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대한민국 스포츠 긴급진단] 이에리사 의원 “체육회, 왜 자체 개혁안 못 내놓나”

입력 2014-0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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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리사(60·새누리당) 의원은 체육계의 ‘변화와 쇄신’을 제도화하며 고강도 개혁 작업을 지원 사격하고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설립 및 지원’에 관한 법안 발의가 그 대표적 예다. 원칙 앞에선 타협이 없는 이 의원은 소신과 비전을 갖춘 체육계 리더로 꼽힌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3 올바른 체육개혁 방향은?…이에리사 국회의원의 제언

문체부 개혁 불만? 그렇다면 스스로 개혁안 내놔야
임원 자격 세밀하게 제도화…요건 갖추면 자격 부여
임기 제한 예외를?…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낳는다
체육계 수장 공약 1년뒤엔 이행여부 철저히 따져야


새누리당 이에리사(60) 의원의 이메일 주소는 ‘sarajevo1973’으로 시작한다. 이 의원은 1973년 사라예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세계 정상에 선 ‘탁구 영웅’이다. 선수 은퇴 이후 국가대표 감독, 용인대학교 교수, 태릉선수촌장 등을 거친 뒤 2012년 4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자신을 여전히 “체육인”으로 지칭하는 이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무려 14개의 체육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열정적으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체육계의 가장 큰 현안인 ‘개혁과 쇄신’을 제도화하는 일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소신과 비전을 갖춘 체육계 리더’로 꼽히는 이 의원으로부터 체육개혁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최고의 선수, 지도자, 교수, 체육행정가의 길을 거쳐 여의도까지 진출했다. 그간의 경험들이 어떤 도움이 되는가. 또 어떤 사명을 갖고 있는가.

“모든 과정들이 내가 일할 수 있는 재산을 줬다. 그 경험 덕분에 헤쳐나가고 있다. 1세대 여성체육인으로서 책임감이 크다. 여성체육인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더 반듯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분들 덕에 지금의 내가 있다.”


-여의도에서 보낸 시간들을 돌이켜보자면.

“첫해엔 정신없이 체육 관련 법안을 냈다. 승부조작, 도핑 문제 관련…. 12월 31일 체육유공자법이 법안 발의 1년 4개월 만에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이제 국가대표 선수, 지도자들이 훈련이나 국제경기 중에 사망 혹은 장애를 입게 되는 경우, 심의를 거쳐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법안 통과를 위해 여야 의원님들을 가리지 않고 만났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체육에는 여야가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의원님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체육계를 향해 평소 올곧은 소신을 피력해왔다. 현재 개혁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나?

“미진하다. 박근혜 정부가 ‘체육계는 거듭나야 한다’고 했는데, 무엇이 거듭난 것인가. 그냥 시간만 흐르고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법안을 내니까, 대한체육회(체육회)가 공정체육센터를 출범했다. 사실 그간 공정위원회가 없어서 개혁을 못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의지를 갖고 하는 개혁이 진짜다. 그러나 체육회가 자기 스스로 못하니까, 외부에서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서 내놓은 ‘임원 임기 제한’ 제도 개선에 대해 체육인들의 불만이 많다. 그렇다면 체육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문체부와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체육회가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고, 문체부의 개선안은 ‘행정편의적이다. 전시적이다’ 이렇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체부가 다소 무리한 시각의 제도를 낸 것도 문제지만, 체육회가 그것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와 제도를 내놓지 못한 것은 더 큰 문제다. 국정원도 자체개혁안을 내지 않나. 체육회의 현실과 사정은 자기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 그 속에서 진정한 제도개선이 나올 것이다.”


-체육회 개혁안 중 임원의 임기 제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정년도 70세다.(1999년 이후 피선) 이미 다른 분야에선 30·40대가 한창 열심히 일하고 있다. 반면 체육계에선 여전히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작다. ‘쟨 잘 몰라. 쟨 아직 어려’라고 말할 문제가 아니다. 임원의 자격이 된다면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 자격요건을 세밀하게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 인지도와 공헌도’에 따라 임원 임기 제한에 예외를 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낳는다. ‘인지도와 공헌도’라는 말은 상당히 주관적인 기준이다.”


-임원의 자격요건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나?

“자리는 일하는 곳이지 누리는 곳이 아니다. 경기단체의 회장은 회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예를 들면, 재정적 후원도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준과 자격요건이 제도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경기단체는 사무국장이 자기가 데려온 회장과 불화가 생기기도 했다. 자기의 돈을 내든, 세일즈를 통해 돈을 끌어오든, 회장은 재정적 여건에 대해 약속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공약을 지키지 못한다면, 회장을 그만둬야 할 것이다. 체육회 역시 수장이 내세운 공약에 대해 1년 뒤 점검하고,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이행하라, 책임져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회장이 됐다고 끝이 아니다. 매일매일 공약 이행에 대한 치열함으로 일을 해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것 또한 방조죄다.”


-국정감사에서 이윤재 대한우슈쿵푸협회장의 해외성매매와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그 건은 사실 이미 우슈인들이 청와대에 민원을 넣었던 사안이다. 문체부, 체육회로 내려와서 조사를 했지만, 결국 체육회는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 하지만 이상이 없었나? 체육회가 문제가 있는 협회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알면서도 덮고 갔던 것이다. ‘꼬리 자르기’식으로 간다면 또 언제 터질지 모른다. 체육계를 보면 꼭 1970년대의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다. 여전히 구태의연한 느낌이다.”


-의정활동을 통해 앞으로 체육계에 보탬이 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지난 연말 통과된 체육유공자법을 비롯해 체육인복지법, 국립체육박물관 건립, 태릉선수촌 기능 유지, 이렇게 4가지는 꼭 해결하고 나가고 싶다. 대한민국체육 역사가 100년인데, 아직 등록된 체육박물관이 없다. 이것은 선배에겐 서운하고, 후배에겐 부끄러운 일이다.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한 지어진 올림픽공원에도 체육박물관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이제 체육도 역사다. 태릉선수촌을 진천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2005년 태릉선수촌장이 된 뒤, 선수촌 사용 허가를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태릉 역시 역사의 상징성이 있다. 태릉은 그 이름 하나로 세계에 알려져 있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중심이다. 문화재청과 충분히 협의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태릉이 과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진천선수촌은 태릉의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된다. 태릉선수촌 기능 유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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