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다저스 유망주 시거 “내가 포스트 유리베라고?”

입력 2013-10-29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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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시거(LA 다저스).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후안 유리베(34·LA 다저스)의 재계약 문제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지난 25일(한국시간) 기사를 통해 “LA 다저스가 올 시즌 후 또 다시 FA 신분이 된 3루수 유리베(34)와 재계약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유리베는 류현진(26)의 ‘절친’으로 알려지며 한국팬들에게도 낯익은 선수. 시즌전까지만 해도 3루수 백업요원 정도로 생각됐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주전자리를 꿰차며 타율 0.278 12홈런 50타점의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줄곧 안정된 수비를 펼쳐 최근 내셔널리그 3루수 골드글러브 후보에도 올랐다.

하지만 ESPN은 “다저스는 젊은 선수를 원하는데 유리베는 34세로 나이가 많다”며 “게다가 다저스 유망주 코리 시거(19)가 점차 메이저리그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SPN은 또 “유리베의 나이를 고려할 때 다저스는 결코 다년계약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시거의 나이를 감안하면 유리베와 2년 정도의 단기계약이 무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유리베는 최소 3~4년의 다년계약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ESPN이 언급한 시거는 과연 어떤 선수일까?

시거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으로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다저스의 1차 지명(전체 18번)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당시 그의 계약금은 235만 달러(한화 약 25억 원).

뛰어난 신체조건(192cm 98kg)을 지닌 그는 고3 시절 유격수로 뛰며 타율 0.519 10홈런 37타점 13도루 장타율 1.062를 기록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우투좌타인 시거는 기록이 말해주듯 파워와 스피드는 물론 뛰어난 수비력까지 겸비한 흔치 않은 내야수이다.

코리 시거(LA 다저스). 동아닷컴DB


시거는 다저스 입단 첫 해였던 지난해 루키리그에서 타율 0.309 8홈런 33타점 8도루를 기록하며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 싱글 A에서 시즌을 맞은 올해는 타율 0.309 12홈런 57타점 9도루를 기록한 후 시즌 막바지였던 지난 8월 싱글 A 하이로 승격했다. 하지만 그 곳에서는 타율 0.160 4홈런 15타점 1도루에 그쳤다.

시거의 올 시즌 통산성적은 타율 0.269 출루율 0.351 16홈런 72타점 10도루. 그의 마이너리그 두 시즌 수비율은 0.938로 정상급이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은 최근 시거를 다저스 구단 내 최고 유망주 1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시거를 포함, 그의 3형제 모두가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 시거의 큰형 카일 시거(26)는 시애틀의 주전 유격수로, 작은 형 저스틴 시거(21)는 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 A팀 1루수로 활약 중이다.

시거는 현재 마이너리그 최고유망주들만 참가할 수 있는 애리조나 가을리그(AFL)에서 뛰고 있다. 지난해 프로에 입단한 시거가 벌써 AFL에서 뛴다는 것은 그만큼 다저스의 기대와 관리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지난 주말 미국 현지에서 시거를 만나 인터뷰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시거의 부모가 찾아와 아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시거의 부친에게 ‘3형제가 모두 프로에 진출한 것을 보면 당신의 몸에 특별한 야구 DNA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미소와 함께 “아이들이 열심히 한 결과”라며 뿌듯해 했다.

다음은 시거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좋다. 특히 AFL에서 다저스 스프링캠프 장소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곳 시설도 훌륭하고 날씨도 좋아 매우 만족하고 있다.”

코리 시거(LA 다저스)가 자신의 부모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닷컴DB


-당신을 포함한 3형제 모두 프로야구 선수이다.

“(웃으며) 그렇다.”

-부모님이 매우 흡족해할 것 같다.

“특히, 아버지가 그렇다. 아버지도 야구선수였는데 프로에 진출하지 못하고 대학 때까지만 야구를 했다. 어찌보면 아버지의 한을 우리 아들들이 풀어준 셈이다.”

-야구를 시작한 것은 아버지 때문이겠다.

“그렇다. 아버지 때문에 야구를 시작했고 우리 3형제 모두 야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셨다.”

-프로 2년차인데 벌써 AFL에서 뛰고 있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우선 AFL에 참가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특히 이 곳 경기력 수준이 높아 배울 점이 많다. 게다가 팀 동료들도 좋고 시설도 훌륭해 만족하고 있다.”

-당신에 대한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매우 크다. 부담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물론, 가끔은 경기 전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평소와 다를 게 전혀 없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당신을 ‘포스트 유리베’로 전망하고 있다.

“내가 포스트 유리베? (웃으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유리베는 메이저리그 경력도 풍부하고 실력도 좋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다저스의 주전 3루수로 뛸 수 있는 것이다.”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유리베와 당신을 비교했을 때 ‘적어도 이 점만큼은 내가 유리베보다 낫다’라고 할 수 있는 게 한 가지는 있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유리베는 경험도 많고 실력도 좋다. 내가 유리베보다 낫다라고 할 수 있는 건 ‘어리다’는 것 외에는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코리 시거(LA 다저스)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동아닷컴DB


-최근 미국 언론에서 당신의 메이저리그 데뷔를 2015년으로 예상했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다면 영광스럽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항상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전에 당신 기록을 살펴보니 올 시즌 3루수로 한 경기에 출전했다.

“잘못된 정보다. 당시 3루수로 출전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경기가 시작된 후 곧바로 유격수와 자리를 바꿨다.”

-그렇다면 야구를 시작한 후 3루수로 뛴 경험은 전무한가.

“그렇진 않다. 고등학교 섬머시즌 때 2~3 경기 정도 3루수로 뛴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늘 유격수로만 뛰었다.”

-만약 다저스가 당신을 3루수로 전향시킨다면?

“그 것에 대한 반감은 없다. 다만 (웃으며) 좋은 3루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자면?

“지난해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다저스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을 때다. 당시 TV에도 나오고 해서 기분도 좋고 많이 행복했다.”

-3형제 모두 야구선수이다 보니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것 같다.

“그렇다. 거의 매일 야구 이야기를 한다.”

-시즌 중에도 그런가?

“그렇다. 거의 매일 큰형과 전화로 야구 얘기를 한다. 특히 큰형은 메이저리그 선수이기 때문에 작은 형과 내가 지금 겪는 과정을 이미 다 경험했다. 그래서 시즌 중에도 매일 밤 큰형에게 전화해 조언을 구하는 편이다. 작은형과도 자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다. 형제가 모두 야구선수이다 보니 서로 의지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코리 시거의 작은 형인 저스틴 시거(오른쪽)와 최지만. 동아닷컴DB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선수가 있다면?

“뉴욕 양키스의 유격수 데릭 지터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지터는 야구에 대한 센스는 물론, 정말로 야구를 잘하는 뛰어난 선수다.”

-신체조건이 좋아 다른 운동도 잘할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잠시 농구도 했다. (웃으며) 하지만 내가 잘했는지는 모르겠다. 평생 야구만 했고 야구가 가장 좋고 그래서 야구를 제일 잘한다. 하하.”

-당신도 별명이 있나?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내 이름 ‘시거’를 별명처럼 부른다.”

-야구 선수이다 보니 징크스가 있을 것 같다.

“(웃으며) 그렇다. 나는 미신을 믿는 편이라 징크스가 있다. 그렇다고 특별한 것은 아니고 경기 전 같은 일을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하는 정도다. 경기 중 타자 대기석에서도 늘 하던 대로 준비를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막상 타석에 들어서도 신경이 쓰여 집중이 잘 안될 정도다.”

-끝으로 시거에게 ‘야구’란 어떤 것인가?

“나에게 야구란 ‘코리 시거’가 누구인지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필드에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할 때는 다저스의 일원임을 나타내기도 한다. 평생 야구만 생각하고 야구만 했기 때문에 야구는 내 뿌리이자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 귀한 시간 고맙다. 빠른 시일 내에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고맙다. 그럴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 하겠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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