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아들 김재현씨 “야구 가르침? 캐치볼 한 번뿐”

입력 2014-01-2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롯데 김시진 감독(오른쪽 사진)의 아들 재현 씨가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야구 감독의 가족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재현 씨는 야구선수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원으로 변신해 힘차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고 있다. 사진제공|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롯데 자이언츠

■ ‘김시진 감독의 아들’ 재현씨의 추억

야구감독의 아들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인생일까. 롯데 김시진 감독(56)의 아들 재현(31) 씨를 만나기 전, 아버지와 추억이 될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가져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같이 찍은 마땅한 사진이 없다”며 말을 흐렸다. 야구감독이란 특수직업을 가진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가거나 명절을 보낸 기억이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라던 아버지
야구는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더라

넥센서 경질 땐 정년퇴직하신 느낌
아버지 관련 기사마다 꼼꼼히 체크
올해 롯데 성적? 잘되면 좋죠 하하

● 내 아버지 김시진


아버지 김시진은 가정에서 어떤 스타일일까. “집에서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시다. 자식이라고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으시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라’고 말씀하신다.” 그 덕에 재현 씨와 여동생은 스스로 선택하는 인생을 살았다. 재현 씨가 야구선수를 하다가 뒤늦게 스포츠마케팅 공부로 진로를 바꾸고, 현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아들의 선택을 지지했다. 유명인 아버지를 뒀기에 어렸을 때부터 ‘누구의 아들’로 불렸다. 어렸을 적엔 ‘개인 김재현’으로 인정받고 싶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됐다. 그래서 더 처신을 조심한다.


● 캐치볼 한번이 전부

재현 씨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외야수로 시작해 투수까지 했다. 그러나 고교 때,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길을 바꿨다. 전설적 투수이자 명투수코치로 이름난 김 감독은 아들이 야구를 할 때,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재현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캐치볼 한 번 한 것이 전부였다. 그때 아버지 연세가 40대 후반인데도 ‘무언가 다른’ 느낌이 오더라”고 떠올렸다. 재현 씨는 “유명학원 강사 아들이라고 모두 서울대 가는 것은 아니잖느냐”며 웃었지만 “아마 내 학교 코치님들을 생각해서 아버지가 손을 안 대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재현 씨는 오후 6시면 꼭 야구를 본다. 사회인야구도 한다. 선수 출신이다 보니 궁금한 것이 더 많을 법한데, 아버지에게는 절대 묻지 않는다. “상대를 안 해주신다”고 웃지만 가족끼리만 통하는 어떤 배려심이 묻어난다.


● 최후의 보루, 가족

재현 씨가 돌아봤을 때, 가족이 가장 위기감을 느꼈던 시간은 2012년 9월 김 감독이 넥센 사령탑에서 중도 경질됐던 때였다. 그해 11월 김 감독이 롯데 사령탑으로 낙점되기까지 약 3개월간 아버지는 실업자 신세였다. 재현 씨는 “아버지가 정년퇴직한 느낌이었다. 그 기간 아버지는 산에 다니셨다. 그냥 ‘쉬고 싶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거실에서 만나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낯설었다. 아버지가 감독으로 복귀했다고 가족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인터넷 악성 댓글은 피할 수 없다. 재현 씨는 “일단 아버지 이름이 걸린 기사는 다 보게 된다. 누가 욕하는데 안보겠는가”라며 웃었다. 물론 아버지에게 전달하지는 않는다. 나름 내성도 생겼다. 그래도 뜻하지 않게 힘들 때가 있다. 재현 씨는 “작년에 식당에서 아는 형들과 저녁을 먹는데 롯데 경기가 나왔다. 옆 테이블에서 아버지 욕을 막 하더라. 오히려 나보다 형들이 불편해해서 가게에서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이 인기구단 롯데의 사령탑을 맡은 뒤 가족은 격한 반응을 훨씬 자주 접한다. 재현 씨는 “지난해 12월에 결혼식을 했는데 거기까지 롯데 팬들이 오더라”며 웃었다.

‘올해 롯데의 전력이 보강돼 기대가 크겠다’고 하자 재현 씨는 웃었다. “제가 뭘 압니까? 잘되면 좋죠. 그렇지만 저는 낙관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상황에서도 최악을 대비하는 것, 감독의 가족은 그렇게 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