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 사커에세이] 울산 이기는 축구, 김호곤 리더십에 물어봐

입력 2013-1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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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울산 현대의 파죽지세는 김호곤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다. 10월30일 서울전에서 승리하며 손을 들어 팬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김종원 기자|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올 시즌 울산 현대의 파죽지세는 김호곤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다. 10월30일 서울전에서 승리하며 손을 들어 팬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김종원 기자|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기면 빛이 나고, 지면 바랜다. 감독도 우승(승리)해야 명장 소리를 듣는다. 아무리 뛰어난 지략가라도 이기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전 세계 수많은 명장 중 가장 빛나는 지도자를 꼽으라면 아마도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일 것이다. 맨유에서만 27년간 감독생활을 하며 49차례나 우승했다. 21세기 최고의 감독이라 할만하다. 자신의 능력을 우승이라는 결실로 엮어낸 마술사였다. 그의 리더십은 기초를 튼튼히 하고, 리빌딩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승리를 위해 모든 걸 집중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만큼 이기는 경기를 잘했다.

퍼거슨과 견주기는 좀 그렇지만 이기는 경기에 관한 한 국내 최고는 울산 현대 김호곤(62) 감독이 아닐까 싶다. 국내 감독 중 유일한 60대다. K리그 클래식 14개 구단 감독 중 40대는 8명, 50대 4명이고, 김 감독과 경남 페트코비치(68) 감독이 환갑을 넘었다. 경험만큼이나 노련미가 묻어난다.

울산은 올 시즌 공수가 가장 안정된 팀으로 평가 받는다. 견고한 수비에 다양한 공격옵션으로 파죽지세다. 가장 먼저 20승 고지를 밟았고,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확보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다.

사실 올 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울산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았다. 지난 해 AFC 챔스리그 우승 당시 멤버들이 대거 빠지면서 전력이 약화됐다. 하지만 그 공백을 김 감독의 원숙해진 리더십으로 채웠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이기는 경기를 펼쳐 상대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울산의 가장 큰 힘은 이기는 법을 아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김 감독이 올 들어 많이 변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변한 건 없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선수들이 완전히 녹아들면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풍부한 지도자 경험으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그는 심리전에 강하다. 선수를 통솔할 수 있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밀고 당기는 건 그의 장기다. 상대팀 감독과의 수 싸움에서는 언제나 우위다. 자기 팀 장점의 극대화는 물론이고 상대 약점을 물고 늘어져야 이긴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시즌 레이스의 전략도 빛난다. 중반까지는 선두로 치고 나가기보다는 추격권에서 기회를 엿봤다. 집중 견제를 받는 1위 보다는 한발 뒤에서 힘을 비축한 뒤 뒤집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런 노련함이 울산의 힘이었다.

부드러움도 장점이다. 선수들과 스킨십이 자유롭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몸에 배었다. 여기엔 칭찬과 배려, 소통이 녹아 있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다. 가벼운 농담 속에도 사기를 북돋우는 기운이 있다. 선수의 잘못도 의도된 게 아니면 눈감아준다. 그라운드 밖에선 인생 상담도 자주한다. 그의 조언은 어린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된다. 국내 최장신(196cm) 공격수 김신욱이 올해 부쩍 성장한 것도 김 감독의 도움이 컸다. 이처럼 그는 아들뻘과도 소통이 자연스럽다. 김 감독은 “지난해 큰 일(AFC 챔스리그 우승)을 치르면서 선수들과 믿음이 생겼다. 올해 부쩍 선수들과 가까워진 이유다”고 했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니 성적도 올랐다는 것이다.

지도자 생활 동안 아직 K리그 정규리그 우승이 없는 김 감독. 부드러운 미소 속에 감춰진 창끝은 우승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정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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