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피칭 X파일] 무명의 반란…3년간 승리 없었던 신정락 ‘9승 뱀쇼’

입력 2013-09-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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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현우-SK 백인식-두산 윤명준-롯데 김성배-KIA 임준섭-넥센 문성현-LG 신정락-한화 송창현- NC 임창민.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무명서 스타덤 오른 9개 구단 투수

정규시즌 막판 4강의 순위다툼이 치열하다. 사상 첫 9개 구단 체제로 치러진 올해 프로야구는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의 저력과 LG-두산-넥센이 불러일으킨 서울지역 3팀의 초강세가 특징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기대이상의 활약으로 주목받는 선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LG 신정락은 데뷔 첫 10승을 노리고 있다. 두산 윤명준은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불펜투수가 됐다. 넥센 문성현과 SK 백인식의 활약도 눈에 띈다. NC 임창민의 호투도 빼놓을 수 없다. 무명에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선수로 도약한 투수들을 구단별로 1명씩 선정했다.


● 삼성 김현우, 불펜의 한 자리 노릴 만해

삼성에선 김현우(25)에게 눈길이 쏠린다. 24일까지 올 시즌 8경기에 등판해 11이닝을 던졌다. 피안타는 10개, 탈삼진은 15개다. 185cm, 115kg의 건장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직구는 위력적이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은 마치 ‘돌직구’ 같다. 무브먼트도 좋고, 제구력도 나쁘지 않다. 5월 롯데와 한화를 상대로 4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았다. 퓨처스리그에서도 40이닝 동안 45개의 삼진을 솎아낼 정도로 탈삼진 능력이 뛰어나다. 삼성의 불펜은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김현우는 충분히 한 자리를 노릴 만한 기대주로 보인다.


● SK 백인식, 내년에는 10승도 가능

백인식(26)은 지난해까지 1군에서 등판기록이 전무하다. 2008년 SK에 입단한 그에게 1군의 문은 5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 올해 그는 18경기에서 5승5패, 방어율 3.38을 기록 중이다. 14차례 선발로 출격했고, 6번의 퀄리티스타트도 작성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게 장점이다. 최근 10차례의 선발등판에선 단 한 번도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았다. 또 10경기를 모두 3실점 이내로 막았다. 서클체인지업을 잘 던진다. 좀더 칭찬을 하면 위력적이다. 포크볼도 괜찮고, 뱀처럼 휘어지는 빠른 공의 제구력도 있다. 내년에는 10승도 충분해 보인다. 백인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두산 윤명준, 불펜의 리더를 찾다

윤명준(24)의 7월 이후 성적은 화려하다. 23경기에서 3승4세이브7홀드를 기록했다. 7월 이후 방어율은 0.84. 32이닝 동안 3실점에 그쳤다. 6월까지 8이닝을 던지며 16점을 내줬던 투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반전이다. 정신력이 강한 투수다. 전반기 부진과 빈볼로 인한 8경기 퇴장의 시련을 겪었다. 젊은 투수로는 견디기 힘든 시간을 잘 이겨냈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잘 던진다. 각도가 예리하고, 컨트롤도 직구 못지않게 뛰어나다. 빠른 공의 스피드가 시속 140km대 후반까지 올라가면서 최근에는 마무리도 잘 해내고 있다. 올 시즌 유희관과 오현택의 급성장으로 마운드를 다진 두산은 후반기 들어 ‘불펜의 리더’ 윤명준을 찾았다.


● 롯데, ‘김성배 마무리카드’가 그나마 위안

롯데는 3명의 10승 투수(유먼·옥스프링·송승준)를 배출하고도 4강 진입에 실패했다. 4·5선발에서 기대했던 유망주들이 어느 누구도 제 역할을 못했다. 고원준, 이재곤, 김수완, 홍성민에 이어 급기야 김사율까지 선발로 내세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5선발이 33경기에 나가 겨우 7승을 거뒀고 팀도 11승을 올렸을 뿐이다. 마무리로 나선 김성배가 29세이브를 기록하며 제 몫을 해준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경찰청에서 제대하는 장원준이 내년에 복귀한다. 유먼-옥스프링-송승준-장원준의 선발진은 상당히 강하다. 그러나 젊은 투수들의 분발은 롯데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 KIA 임준섭, 팀에서 3번째로 많이 던졌다

KIA에서 그래도 눈에 띄는 투수는 임준섭(24)이다. 선발 16회, 구원 18회. 전천후로 뛰며 97.1이닝을 던졌다. 소사와 김진우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데뷔 2년차지만 풀타임 첫 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스윙맨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 34경기에서 3승7패2홀드, 방어율 5.46을 기록했다. 임준섭은 팔의 높이가 김광현(SK)처럼 높다. 타자를 압도할 정도의 구위는 아니지만, 커터처럼 휘는 직구와 각도 좋은 커브는 매력적이다. 올 시즌 임준섭은 많은 이닝을 던지며 좋은 경험을 했다. 내년에 좀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넥센 문성현, 진짜 ‘싸움닭’ 됐다

문성현(22)은 후반기 넥센 상승세의 주역이다. 7월 31일부터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한 그는 선발 8경기 만에 5승을 따냈다. 8경기에서 2.82의 준수한 방어율을 기록했고, 팀은 6차례 승리했다. 그가 좋아진 첫 번째 이유는 제구력의 안정이다. 지난해까지 9이닝당 5.1개의 볼넷을 내줬지만, 올 시즌 선발등판 8경기에선 볼넷을 2.4개로 줄였다. 컨트롤이 향상되면서 볼카운트를 앞서갔고, 특유의 빠른 공이 타자를 압도했다. 문성현은 충암고 시절 황금사자기 우승을 차지하며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던지는 게 그의 장점이었다. 그러나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싸움닭은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데뷔 4년 만에 문성현이 진짜 싸움닭이 됐다.


● LG 신정락, 데뷔 첫 10승이 보인다

신정락(26)은 2010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LG에 입단했다. 뱀처럼 휘는 슬라이더와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직구가 한마디로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1승도 건지지 못했다. 제구력 난조와 잦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팔의 높이를 좀더 아래로 내렸다. 대성공이었다. 제구력이 잡혔고, 아프지도 않았다. 9이닝당 6.3개였던 볼넷을 올해는 2.1개로 줄였다. 최근 4연승 중이다. 9월 4경기 방어율도 1.88로 매우 좋다. 꿈에 그리던 데뷔 첫 10승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 한화 송창현, 9월 방어율 1.44

송창현(24)은 9월 4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투구내용은 특급 수준이다. 두산, LG, 삼성 등 모두 상위팀을 만나 방어율 1.44의 위력적 피칭을 했다. 4경기에서 6실점(4자책점)했고, 25이닝 동안 12안타밖에 맞지 않았다. 공의 무브먼트가 좋다. 시속 145km 전후의 직구는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슬라이더와 서클체인지업도 경쟁력이 있다. 투구 밸런스가 좋고 부드럽다. 공을 던질 때 팔꿈치는 버드나무처럼 휘어진다. 또 팔꿈치를 최대한 타자쪽으로 끌고 나와 던진다. 내딛은 오른발은 공을 던지는 순간까지 조금도 열리지 않는다. 시즌 초반 제구력 때문에 고전했지만, 9월에는 9이닝당 볼넷수를 3개 이하로 줄였다. 송창현은 지난해 장성호(롯데)와 트레이드돼 한화에 왔다. 올 시즌 그가 거둔 승수는 고작 2승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보여준 그의 투구는 한화팬들이 충분히 설렐 만하다.


● NC 임창민, 데뷔 6년 만에 진가 발휘

임창민(28)은 NC 불펜의 기둥이다. 올 시즌 52경기에서 62.2이닝을 던지면서 5승4세이브9홀드, 방어율 3.73을 기록 중이다. 그의 구위는 리그 최상급이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는 1.09, 피안타율은 0.183에 불과하다. 40이닝 이상을 던진 불펜과 마무리투수 가운데 그보다 WHIP가 낮은 투수는 오승환, 안지만(이상 삼성), 박희수(SK) 등 3명뿐이다. 피안타율은 오승환 다음으로 낮다. 2008년 현대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까지 1군에서 5이닝만 던진 무명투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NC 유니폼을 입으면서 기회를 잡았고, 데뷔 6년 만에 자신의 공을 마음껏 던지고 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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