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취재를 위해 각 국 기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200여 명 가까운 인원이 대한축구협회 내에 마련된 대회 조직위원회에 취재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연히 출전국들 위주로 취재 등록이 이뤄졌지만 분위기는 제각각이었다.
사실상 이번 대회 메인 무대라고 할 수 있는 남자부에서는 한국이 중심이었다.
상당수 일본과 중국 기자들은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한국 축구의 과정과 자세를 부러워하는 분위기였다. 한국이 전임 최강희호 체제에서 치러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발 빠르게 다음 단계를 대처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현역으로서도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고, 지도자가 된 이후에는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맡아 좋은 성과를 올린 한국 축구의 ‘레전드’ 홍명보 감독을 중심으로 한층 풍성해진 스토리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대회 기간 중 만난 일본의 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는 “출전국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자국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느냐, 없느냐다”라고 했다.
실제로 일본과 중국 기자들은 상당히 사기가 저하된 모습이었다.
일본 취재진의 경우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고, 중국 기자들은 자국 축구 자체를 불신하고 있었다. 한 일본 기자는 “우리 선수들은 다 좋은데 코칭스태프가 좋지 않다. 자케로니 감독은 적극적이지도, 의욕적이지도 않다. 그저 유럽파만 편애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동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일본대표팀 엔트리가 발표되자 여론은 격앙됐다. 일본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중심을 이룬 건 이해해도, A매치 경험이 극히 적은 영건들이 대거 차출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이러한 선택도 자케로니 감독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유럽파 편애론’을 떨치기 위한 일종의 ‘쇼’라는 시선까지 있었다.
중국 기자들에게는 뚜렷한 패배 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중국 축구는 월드컵 예선에도 일찌감치 탈락하고, 최근 평가전에서는 태국에 대패한 뒤 스페인 출신 지도자 카마초 감독이 경질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동아시안컵에서도 중국은 유일하게 베스트 멤버들을 거의 그대로 투입했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아시아 축구에 정통한 에이전트들은 “국가 차원에서 축구에 대한 전폭 지원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중국슈퍼리그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거물급 용병들을 사들이는 것도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구단주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때가 많다. 과연 ‘축구광’ 시진핑 주석 체제가 끝난 후에도 축구에 계속 투자할지는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