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장에서는 필요성을 느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문체부, 선수권익보호 차원 제도 도입 계획
일부 감독·선수들 대리인 도입 필요성 주장
“대리인 자격조건·장기적 수익장치 마련부터”
“에이전트제도가 정말 들어오는 건가요?”
LG 한 선수는 최근 에이전트를 맡고 싶다는 사람들의 연락을 적잖이 받고 있다. 다른 선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기저기서 에이전트를 하고 싶다는 이들의 전화를 받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발표한 ‘스포츠 비전 2018’에서 프로스포츠 활성화와 선수권익보호 방안으로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때문에 프로야구계에도 에이전트 제도 도입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필요하다”가 대부분이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았다.
● “필요…그러나 실효성은 글쎄”
롯데 김시진 감독은 에이전트제도 도입에 대해 “적정 시기는 없다고 본다. 선수가 필요하다면 도입해야 하는 것”이라며 찬성했다. 삼성 배영수도 “구단과 (연봉)협상할 때 대리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며 “선수가 구단과 직접 상대하려면서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구단도 ‘제도’에 대해서는 찬성이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솔직히 구단도 선수들과 직접적으로 감정이 상하지 않아도 되고 편하다. 합리적인 결론 도출도 용이하다”고 했고, NC 배석현 단장도 “이제 도입할 때가 됐다”고 찬성했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일부 고액연봉자에 한해 적용될 수 있는 제도”라며 “과연 최저연봉(2400만원) 선수가 에이전트에게 수수료 5%를 떼어줄 수 있겠는가.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느끼지만 전체의 10%, 아니 1%를 위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넥센 구단 관계자 역시 “실질적으로 대다수의 선수들이 에이전트 제도에 관심이 없다”며 “프로야구 ‘페이롤’이 메이저리그나 일본처럼 커지지 않으면 시기상조다”고 꼬집었다.
● “안전장치 있어야한다”
제도의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이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길 에이전트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야구규약 30조에 ‘선수가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차명석 코치는 “자격 기준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일본프로야구도 변호사 대리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만약 에이전트가 야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선수들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축구는 에이전트를 하려면 ‘국제축구연맹 에이전트 자격시험’을 거쳐 FIFA 공인자격증을 따야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류대환 홍보지원부장은 “아직 정부로부터 에이전트 제도 시행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받은 게 없다”고 선을 긋고는 “만약 제도가 도입된다면 면밀한 검토를 거쳐 순차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에이전트가 들어오면 구단운영비가 올라갈 텐데 정부가 구장장기임대 등으로 구단이 정기적으로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보장해줘야 실효성이 있다. 제도만 도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프로야구가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