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56-54…경이적인 점수에 가려진 오심

입력 2013-1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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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6일 벌어진 대한항공-러시앤캐시 경기가 끝난 직후 전광판에 56-54란 숫자가 보인다. 오심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그래도 심판 판정을 존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대한항공, 두번째 경고로 레드카드인데…
팽팽한 경기 집중하랴 아무도 실수 몰라
오심도 경기 일부…심판 판정 존중해야

6연패 수렁 빠진 러시앤캐시 ‘번지점프’

NH농협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2라운드 첫 주가 지나갔다. 남자부 키워드는 3개다. 세계기록과 오심 그리고 번지점프다. 여자부는 현대건설의 상승반전, 인삼공사의 하락이 눈에 띈다.


● 농구 같은 스코어 56-54 세계 신기록의 이면

11월26일 인천 계양체육관의 대한항공-러시앤캐시전 3세트에 믿지 못할 스코어가 나왔다. 2-0으로 리드한 대한항공이 3세트도 24-21로 앞서며 매치포인트에 올랐으나 러시앤캐시의 대반격에 듀스를 허용했다. 신생팀의 패기에 대한항공은 56-54로 힘겹게 이겼다. 54-54에서 바로티의 서브 범실에 이은 백어택을 진상헌이 막아내면서 경기는 끝났다. 이긴 대한항공이나 진 러시앤캐시 선수들 모두 경기가 끝나는 순간 탈진해 코트에 누워버렸다.

이날 탄생한 기록은 한 세트 최다득점(110점)과 한 세트 최장시간 경기(59분)다. 종전 한 세트 최장시간 경기는 48분(2013년 1월23일 KAL-현대캐피탈 4세트 34-36), 남자부 한 세트 최다득점은 80점(2008년 4월10일 챔프전 1차전 삼성화재-현대캐피탈 41-39) 여자부 한 세트 최다득점은 82점(2005년 12월31일 KT&G-도로공사 42-40)이었다.

그러나 경기 도중 나온 심판의 판정 미숙으로 세계기록의 의미가 퇴색하고 말았다. 2세트에 경고를 받은 대한항공이 3세트에서 또 경고를 받았는데 레드카드가 돼야 맞고 그 경우 경기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배구연맹은 즉시 오심을 인정했다. 그 뒤 심판진에서 나오는 얘기는 두 가지다.

첫째는 레드카드가 옳다는 것을 알고도 심판이 경기상황 때문에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심판과 기록원 등 모두가 팽팽한 경기결과에 빠져 어느 누구도 이미 경고가 나갔다는 것을 모르고 벌어진 실수라는 것이다.

만일 첫 번째 버전이 맞다면 오심이 아니라 경기조작이다. 더 큰 문제가 된다. 두 번째 버전이라면 현장에 있던 심판과 감독관 등이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면된다. 오심논란은 12월1일 삼성화재-현대캐피탈전에도 나왔다. 이 때문에 온라인이 뜨겁지만 결론은 하나다. 오심도 아쉽지만 경기의 일부라는 것이다. 심판이 흔들릴 경우 리그가 더욱 위태로울 수 있다. 비록 지금 우리 팀이 손해를 보더라도 참고 판정을 존중해야 리그는 발전한다.


● 번지점프 대신 삭발을 택한 선수

러시앤캐시는 11월27일 단체로 번지점프를 했다. 1라운드 6연패에 빠진 뒤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선수들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한 차례 번지점프를 해본 적이 있다던 김세진 감독은 “선수들을 벌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연패의식을 털어낼 계기가 필요했다. 계속 진다고 잘생긴 선수들 머리를 깎으면 여자 팬들이 경기장에 오겠냐”고 했다.

바로티를 제외한 16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40m 높이의 번지점프대에서 다이빙을 했는데 유일하게 포기한 선수가 나왔다. 번지점프 대신 머리를 깎겠다고 했다. 러시앤캐시는 12월1일 우리카드에 져 8연패에 빠지자 임철균 사무국장이 먼저 삭발을 했다. 2명 째 삭발이다. 10연패까지 가면 최윤 구단주가 어떤 결정을 내릴까. 5일 안산에서 벌어지는 LIG손해보험과의 경기결과가 궁금하다. 러시앤캐시의 9번째 경기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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