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신시내티 필립스 “야구는 내 첫사랑 같은 존재”

입력 2013-07-0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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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필립스(32·신시내티). 동아닷컴DB

[동아닷컴]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2루수는 누구일까? 많은 이들은 추신수의 팀 동료인 브랜든 필립스(32·이상 신시내티)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필립스는 지난 2007년 30홈런 32도루를 기록해 신시내티 2루수로는 최초로 30-30(홈런-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의 선수가 됐다. 그는 여세를 몰아 2008년에도 21홈런-23도루를 기록했고 이듬해인 2009년 역시 20홈런-25도루를 기록해 2년 연속 20-20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필립스에게도 적지 않은 시련의 시간이 있었다.

고교시절 야구와 미식축구 선수로 두각을 나타낸 필립스는 당시 조지아 대학에 체육장학생으로 진학할 예정이었지만 199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하지만 프로에 진출한 뒤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자 몬트리올은 필립스를 2002년 6월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 했다. 필립스는 그 해 9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필립스는 2003년 개막전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았고 그 해 7월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이후 필립스는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신세가 됐다. 마이너리그에 머문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자 클리블랜드는 더 이상 필립스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며 그를 2006년 4월 신시내티로 트레이드 시켰다. 하지만 이는 클리블랜드의 오판(誤判)이었다.

신시내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필립스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주간 타율 0.452 3홈런 17득점을 올리며 내셔널리그 ‘이주의 선수’로 선정될 만큼 맹활약했다. 그리고 그 해 타율 0.276 17홈런 25도루를 기록하며 신시내티의 주전 2루수 자리를 확보했다. 프로에 진출한지 무려 7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필립스의 활약은 거침이 없었다. 올스타(2회)와 골드 글러브(3회)는 물론 실버슬러거상까지 수상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

또 2008년에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한 포지션 당 단 한 명의 선수에게 수여하는 필딩바이블상(2루수 부문)도 수상했으며 지난 3월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미국 대표로 참가했다.

필립스는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신시내티와 6년 총액 7250만 달러라는 대박 계약을 맺었다.

동아닷컴은 최근 필립스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필립스와의 일문일답.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팔 부상 때문에 좋지 않은 편이다. 팀에 복귀는 했지만 그 후 단 2안타만 쳤을 정도로 최근 타격감도 좋지 않다. 그 것만 제외하면 팀에 합류해 경기에 나설 수 있어 행복하다.”

-올 시즌 타격부진의 원인은 팔 부상 때문인가?

“그렇다.”

-지금처럼 타격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하나?

“물론 지금 내 성적이 좋진 않지만 슬럼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타격감이 좋을 때는 타구가 경기장 골고루 퍼져 나가는데 반해 최근에는 우중간 쪽으로만 몰리고 있다. (웃으며) 상대팀 선수가 수비하는데 편하게 해주는 셈이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타석에서 좀 더 집중하고 자신있게 내 스윙을 한다면 좋아질 것이다.”

-올 해 성적은 좋지 않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했다. 비결이 있다면?

“(주저없이) 늘 재미있게 플레이 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팬들이 있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는 팬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야구장에 오면 늘 팬들과 함께 웃으면서 즐겁게 경기를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야구는 맨 처음 언제 시작했나?

“아마 4~5세였던 것 같다. 리틀리그를 통해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은 누구였나?

“사실 어렸을 때는 야구보다 농구와 미식축구를 더 좋아해 특별히 좋아한 팀이나 롤모델이 없었다. 하지만 야구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열살 때 부터는 자연스럽게 내 고향 팀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가장 좋아했고, 당시 미식축구와 야구선수로 뛰었던 디온 샌더스(은퇴)를 롤모델로 삼았다.”

-그래서 당신도 학창시절 야구와 미식축구를 병행했나?

“(웃으며) 그렇다. 하지만 두 가지를 그 것도 프로에서 모두 잘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샌더스는 그 일을 해냈다.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당신 형제들도 운동을 잘한다고 들었다.

“여동생 포사(Porsha)는 현재 샌안토니오 소속으로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로 뛰고 있다. 남동생 PJ 는 지난해까지 신시내티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뛰었지만 현재는 방출돼 새로운 팀을 찾고 있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경기에서 승리할 때가 가장 기분 좋고 행복하다. 한 가지 더 솔직하게 추가하자면 (웃으며) 고액연봉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다. 하하.”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지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특히 지난 해는 우리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를 비롯해 팀 동료들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는 꿈을 가졌는데 그 것을 이루지 못하고 탈락해 정말 아쉽고 힘들었다. ”

-빅리그 투수 중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투수를 꼽자면?

“나 같은 경우는 존 스몰츠(은퇴)가 정말 까다로웠다. (웃으며) 그가 은퇴해서 다행이다. 현역 투수 가운데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가 가장 상대하기 어렵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쉬는 날은 항상 즐겁게 지내려고 한다. 그래서 볼링, 수영, 당구, 탁구 등을 즐기는 것은 물론 영화도 보면서 유쾌하게 시간을 보낸다.”

-인터뷰를 위해 사전 조사를 했는데 당신의 결혼 유무에 대한 정보가 없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미혼이다.”

-그렇다면 결혼 계획은 언제쯤?

“잘 모르겠다. 결혼하지 않을 것 같다. 하하.”

-만약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었을 것이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 나오는 스포츠 에이전트처럼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당신도 해봐라. 쇼 미 더 머니. 하하.”

-당신도 징크스가 있나?

“전혀 없다. 미신을 믿지 않는다.”

-당신 삶에서 ‘이 것이 없으면 살 수 없다’라고 할만한 세 가지만 꼽자면?

“음, 어려운 질문이다. (잠시 생각하더니) 우리 세대에 휴대전화가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고, 음식도 반드시 필요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인이 없어도 안될 것 같다. 하하.”

-필립스 당신에게 야구란?

“나에게 야구란 첫 사랑과 같은 존재이다. 첫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을 수 없고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아련한 기억인 것처럼 야구는 내게 첫 사랑처럼 매우 소중한 존재이다.”

-장차 메이저리거가 꿈인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믿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늘 나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생선초밥을 정말 좋아한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먼저 멀리 한국에서도 나와 신시내티를 응원해 줘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나와 우리 팀을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언제든지 SNS를 통해 연락해 달라. 내 SNS 주소는 twitter.com/datdudebp 이다. 아울러 기회가 된다면 팀 동료인 추신수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한국 팬들도 만나보고 싶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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