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국 감독 선임’ 울산 현대의 허술한 행정 도마에

울산 현대가 6일 새 사령탑으로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 조민국(50)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조 감독은 1986멕시코월드컵과 1990이탈리아월드컵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이후 동의대와 고려대 감독을 거쳐 2009년부터 미포조선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울산 구단은 “올해 미포조선을 내셔널리그 통합우승으로 이끄는 등 팀을 2차례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울산 현대와 자매구단 감독으로서 구단에 대해 잘 알고 있어 팀을 새로 정비하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조 감독의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일단 울산을 잘 아는 조 감독이 선수단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의문은 있다. 울산 구단은 이번에도 조 감독의 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준우승으로 이끈 김호곤(62) 감독과 재계약을 발표할 때도 정확한 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낸 까닭에 축구계에서는 김 감독의 계약 연장 기간이 최소 2년 이상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지만 울산은 최초 협상 내용과는 다르게 돌연 입장을 바꿔 1+1(년) 연장을 제시했다. 당연히 김 감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설픈 임기 보장보다 자존심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이에 대해 울산 송동진 부단장은 “사령탑 교체가 너무 급작스럽게 이뤄졌고, 당장 다음 주(10일)에 신인 선수 드래프트과 동계 전지훈련 계획 등 밀린 업무가 산적해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조 감독과 협의만 하고, 계약기간 등 세부 사항은 확정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송 부단장은 또 “추후 조 감독과 계약기간 등이 확정되면 이 사실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감독과 1년 계약연장 사실조차 이미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던 울산이다. 매사 업무를 지나치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말과는 달리 울산은 이번에도 허술한 행정 처리를 했다. 어떤 기업이 신입 직원을 뽑을 때조차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조 감독의 선임 사실을 알리며 계약기간을 함께 발표하지 못했다는 건 감독 계약서를 만들지 못했다는 의미다. 신입 사원이 계약서도 없는 상황에서 업무를 맡지는 않는다.

더불어 임기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신임 감독을 기존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역시 울산이 고려했어야 한다. 울산의 모 선수는 “발표가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 구단 행정 능력이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가장 먼저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대한 확실한 처우 보장부터 해야 하는데 울산은 거꾸로 일처리를 하고 있다. 심지어 김 감독을 비롯한 김정남(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전 감독 등이 1년씩 계약연장을 했을 때도 시즌 내내 신임 사령탑 부임 루머가 도는 등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선수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 감독의 계약부터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잘못은 한 번으로 족하다.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