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봅슬레이-스켈레톤 스타트 연습장에서 스켈레톤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 스켈레톤은 심리적, 감각적 요소가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종목이다. 동아일보DB
■ 과학으로 본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Skeleton)
봅슬레이·루지와 달리 머리 앞으로 엎드려타는 종목
시각 청각 촉각 후각 운동감 등 코스 느끼며 질주
온몸을 사용해 방향 전환…얼음벽에 부딪히기도
충분한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실전감각 유지 관건
동계스포츠에서 썰매 종목은 스켈레톤, 봅슬레이, 루지다. 이 종목들은 동일한 트랙에서 경기를 한다. 그러나 봅슬레이, 루지와 달리 스켈레톤은 머리를 앞으로 하고 엎드려 썰매를 탄다. 최고 시속이 140km 정도에 이르며, 어깨나 무릎 등 온몸을 사용해 방향을 전환하기에 매우 짜릿한 종목이다. 다만, 봅슬레이처럼 기구에 타지 않기 때문에 트랙의 얼음벽에 몸이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스켈레톤은 스타트 때 최대 속력으로 썰매를 잡고 뛰다가 썰매에 뛰어올라서는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코스를 기억하면서 코스에 맞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 같은 트랙에서의 기록경기에서 불안해하거나 긴장하게 되면, 선수는 본인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따라서 경기에 대비해 몸과 마음을 모두 준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심리적 전략이 필요하다.
스포츠심리학에선 운동선수들이 경기에서 자신의 최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미지 트레이닝, 즉 심상(心像) 훈련을 권고한다. 많은 선수들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는 있지만, 선수들 대부분은 심상을 그저 이미지만을 머리에 떠올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경기에 더욱 도움이 되기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고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상은 모든 감각을 동원해 마음속으로 어떤 경험을 떠올리거나 새로 만드는 것이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운동감각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해 선명하게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켈레톤 선수가 스타트 때 눈앞에 보이는 코스를 그리며(시각), 얼음에 썰매가 미끄러지는 소리를 떠올리며(청각), 썰매 위 자신의 몸에 닿는 느낌을 기억하며(촉각), 그 후 코스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감각들을 떠올리며 코스를 지나 피니시 지점에 도착하는 자신을 그려보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뿐 아니라 이때의 긴장감, 짜릿함과 같은 감정도 느껴본다.
현재 경기가 잘 안 되는 선수들은 자신이 제일 잘 했던 과거의 경기를 심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부상을 당해 재활 중인 선수들은 실제로 훈련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감각을 유지할 수도 있다.
심상도 다른 훈련과 마찬가지로 한번만 한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수시로 여러 번에 걸쳐 연습해야 한다. 심상은 연습 전, 휴식시간, 자유시간 등에 연습할 수 있다. 또 경기 전에 하는 심상은 집중력을 높이고 경기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가능케 한다.
심상이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심리신경근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심상을 하는 동안 뇌와 근육에 실제 동작을 할 때와 유사한 전기자극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어떤 동작을 머릿속에서 아주 생생하게 떠올리면 실제로 몸을 움직일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신경자극이 근육에 전달되고 근육에는 미세한 수준의 근육활동이 일어나게 된다.
“머릿속에 내가 가야 할 코스를 그려보자. 우선 스타트 라인에서 힘차게 뛰어서 썰매에 오른다. 썰매가 얼음과 닿는 소리가 들린다. 첫 코스가 보인다. 왼쪽 어깨를 살짝 움직여 코스를 통과한다. 또 다른 코스가 보인다. 이번엔 오른쪽이다. 성공적으로 통과한다. 그렇게 리듬을 타고 부드럽게 물 흐르듯 흘러간다. 드디어 피니시 라인이다. 기록 경신이다!” 이런 느낌으로 온 감각을 활용해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보자. 승리가 가까워진다!
김영숙 박사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동아·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