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김승환 “누군가는 가야할 길…우리가 먼저 가는 것”

입력 2013-08-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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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소수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내달 청계천에서 공개 결혼식을 올리는 동성 연인 김조광수 감독(왼쪽)과 김승환 대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내달 동성결혼식 앞둔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

9월7일 청계천서 ‘당연한 결혼식’ 진행
한번뿐인 인생을 위한 것, 그래서 당연

양가 부모님 ‘돌팔매질 당한다’며 만류
‘하도 맞아 맷집 생겼다’고 설득시켰죠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 바랄 뿐

“왜 우리 얘긴 늘 연예면 아니면 문화면에 실리는 거지?”

김조광수 감독이 말문을 연다. “당신이 영화감독이기 때문”이라며 “불만이냐”고 묻자 그는 옅은 미소로 “흥미 위주로만 다뤄질까 노파심에서…”라고 말한다. 그 곁에 ‘연인’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가 서 있다. 두 사람은 알려진 대로 9월7일 오후 6시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이들은 이를 ‘당연한 결혼식’이라 부른다. 그리고 동성결혼이라는, 향후 오랜 시간 벌어질지 모를 사회적 논쟁에 과감히 불을 댕겼다. 결혼을 준비하며 “싸워 헤어지고 싶을 때도 있다”며 웃는 이들은 자신들의 결혼식이 왜 “당연한” 것인지 조근조근 설명했다.

이미 10대 시절 성적 정체성을 깨닫고 받아들여야 했던 두 사람은 2004년 12월 처음 만났다. 동성애자 커뮤니티 ‘친구사이’ 회원으로 만난 뒤 김조광수 감독의 6개월에 걸친 ‘작업’은 사랑이 되었다. 김 대표는 “적극적이어서 좋았다. 자신의 신원을 밝히길 꺼리고 남의 것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대개의 동성애자들과는 달랐다”고 김조 감독에 대해 말했다.

“내 성적 정체성을 알기 전부터 결혼을 꿈꿨다. 인생에서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건 결혼식 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동성과 결혼할 수 없음에 좌절했고 절망했다. 해외의 많은 나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하는 걸 보며 다시 결혼을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에 많은 이들이 놀라고 또 좌절하고. 2007년 12월 김승환 대표가 미국에 교환학생 자격으로 공부를 떠나면서 1년 남짓 헤어져 있던 시기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애틋해졌다. 결국 결혼을 결심했다.

자식들의 고통 아닌 고통을 어렵게 받아들인 부모들도 말렸다. ‘돌팔매질 맞으려 하느냐’는 만류에 두 사람은 “하도 많이 맞아 맷집이 생긴 터, 굳이 우리여야 한다면 우리가 하겠다”고 나섰다.

“누군가 먼저 걷지 않으면 새로운 길은 열리지 않는다. 한 번 사는 인생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그 길이 성적 소수자들이 엄연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가 원하는 삶과 동성애자의 삶 사이에서 스트레스로 살아갔을 것이다.”

이들은 결혼식 직후 월요일인 9월9일 서울 서대문구청을 찾아 혼인신고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아마 접수조차 불가능할지 모른다”면서도 웃는 두 사람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등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낼 생각이다. 이를 위해 원고단과 변호인단도 대규모로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아마 오랜 싸움이 될 것”이라는 김조 감독은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우리를 결혼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사회적으로도 동성결혼이 가능하다는,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도시를 돌며 다른 동성애자들의 결혼식을 공연 형식으로 꾸며주는 ‘순회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쩔 셈인가.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동성결혼은 일종의 새로운 가족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혼이든, 동거든 이성과 동성의 구분 없이 사회적 부부로서 권리를 인정받는 것. 해외에서는 이런 ‘시민결합’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싸움이,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찾아가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가족공동체로서 그 사회적 권리를 인정받음으로써 또 다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한 방법도 되지 않겠느냐.”

김승환 대표에게 나이를 묻자 “만으로 29이지만 서른으로 써 달라”며 진지하게 답했다. “너무 어릴 때부터 우리를 지켜봐 온 이들에게 난 아직도 20대이다. 나이 서른이면 결혼할 때가 된 것 아닌가. 김조광수(48) 감독은 쉰 살 이전에 결혼하겠다고 했다. 50대와 30대보다는 40대와 30대의 결혼이 보기에 좋지 않나? 하하!”

이들의 결혼식. ‘당연’해 보였다. 인터뷰를 끝내며, 스토리가 있는 뮤지컬 형식으로 꾸며질 결혼식에 하객 자리 한 켠 내달라 했다.


● 김조광수 감독·김승환 대표는 누구?


김조광수 감독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청년필름에서 ‘해피엔드’를 기획했다. ‘와니와 준하’ ‘의뢰인’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등을 제작했다. 2008년 ‘소년, 소년을 만나다’로 감독 데뷔, ‘친구사이?’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을 연출했다. 현재 옴니버스 영화 ‘하룻밤’을 연출하고 있다.


김승환 대표는 퀴어영화 전문 제작 및 수입배급사 레인보우 팩토리를 이끌고 있다. ‘라잇 온 미’를 수입배급했고 ‘하룻밤’을 제작 중이다. 성공회 신부의 커밍아웃을 다룬 다큐영화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을 개봉 준비 중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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