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한 야경…여기는 평양

입력 2013-09-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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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12∼17일)에 출전한 한국선수단이 대회를 마친 직후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선수단은 일주일간 평양에 머물며 평양의 정경을 직접 보고 느낄 기회도 가졌다. 사진제공|2013평양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 출전 한국선수단

평양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12∼17일)에 출전한 한국선수단이 대회를 마친 직후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선수단은 일주일간 평양에 머물며 평양의 정경을 직접 보고 느낄 기회도 가졌다. 사진제공|2013평양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 출전 한국선수단

■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한국 대표팀이 본 생생한 평양 풍경

허름한 순안공항 지나 평양 시내 들어서자
105층짜리 류경 호텔 등 고층 건물들 즐비
저녁에 본 맥주집엔 서울처럼 사람들 북적
북한 역도 등록선수 5000명 한국의 5배나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약 250km다. 자동차로 3시간이면 족히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비행기로도 반나절이 걸렸다.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대회(12∼17일)에 출전한 한국선수단은 10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 순안공항에 입성했다. 이후 일주일간은 나날이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타국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시간들…. 18일 귀국한 한국선수단으로부터 그들이 느낀 평양에 대해 들었다.


● 한국선수단이 바라본 평양의 모습은?

순안공항은 국제공항치고는 초라했다. 청사라고 해봐야 강당 같은 건물 하나뿐. 공항에서 숙소인 양각도 호텔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흡사 우리의 1970년대 같았다. 그러나 평양시내는 달랐다. 47층 높이의 양각도 호텔 등 고층 건물들도 많았다. 대회의 개막식은 장관이었다. 일사불란한 부채춤과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공연들이 이어졌다. 경기장과 웜업장에는 중국산 고가의 최신 기구들이 즐비했다. 대회가 열린 류경 정주영체육관에는 매 경기 약 1만명의 관중이 동원돼 분위기를 띄웠다. 이번 대회에 쏟은 북한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북한 관계자 15명은 한국선수단의 모든 일정을 동행했다. 한국선수단은 숙소 안에서만 개별행동이 가능했다. 이들은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쳤는지, 한국선수단의 기본 정보들을 꿰고 있었다. 한국선수단은 이들의 안내를 받으며 평양시내를 돌아보기도 했다. 북한의 국보유적 1호 평양성과 주체탑, 옥류관 등이 코스였다. 초저녁의 평양은 맥주집에 사람이 붐빌 정도로 활기가 있었지만, 어둠이 짙게 깔리는 시간은 한국보다 빨랐다.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의 공식포스터. 클럽을 ‘구락부’, 역도를 ‘력기’라고 쓴 부분이 이채롭다. 사진제공|2013평양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 출전 한국선수단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의 공식포스터. 클럽을 ‘구락부’, 역도를 ‘력기’라고 쓴 부분이 이채롭다. 사진제공|2013평양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 출전 한국선수단



● 김정은-리설주 부부에 열광한 1만 관중



이번 대회에서 가장 분위기가 고조된 날은 15일이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그의 부인 리설주가 체육관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은 한국선수단의 핸드폰·카메라 사용을 허용했다. 덕분에 많은 사진들을 남길 수 있었다. 동행한 통일부 관계자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보안이 철저했다. 한국선수단의 모든 전자기기도 잠시 압수상태였다. 김정은-리설주 부부가 등장하자 1만여명의 관중은 약 7∼8분간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외국선수단 역시 그 열기에 동조할 수밖에 없을 만큼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김정은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3시간 가량 경기를 관전했다. 애연가답게 틈틈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체육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역도 역시 중흥기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북한이 획득한 4개의 금메달 중 3개가 역도에서 나왔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남자 56kg급 용상에서 169kg를 들어올리며 세계기록을 경신한 엄윤철(22)은 영웅 수준이다. 엄윤철은 17일 대회 폐막식 때도 최고 귀빈들과 함께 자리했다. 한국선수단 관계자는 “북한역도의 등록선수는 무려 5000명이라고 했다. 우리는 1000명에 불과하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대회를 마친 남북의 역도 관계자들은 “인천아시안게임 때 만나자”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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