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리그 8위에서 허덕이는 맨유 떨치지 못한 퍼거슨의 그림자

입력 2013-10-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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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퍼거슨. 스포츠동아DB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시즌 초반 기운이 심상치 않다. 8경기 동안 3승2무3패를 기록하며 리그 8위에 머물고 있다. 벌써부터 리그 우승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사진)이 26년 만에 사령탑에서 은퇴하며 데이빗 모예스 감독이 새로 이끄는 맨유가 이런 위기를 맞기까지 퍼거슨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탓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제는 무엇일까?


● 모예스가 대체하지 못한 퍼거슨의 존재감

19일 영국 내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BBC 매치 오브 더 데이에서는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으로 생방송 중 시청자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말 그대로 충격적이다. 70%%가 노(No), 30%%가 예스(Yes)였다. 리그 우승은커녕 현재 챔스 진출권인 4위도 위태롭다는 반응이다.

퍼거슨이 맨유를 이끈 26년 동안 팀은 전성기를 보냈다. 어느 감독이 와도 대체하기는 힘든 자리였다. 하지만 현지 반응은 퍼거슨의 존재가 아직 너무 크다는 평이다.

모예스가 하는 말보다 퍼거슨의 은퇴 후 활동이 더 이슈화되고, 24일 출시되는 퍼거슨 자서전이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퍼거슨은 은퇴 후에도 꾸준히 팬들에게 ‘새로운 감독을 응원해 달라’고 강조해 왔지만 여전히 그의 그림자는 모예스가 떨치지 못하고 있다.

맨체스터 구청은 경기장 근처 도로를 ‘Sir Alex Ferguson Road’로 이름을 바꿨고 팬들은 ‘퍼거슨 로드’를 통해 경기장으로 향하며 SNS를 통해 인증샷을 띄우기도 한다.


● 맨유보다 더 화제인 퍼거슨 자서전 출간

24일 자서전 출시를 앞두고 퍼거슨은 팬 사인회, 출간 기념 전국 토크투어 등 활발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맨체스터, 런던, 더블린, 그의 고향 글래스고 등에서 토크 공연 투어를 28일부터 한 달 간 진행한다. 맨체스터 일정은 티켓 판매 시작 2분 만에 1700여석이 매진됐다. 맨유의 부진을 걱정해야 할 시점에 전 감독의 책 출간이 전국의 커다란 관심을 받는 것이 모예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19일(한국시간) 맨유가 홈에서 사우스햄튼과 무승부를 기록한 날 구단 방송 채널 MUTV는 하필이면 퍼거슨 스페셜 인터뷰를 방송했다. 좋지 않은 구단 상황에서 퍼거슨의 인터뷰가 그를 더 그립게 만들었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물론 퍼거슨만을 탓 할 수는 없다. 자서전 출간 계약을 맺었을 때는 맨유가 이렇게 해맬 지 아무도 예상 못했다.

아스널 웽거 감독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맨유를 우승후보에서 제외시키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했다. 현재 아스널은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웽거는 “98년에 아스널도 12점을 뒤지고 있었지만 리그 역전 우승을 해냈다. 불가능이란 없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 않나. 벌써 맨유가 우승을 못한다고 단언 짓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런던(영국)|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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