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황일수가 구단 클럽하우스 앞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박상준 기자
● 후회되고 또 후회 돼
-제주 이적이 확정되고 대구를 들렀을 때 심정은.
“3일 대구 소집 때 찾아갔다.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 분들께 작별 인사를 드렸다. 강등의 아픔 때문에 미안함이 컸다.”
-첫 프로 팀이고 감회가 남달랐을 텐데.
“대학 졸업하고 처음 입단한 팀이다. 4년간 가족같이 지냈다. 이렇게 강등되고 팀을 옮기려고 하니까 남아있는 선수들과 팬들께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안타깝고 마음이 불편했다. 죄송하다고 해야 할까. 잔류시키고 옮겼으면 좋았을 텐데 그걸 못해서 미안했다.”
-언제 강등이 실감났나.
“경남과 최종전에서 지고 나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가 챌린지(2부)에서 뛴다는 사실이 바로 실감나진 않았다. 그런데 휴가 마치고 다시 소집됐는데 그때서야 ‘우리가 떨어졌구나’하고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들이 많이 생각났다. 기회를 놓친 장면들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최종전에서 제주가 강원을 잡고 대구가 경남을 꺾으면 잔류 희망을 그릴 수도 있었다.
“자력으로는 힘든 상황이라 제주가 강원을 이겨줬으면 했다. 근데 강원이 오히려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더라. 후반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원이 3-0으로 이기고 있다고 들었다. 힘이 빠졌다. 제주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실력인데 왜 힘을 못 쓸까 안타까웠다.”
잔류와 승강PO를 앞둔 지난해 11월30일 시즌 최종전. 13위 대구는 강원에 승점2 뒤졌다. 자력으로 PO 진출권(12위)을 확보하긴 힘든 상황이었다. 대구는 경남과, 강원은 제주와 경기를 남겨놓았다. 제주가 반드시 이겨야만 대구도 역전을 노려볼 만 했다. 그러나 희망은 모두 물거품 됐다. 강원이 후반 초반까지 제주를 3-0으로 몰아붙였다. 대구는 경남과 0-0으로 비기면서 2번째 강등의 제물이 됐다.
● 특급 도우미 있으매
-제주 분위기는 어땠나.
“5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했다. 시설이 잘 돼 있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대구는 클럽하우스가 없어 환경이 척박했다.”
-적응이 어렵지 않나.
“새 팀에 와서 정신이 없다. 서먹서먹하긴 한데 이용, 오주현 등과 미리 알고 있어 많이 의지하고 있다. 훈련하면서 친해지고 있다. 여기오니까 저도 중고참이 돼 있더라(웃음). 어린 선수들도 잘 따르려고 하고, 선배들은 잘 이끌어주려고 한다.”
-박경훈 감독님 첫 인상은.
“제주와 경기 때마다 봬서 낯설진 않다. 첫 인상을 강조하셨다. 그래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하셨고.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고 믿음을 주셨다.”
-프로 첫 이적인데.
“감회가 새롭다. 프로 입단 당시의 마음이 들더라. 부담감도 없지 않지만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모습 보여주겠다.”
-제주 중원이 강하다. 황일수의 측면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데.
“욕심이 크다. 송진형, 윤빛가람 등 패스 좋은 선수들이 많아 제가 뛰는 족족 패스를 잘 넣어줄 것으로 본다. 스피드가 장점이라 배후침투 등에서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다. 대구 시절보다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웃음). 공격포인트 15개가 목표다. 10골 이상 넣고 싶다.”
황일수는 제주의 정교한 패싱 플레이와 어우러져 많은 골을 자신했다. 특히 여름 들어 급강하하는 제주의 경기력에 반전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체력은 자신 있다. 강철 체력으로 제주의 새 시즌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아직 국제무대에 서보지 못했다. 4위 안에 들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고 싶다. 외국 선수들과 붙어서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다.”
-국가대표팀 욕심은.
“욕심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제주에서 잘 하면 되지 않을까. 대구에서 (이)지남이형이 첫 대표팀에 뽑혔는데 배가 많이 아팠다(웃음).”
서귀포|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