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 스포츠동아DB
목동구장에서 농협 계열사 광고 촬영
쌀쌀한 날씨의 촬영장서 종일 웃음꽃
넥센 선수들 훈련 방해될까 살금살금
훈련 마무리 기다린 후 선후배와 인사
‘괴물’이 목동을 기습했다.
뜨거웠던 한 시즌이 끝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4일 목동구장. LA 다저스 류현진(26)이 농협은행 광고 촬영을 위해 모습을 나타냈다. 농협은 이달 초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인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과 2년간 광고모델 계약을 했다. 류현진은 앞으로 농협금융그룹의 전 계열사 광고에 얼굴을 비칠 예정. 이날의 촬영은 그 첫걸음이었다.
류현진은 촬영장비로 둘러싸인 목동구장 마운드에 서서 투구하는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한화 시절 종종 올랐던 마운드라 그런지 무척 익숙한 모습. 대신 그가 입은 흰색 농협 유니폼 뒤에는 류현진의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99’가 아닌 ‘100’이 찍혀 있었다. 시종일관 활기차게 촬영에 응하는 류현진 때문에 쌀쌀한 촬영장에 끊임없이 웃음꽃이 피었다.
때마침 이날 목동구장에선 가고시마 마무리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넥센의 주축 선수들이 개인훈련에 한창이었다. 류현진으로선 오랜만에 한국의 동료들과 만나 인사를 나눌 기회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자신의 촬영이 넥센 선수들의 훈련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까 우려한 듯, 그라운드 밖에선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화장실을 갈 때도 넥센 선수들의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멀리 돌아가는 쪽을 택했고, 훈련 스케줄이 모두 끝날 때까지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오후 3시쯤 넥센의 모든 훈련이 마무리되자 비로소 활동을 개시(?)했다.
류현진은 기다렸다는 듯 넥센의 라커룸과 웨이트트레이닝장을 차례로 찾아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지인들을 위해 류현진의 사인을 받아가려 했던 몇몇 동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돈 것은 물론. 복도에서 만난 넥센 김민성에게는 “최고의 타자! 올해 정말 잘 했더라. 비결이 뭐야?”라고 물으며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류현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넥센의 한 선수 역시 “정말 대단한 스타가 돼서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대하기 어려울 줄 알았더니, 오랜만에 봤는데도 그대로라 더 반갑고 편했다”고 귀띔했다. 광고도 찍고, 선후배도 만난 ‘코리안 몬스터’. 한국에서의 또 다른 하루는 그렇게 신나게 지나갔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