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DB
투수는 스피드보다 제구력 중요 강조
시속 70km대 ‘초저속 커브’를 던지는 두산 좌완 유희관은 올 시즌 ‘느림의 미학’을 새삼 각인시켜주고 있다. 기껏해야 직구 최고 구속이 130km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13일 잠실 KIA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5승을 거두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확실한 선발로 자리 잡은 6월 이후 발군의 기량으로 신인왕 경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IA 선동열 감독(사진)은 16일 광주 한화전에 앞서 유희관이 화제에 오르자 “가운데 몰리는 공이 없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이 빼어나다. 쉽게 난타당할 스타일이 아니다”며 “투수는 스피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구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유희관은 간간이 초저속 커브를 던져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도 하지만, 그가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힘은 무엇보다 제구력에 있다는 얘기였다.
과거 느린 볼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전병호 현 삼성 코치와 비교를 부탁하자 선 감독은 “볼 끝은 오히려 더 나은 것 같다”고 유희관을 칭찬한 뒤 “낮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면 다른 구종 없이 직구 하나만 갖고도 10승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 아래쪽에 들어가는 직구를 마음먹은 대로 던질 수 있다면 변화구 없이도 10승은 너끈히 거둘 수 있다는 말. 선 감독은 “투수들이 맞는 볼은 거의 다 (스트라이크존) 중간 이상 높은 볼”이라고 덧붙였다. 시속 150km를 훌쩍 넘는 빠른 볼을 던지면서도 제구가 되지 않는 투수들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유희관의 사례와 선 감독의 설명은 제구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광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