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장 이창근 ‘범영이형 목소리가 들려’

입력 2013-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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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스포츠동아DB

■ U-20월드컵 8강 선방 뒤엔 멘토 이범영

런던올림픽 銅 주역 이범영과 친한사이
부산 아이파크서 룸메이트 동고동락
승부차기 수싸움·방향 읽기 비법 전수

한국은 4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 U-20 터키월드컵 콜롬비아와 16강전에서 120분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8-7로 이겼다. 승리의 주역은 골키퍼 이창근(20·부산 아이파크)이었다. 승부차기에서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을 구했다. 그는 트위터에 짤막한 소감을 전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 이창근, 1년 전 이범영을 떠올리다


U-20 대표팀에는 박주영 같은 걸출한 ‘스타’가 없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적었다. 주장을 맡은 이창근은 더욱 이를 악물었다. 스타 없이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던 탓일까. 이창근은 조별예선 1, 2차전(쿠바-포르투갈)에서 어이없는 판단 미스로 경기 시작 10분도 안돼 연거푸 골을 헌납했다. 괴로웠다. 슬럼프가 찾아온 것은 아닐까 걱정도 앞섰다.

이창근은 ‘친한 형’을 찾았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함께 생활하며 정을 쌓은 ‘룸메이트’ 이범영(24)이 그 주인공이다. 메신저와 전화를 이용해 수차례 조언을 구했다. 이범영이 특별 과외를 한 건 아니다. 그는 “잘하고 있다. 잘 할 수 있다”며 자신감만 북돋아줬다.

이범영은 2012런던올림픽 8강전에서 영국단일팀과 승부차기 대결에서 5번째 키커 다니얼 스투릿지(리버풀)의 슛을 환상적으로 막아냈다. 동메달로 가는 길목에서 큰 공을 세웠다. 승부차기에서 강한 자신감이 통했던 것이다. 이범영은 비법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창근만은 예외였다. 상대와 수 싸움부터 방향을 읽는 방법 등을 전수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이라크와 결승전이었다. 120분 혈투 끝에 돌입한 승부차기. 이라크 3번째 키커의 슛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한국은 우승을 차지했다.

이창근은 콜롬비아전에서 다시 한번 승부사 기질을 뽐냈다. 선제골을 넣은 송주훈(건국대)이 승부차기 2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했다. 모든 상황이 불리해졌다. 그러나 이창근은 침착했다. 3번째 키커 펠리페 아귈라르의 슈팅 방향을 읽어내며 선방했다. 침착함과 빠른 판단이 돋보였다. 이창근은 8번째 키커의 실축으로 8강 진출이 확정되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감격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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