 최고 준족 칼 크로퍼드(현 LA 다저스)를 잡아낸 것이었다. 올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동생 야디에르의 백업 포수로 출전해 푸에르토리코에 준우승을 안겼다.
● 막내 야디에르 몰리나(31·세인트루이스)
등번호 바꾼 후부터 방망이에 불붙어
2006년·2011년 WS 우승 반지도 둘
지난해 타격 커리어 하이…요즘 대세
형들과는 달리 야디에르는 2004년부터 카디널스에서만 뛰고 있다. 루키 시즌 주전 포수는 현재 카디널스 감독을 맡고 있는 마이크 매시니였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주전으로 출전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야디에르는 이듬해 매시니가 FA로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음에 따라 주전 자리를 넘겨받았다.
야디에르도 처음에는 수비형 포수로 알려졌는데, 등번호를 41번에서 4번으로 바꾼 2006년부터 서서히 타력에서도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뉴욕 메츠 애런 헤일먼(현 시애틀 매리너스)으로부터 결승 2점홈런을 터뜨려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결국 2006년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358, 2홈런, 8타점의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카디널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일등공신이 됐다. 2008년 생애 첫 골드글러브를 차지했고, 2009년에는 올스타전 내셔널리그 주전 포수로 선정됐다. 2010시즌 개막전에서 카디널스 선수로는 3번째로 만루홈런을 터뜨렸고, 4월 17일 메츠와의 경기에선 연장 20회 혈투 와중에 홀로 끝까지 마스크를 썼다.
2011년 생애 2번째로 3할대 타율(0.305)로 정규시즌을 마친 데 이어 포스트시즌에선 홈런을 치지는 못했지만 타율 0.299, 12타점으로 레인저스를 물리치고 생애 2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었다. 2012년에는 타율 0.315, 20홈런, 76타점으로 3개 부문 모두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야디에르의 전성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