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해외 경기 부적응 선수들 정밀 점검도
축구대표팀 홍명보(사진) 감독의 노림수는 뭘까.
한국은 19일 밤 11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자빌 스타디움에서 유럽 강호 러시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평가전이다. 올 초 축구협회는 11월의 두 차례 A매치를 모두 국내에서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6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원정 평가전을 건의했다. 11월15일 스위스와 평가전은 장소 변경이 여의치 않았다. 협회는 11월19일 두 번째 평가전이라도 해외에서 치러야겠다는 결론에 급히 상대 섭외에 들어갔고, 결국 러시아로 낙점됐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스위스전을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가 두바이로 떠나 그곳에서 러시아와 평가전을 마친 뒤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러시아와 대결을 받아 들였다.
주목할 점은 홍 감독이 원정 평가전을 강력하게 원한 이유다. 월드컵 리허설 차원이다. 내년 월드컵은 브라질에서 열린다. 한국 입장에서는 원정이다. 홈과 원정은 경기준비부터 기후, 관중, 훈련장 분위기 등 모든 면이 낯설다. 이런 점을 선수들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
선수파악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베테랑 지도자들은 “국내에서는 펄펄 날다가 해외만 가면 적응 못하고 주눅 드는 선수들이 꼭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이번 원정을 통해 이런 선수들을 가려내고 향후 최종명단 선발에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원정 평가전은 힘들다. 질 확률도 높고 경기내용도 국내에서 할 때보다 매끄럽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홍 감독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최종 고지는 내년 본선이다. 설사 실패한다 해도 분명 배울 부분이 있다는 게 홍 감독 판단이다. 홍 감독은 두바이 현지 인터뷰를 통해 “빡빡한 일정임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이 스케줄을 미리 알고 있었고 완벽한 상황이 아니지만 견뎌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팀에 가장 많이 필요한 것이 경험이다. 완벽히 좋은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