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시구의 모든 것] 시구는 로또다

입력 2013-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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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는 시구 하나로 인생역전을 이뤘다. 5월3일 두산-LG전에 시구한 클라라는 최근 한 토크쇼에서 “무명인 나를 불러준 두산 구단에 보답하기 위해 의상에 상당한 신경을 쏟았다”며 레깅스 시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클라라는 시구 하나로 인생역전을 이뤘다. 5월3일 두산-LG전에 시구한 클라라는 최근 한 토크쇼에서 “무명인 나를 불러준 두산 구단에 보답하기 위해 의상에 상당한 신경을 쏟았다”며 레깅스 시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공 한개가 그녀들의 인생을 바꿨다

■ 연예인 시구=스타 등용문

클라라 ‘레깅스 시구’로 8년 무명 날려
신수지 일루션·태미 발차기 ML 소개
연예인 홍보 떠나 감동 요소 발굴 필요

왼쪽 다리를 수직으로 들어 올려 상체를 360도 회전하는 ‘일루션’ 동작. 공중회전하며 45도 각도로 발차기를 하는 ‘45도 뒤후리기’.

최근 국내 프로야구 시구 현장에서 펼쳐진 ‘진기명기’다. 배우 태미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K 경기에서 ‘45도 뒤후리기 시구’를 선보였다. 앞서 7월15일엔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 신수지가 두산과 삼성의 경기에서 ‘일루션 시구’를 펼쳤다. 모두 화려한 동작에다 공이 포수 미트에 정확히 꽂히면서 미국 MLB닷컴에까지 소개됐다. 2011년 ‘더 킥’이란 영화 한 편이 출연작의 전부인 태미는 불과 5분 만에 이뤄진 시구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 태미, 기예 시구로 스타…클라라도 ‘새 인생’

태미와 신수지처럼 스타가 탄생하면서 시구가 또 다른 ‘스타 등용문’으로 주목받고 있다.

클라라는 그 성공 사례로 꼽힌다. 5월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LG 전에서 클라라는 그 유명한 ‘레깅스 시구’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이후 tvN ‘SNL코리아’, SBS 주말극 ‘결혼의 여신’ 등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SBS ‘화신’, KBS 2TV ‘해피투게더3’ 등 토크쇼를 섭렵하고, 광고 및 각종 행사의 섭외 1순위로 꼽힌다. 시구 이전까지 ‘영어 잘 하는 배우’ 혹은 ‘코리아나 이승규의 딸’ 정도로만 알려졌던 클라라는 그렇게 8년 무명을 털어냈다.

클라라의 유명세는 2005년 잠실 두산-삼성 전에서 유니폼을 완벽히 갖춰 입고 혼신의 역투로 ‘홍드로’란 별칭을 얻은 홍수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홍수아는 당시 누리꾼의 최고 찬사인 ‘개념시구’란 ‘인증’을 얻었지만 이젠 옛이야기가 됐다.

배우 태미(왼쪽 사진)는 태권도의 뒤후리기, 신수지(오른쪽 사진)는 리듬체조의 ‘일루션’이라는 기술을 각각 선보이는 ‘기예 시구’로 주목받았다. 사진제공|두산베어스

배우 태미(왼쪽 사진)는 태권도의 뒤후리기, 신수지(오른쪽 사진)는 리듬체조의 ‘일루션’이라는 기술을 각각 선보이는 ‘기예 시구’로 주목받았다. 사진제공|두산베어스



● ‘스타 등용문’ 인식확산에 기획사 ‘노크’

과거엔 구단의 섭외와 요청으로 연예인이 마운드에 섰지만 이제는 일종의 ‘학습효과’로 시구에 목을 매는 기획사도 많다. 현재 시구를 예약한 연예인들이 줄을 선 팀도 있다.

하지만 클라라와 홍수아는 관중의 눈높이를 높여 놓은 상황. 그래서 이젠 ‘클라라처럼 입든가, 홍수아처럼 던져야’ 한다. 유명 걸그룹의 소속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을 못 던져도 애교로 받아들였지만, 홍수아 이후 공을 잘 던지는 스타들이 많아지면서 투구를 제대로 못 하면 쑥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 중에는 “잘 던질 자신이 없어서” 시구 요청을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단순히 ‘유명세’를 원한다면 굳이 공을 잘 던질 필요는 없다. 소녀시대 제시카는 작년 5월11일 LG-삼성 전에서 공을 발 바로 앞에 떨어뜨린 ‘패대기 시구’로 ‘월드스타’가 됐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 NBC 등에 일제히 소개된 것이다.


● 홍보무대 변질 유감…감동 요소도 높여야

하지만 시구가 연예인 홍보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정성을 띄거나 곡예에 가까운 시구까지 등장하면서 야구 팬들 중에는 “야구장에선 야구만 봤으면 좋겠다”며 연예인 시구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일부 여성 연예인들은 화제성을 지나치게 좇아 과도한 노출 복장이나 쇼맨십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가족 단위 관중도 많은데 몸매를 자랑하는 선정적 의상의 ‘19금 시구’가 민망하다는 지적이다.

그래도 ‘연예인 시구’는 야구 문화의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다. MLB닷컴은 “시구는 한국야구의 자랑거리”라며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런저런 논란과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팬 서비스를 하려는 구단, 연예인 홍보를 원하는 기획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한 연예인 시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연예인을 통한 ‘재미’를 팬 서비스로 선물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있는 시구자 선정도 팬 서비스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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