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시즌 LPGA는 박인비만 보였다. ‘골프여왕’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에 이어 상금랭킹 1위까지 지켜내면서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라 행복한 2013년 시즌을 마무리했다. 박인비로 시작해 박인비로 끝난 2013시즌에 이어 내년 시즌 그가 보여줄 기록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KB금융그룹
태극낭자 11승·상금 1천만달러 합작…美·유럽 압도
‘골프여왕’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2013시즌의 대미를 깔끔하게 장식했다. ‘올해의 선수’에 이어 상금랭킹 1위까지 지켜내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박인비는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장(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 CME그룹 타이틀 홀더스(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일 경기에서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쳐 5위에 올랐다. 상금 6만3106달러를 추가한 박인비는 시즌 총상금 245만6619달러(약 26억917만원)로 상금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미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지은 박인비는 상금랭킹 1위까지 지켜내면서 2013시즌을 화려하게 마감했다.
● 메이저 3연승 포함 6승
박인비에 의한, 박인비를 위한, 박인비의 LPGA 투어였다.
2013년 박인비가 쓴 기록을 대단하다. 골프 역사상 첫 그랜드 슬램 도전부터 올해의 선수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출발은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였다. 연장 접전 끝에 시즌 첫 승을 기록한 박인비는 이후 5개의 우승트로피를 추가했다. 6월 US여자오픈까지 6승을 쓸어 담았다.
시즌 6승은 2001년과 2002년 박세리가 세운 한국선수 한 시즌 최다 우승(5승)을 넘어선 새 기록이다. 특히 6차례의 우승 가운데 메이저 우승이 3번이다. 4월 나비스코 챔피언십, 6월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이 역시 박세리가 갖고 있는 한 시즌 최다 메이저 우승(2승·1998년)을 뛰어 넘었다.
한국선수의 역대 최장기간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박인비의 몫이다. 4월15일(한국시간)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른 박인비는 33주째 지존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인비 이전엔 신지애(25·미래에셋)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5주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대미는 ‘올해의 선수’ 수상이다. 한국선수 중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대기록을 박인비가 해냈다.
올해의 선수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박인비는 지난해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와 상금랭킹 1위에 올랐다. 모자람 없는 성적이지만 처음은 아니었다. 상금랭킹 1위는 신지애(25·미래에셋)와 최나연(26·SK텔레콤)이 한 차례씩 기록했고, 베어트로피 역시 박세리(2003년), 박지은(2004년), 최나연(2010년)에 이어 세 번째 수상이다.
‘올해의 선수’는 한 시즌 가장 화려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LPGA 투어에서는 별도로 상금랭킹 1위에 대한 시상이 없는 만큼 ‘올해의 선수’가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박인비의 기록 도전은 2014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커리어 그랜드 슬램(시즌에 상관없이 4개의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는 기록) 달성이다.
올해 메이저 대회 3연승을 기록한 박인비는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골프 역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4연승(그랜드 슬램)에 도전했다. 아쉽게 기록 달성에 실패했지만 골프 역사상 첫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았다.
그랜드 슬램 달성은 실패했지만 내년 시즌 브리티시여자오픈(또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이 역시 한국선수로는 처음이다.
시즌을 모두 끝낸 박인비는 “올해 목표는 마지막까지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것이었다. 1위 자리도 지키고 올해의 선수와 상금랭킹 1위까지 차지하게 돼 만족스러운 한 해가 됐다”라고 말했다.
● 한국선수 11승…상위 11명 상금 1000만 달러 합작
2013시즌 태극낭자는 11승(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포함)을 합작했다. 2009년(12승) 이후 최다승이다.
11승의 최다 공로자는 박인비다. 혼자서 6개의 우승트로피를 수집했다. 이어 신지애(호주여자오픈), 이일희(바하마 클래식), 박희영(매뉴라이프 클래식), 리디아 고(캐나다 여자오픈), 양희영(하나외환 챔피언십)이 1승씩을 보탰다. 올해 열린 28개 대회 중 40%%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승률이다.
한국선수들은 수입랭킹에서도 미국과 유럽선수들을 뛰어 넘었다. 상금랭킹 35위까지 11명의 한국선수가 포진했다. 이들이 벌어들인 상금만 무려 1018만6384달러다. LPGA 투어 2013시즌 총 상금인 4880만 달러의 약 20%%를 차지했다.
한국낭자는 내년 더 큰 화력을 뽐낼 전망이다. 아마추어 최강 리디아 고(한국이름 고보경)가 프로를 선언하면서 루키 시즌을 맞게 된다.
리디아 고는 남녀 프로골프 최연소 우승(14세9개월5일),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15세4개월2일)을 비롯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영향력 있는 10대’로 뽑힌 주인공이다. 첫 해부터 핵 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 2013시즌 박인비가 세운 기록들
△한국선수 한 시즌 최다승 6승 (종전 박세리 5승-2001, 2002년) △한국선수 한 시즌 메이저 최다승 3승 (종전 박세리 2승-1999년) △메이저 대회 3연승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 이후 63년 만의 기록) △한국선수 첫 올해의 선수 △한국선수 첫 2년 연속 상금랭킹 1위 △한국선수 최장 기간 세계랭킹 1위 (33주 연속 1위-종전 신지애 25주 연속 1위) △한국선수 역대 최다 상금 245만6619달러 (2년 연속 200만 달러 돌파)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