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하웰. 동아닷컴DB
류현진(26)의 소속팀 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이 확정적이다. 다저스는 18일(한국시간) 현재 매직넘버 4를 남겨둬 조만간 우승 샴페인을 터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과 수개월전만 해도 다저스는 지구 최하위로 부진했다. 안정된 선발진을 제외한 공수양면의 극심한 엇박자가 주된 원인이었다. 마치 동력을 잃고 침몰하는 난파선 같았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의 경질설이 흘러나올 만큼 당시 다저스의 성적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 야시엘 푸이그(23)가 팀에 합류하며 공격력이 살아나자 시즌 초 부진했던 불펜투수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저스는 7월과 8월 두 달간 42승 11패 승률 0.793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로 올라서는 기적을 연출했다.
다저스의 기적은 팀원 모두가 합심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중 눈에 띄는 선수는 있기 마련이다. 다저스의 든든한 허리역할을 해내고 있는 불펜투수 J.P. 하웰(30)도 그 중 한 명이다.
하웰은 18일 현재 올 시즌 총 62경기에 출장해 57.2이닝을 던지는 동안 2승 1패 평균자책점 2.18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하웰도 시즌 초였던 지난 4월에는 평균자책점 4.82로 부진했다.
하지만 5월에 접어들자 평균자책점 0.71의 호투를 펼쳤다. 이후 0.90(7월), 2.57(8월), 그리고 1.23(9월)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기적’에 없어서는 안될 조연역할을 톡톡히 해했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하웰은 지난 200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캔자스시티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하웰의 고등학교 3학년 때 평균자책점(0.09)과 2004년 대학야구 월드시리즈 평균자책점(0.77)이 말해주듯 당시 그는 최고의 유망주였다. 이를 증명하듯 하웰은 프로진출 단 1년 만인 2005년 6월 빅리그에 데뷔해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2006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탬파베이로 이적한 하웰은 2008년부터 불펜투수로 전향했다. 2010년 스프링캠프에서 왼쪽 어깨에 이상을 발견한 그는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 그의 수술을 두고 “선수생명이 끝났다”는 언론보도가 있을 만큼 당시 하웰의 상태는 심각했다. 하지만 그는 1년간의 재할을 무사히 마치고 2011년 다시 마운드로 복귀하는 집념을 보여줬다.
2012년 시즌이 끝난 뒤 탬파베이와 결별한 하웰은 올 1월 다저스와 연봉 285만 달러(한화 약 30억 8천 만원)에 1년 계약했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지난 17일 하웰을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하웰과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좋다. (웃으며) 좋아도 아주 좋다.”
-올 시즌 다저스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주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팀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최선을 다해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다저스는 올 초 성적이 매우 부진했다. 하지만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믿었고 결국 성적으로 입증했다. 성적이 나쁘면 팀원들간에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등 팀이 분열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지금도 팀원들끼리 서로 존중하며 함께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올 해 다저스가 보여준 반등은 정말 극적이었다.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우리는 월드시리즈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하나가 되었다. 비록 시즌 초 잠시 부진했지만 팀원 모두 일시적인 현상일 뿐 반드시 반등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러기 위해 팀원 모두가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에 올라섰고 지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전진하고 있다. 올 해 반드시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외에 개인적인 시즌목표는 무엇인가?
“시즌 초만 해도 단순히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해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실한 만큼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좀 더 강렬하고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고 싶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올해로 빅리그 데뷔 8년째이다. 아직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15년간 뛰고 싶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최소 한 번은 월드시리즈 우승이란 목표도 꼭 이루고 싶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은 누구였나?
“유년시절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내 친구들은 오클랜드나 다저스 또는 샌프란시스코 팬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열렬한 피츠버그 팬이었다. (웃으며) 때문에 나는 피츠버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다저스도 좋아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절대 좋아하지 않았다. 하하.
어릴 적 롤모델로는 피츠버그 선수 대부분을 좋아했다. 그들 경기가 중계되면 대부분 빼놓지 않고 볼 정도였다. 아울러 테드 윌리엄스도 무척 좋아했다. 이미 작고한 분이기 때문에 그의 경기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의 전기를 구입해 읽을 정도로 좋아했다.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고 열심히 한 분이기 때문이다. ”
J.P. 하웰. 동아닷컴DB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지난 2008년 탬파베이시절 어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7차전에서 보스턴을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을 때가 가장 기쁘고 행복했다.”
-그럼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2008년 월드시리즈 5차전 때였다. 당시 3대3 동점상황에서 7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내가 1실점하는 바람에 4대3으로 졌다. 당시 패전투수가 돼 정말 힘들었다.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한 두 달 동안 분하고 억울해서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할 정도였다.”
-만약 올 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면?
“(웃으며) 이제는 자신 있다. 두 번 다시 그 때의 악몽을 재현하진 않을 것이다. 하하.”
-메이저리그 타자 중 가장 까다로운 이를 꼽자면?
“좌타자로는 로빈슨 카노(뉴욕 양키스) 그리고 우타자로는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다. 둘 모두 매우 까다롭다.”
-그래도 하웰 당신이 올 해부터 내셔널리그에서 뛰게 됐으니 다행이다.
“(웃으며) 나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 번 뉴욕 양키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에서 카노에게 또 다시 안타를 맞았다. 하하.”
-올 초 잠시 부진했다. 그 때처럼 시즌 중에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하나?
“슬럼프는 대부분 정신적인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슬럼프에 연연하면 더 나빠진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평소처럼 열심히 운동하는 수 밖에 없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나?
“아내가 이미 책을 출간한 작가이다. 그래서 쉬는 날 나는 거실에서 주로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편이고 아내는 거실 벽난로 곁에서 책을 쓴다.”
-아이는 아직 없나?
“그렇다. 아이는 한 2년 뒤에 가질 생각이다.”
-비디오 게임 외에 다른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은?
“식구나 친척 또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는데 그 녀석하고 노는 것도 즐긴다. 특히 그 강아지는 내가 어깨수술을 받던 날 선물 받은 강아지여서 내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당신도 별명이 있나?
“그렇다. 우선 피즐(Pizzle)이란 별명이 있다.”
-그게 무슨 뜻인가?
“(웃으며) 나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더라. 그리고 슬림지거(slim zigger)라는 별명도 있는데 이는 마르고 재미난 사람이란 뜻이다.”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가?
“많지는 않지만 있다. 우선 유니폼을 입을 때 항상 같은 방식으로 입어야 하고, 야구장에 도착하면 늘 같은 순서대로 운동을 해야 한다. 만약 이게 어긋나면 그날은 경기에 나설 준비가 안된 것 같아 왠지 불안하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주저 없이) 멕시코 음식인 타코(taco)를 정말 좋아한다.”
-한국에 있는 당신과 다저스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에서도 다저스의 인기가 높다고 들었다. 특히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이면 미국은 물론 캐나다에서도 한국인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와 보여준 열정적인 응원열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 야구팬들은 세계최고라는 찬사를 듣기에 충분하다. 다저스를 응원해 주는 한국인 팬들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 귀한 시간 내줘서 고맙다. 월드시리즈 때 다시 한 번 더 인터뷰하자.
“(웃으며) 고맙다. 나 또한 그날을 기다리겠다. 하하.”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