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올해는 아버지 칭찬 꼭 듣고 싶습니다”

입력 2014-01-2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넥센 강정호. 스포츠동아DB

■ 10개 구단 선수 10명 타국서 띄우는 편지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가족과 친지들이 모두 모여 세배를 하고 떡국을 나눠먹는다. 이웃이나 특별한 이들에게 인사를 올리고 덕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야구선수들에게 설은 남의 일이다. 이맘때면 해외전지훈련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구슬땀을 흘리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는 설날을 맞아 해외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프로야구선수들에게 편지를 쓸 기회를 마련했다. 10개 구단 대표선수 1명씩, 총 10명이 마음속에 담아뒀던 인사를 지면을 통해 대신 전한다.


● 넥센 강정호가
아버지(강성수 씨)에게

“최고의 성적 들고 아버지 앞에 당당히 서겠습니다”

아버지, 저 장남 정호입니다. 올해도 또 한 번의 설이 찾아왔네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세배하러 다니던 생각이 많이 납니다. 프로야구선수가 된 뒤로는 한번도 가족과 설을 함께 한 적이 없어서 더 아쉽네요. 올해 무척 중요한 시즌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아쉬움을 훈련으로 달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즌이 끝난 뒤 한번도 아버지에게 “수고했다, 잘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칭찬보다는 늘 “자만하지 말고 좀더 잘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해주셨죠. 제가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잘 알고 계시죠? 올 시즌 후엔 꼭 아버지께 야단 대신 칭찬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한국에 돌아가면, 그때 우리 가족만의 명절을 함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삼성 심창민. 스포츠동아DB



● 삼성 심창민이 아버지(심재동 씨)에게

“9시간 대수술 이겨내신 아버지…막내가 응원하겠습니다”


아버지, 막내아들 창민입니다. 제가 괌 전지훈련을 온 뒤 23일 아버지께서 수술을 하셨잖아요. 설이지만 부모님이 병상에 계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네요. 아픈 내색 한번 없으셨잖아요. “간이 안 좋다”는 말씀만 하셔서 저로선 병명도 모르고, 얼마나 아프신지 알 턱이 없었네요. 어머니가 전화로 “수술 잘 되셨다”고 하니까 안심도 되지만 9시간이나 걸리는 대수술을 하셨다니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강한 분이시니까 잘 이겨내실 거라 믿어요. 괌 오기 전날 아버지께 드린 약속을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아시안게임국가대표팀에 뽑힐 수 있도록 시즌 준비 잘 할게요. 멀리서 아버지를 응원하겠습니다. 아버지도 꼭 건강 회복하셔서 올 시즌에도 야구장에 오셔서 아들 응원해주세요. 힘내세요, 아버지!

SK 최정. 스포츠동아DB



● SK 최정이 아버지(최순묵 씨)에게

“늘 그늘이 되어 주신 아버지 은혜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아버지. 전화로만 안부를 여쭙다 이렇게 펜을 드니 어색하고 쑥스럽네요. 한국에서 몸 건강히 잘 계시죠? 플로리다는 저에게 ‘약속의 땅’입니다. 여기서 훈련하면 항상 캠프 마칠 때쯤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가요. ‘올해는 어떤 좋은 일이 나에게 있을까?’ 하는 설렘이 생기고요. 늘 명절엔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네요. 불효자를 용서하십시오. 하하하. 가족과 함께한 잔잔한 시간과 추억들이 없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그 대신 아들은 항상 씩씩하고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으로 열심히 살 테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십시오.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늘 푸른 소나무처럼 저에게 그늘이 되어주시는 은혜, 가슴에 깊이 새기며 열심히 운동하겠습니다. 청마년 새해엔 더욱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 두산 유희관이 팀 동료들에게

“선·후배 여러분 올해는 마지막 경기에서 꼭 웃자구요”


두산 베어스 선·후배님들, 올해도 어김없이 명절이 찾아왔습니다. 이번 설도 타국에서 함께 맞게 됐네요. 지난해는 우리 팀에게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해였습니다. 힘들 때 함께 뭉쳐서 잘 이겨내왔고, 슬픔과 서운함도 함께 나눴습니다. 지난해엔 마지막 경기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올해엔 마지막 경기에서 꼭 동료들과 함께 기쁨의 환호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해 많은 선배님들이 떠나고 감독님마저 떠나시면서 우리 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지만, 작년에 아픔을 함께 이겨냈듯이 똘똘 뭉친다면 또다시 ‘허슬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스프링캠프 충실히 임해서 부상 없이 선·후배님들과 함께 멋진 시즌을 치르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두산 베어스 파이팅!

NC 이재학. 스포츠동아DB



● NC 이재학이 야구팬들에게

“팬들의 응원이 제겐 보약…올해도 많이 먹여주세요”


안녕하세요. NC 다이노스 투수 이재학입니다. 설날 편지를 누구에게 쓸까 많은 고민을 하다 팬들에게 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지 못해 이렇게라도 신문을 통해 안부 여쭙고 싶었어요. 저는 지금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있습니다. 이 곳에서 이렇게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팬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훈련이 힘들어질 때면 마산구장에서 관중들이 크게 외쳐주셨던 응원의 함성 소리를 기억해냅니다. 제게 가장 큰 보약이 바로 팬분들의 그 응원 목소리거든요. 올해도 NC 다이노스와 이재학을 열심히 응원해주세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저도 팬들께서 이번 명절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 가득한 시간이 되실 수 있도록 멀리서나마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LG 이진영. 스포츠동아DB



● LG 이진영이 김기태 감독에게

“감독님 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못할 땐 질책도 해주세요”


감독님, 진영입니다. 매일 야구장에서 뵙는데 편지로 설날 인사를 드리자니 좀 쑥스럽네요.

이제 애리조나 캠프 일정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바라보시는 감독님을 보면 든든하답니다. 막상 주장이 되고 보니 저 혼자만이 아닌 모든 선수들을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에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지나가시며 건네주시는 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항상 선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많은 대화를 나눌 겁니다. 제가 주장을 하는 동안 팀워크가 더욱 단단해지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많이 부족하지만 지켜봐주시고, 못할 땐 따끔하게 질책해주세요. 감독님이 혼내셔도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감독님을 믿으니까요. 감독님, 항상 건강하십시오.



KIA 김진우. 스포츠동아DB


● KIA 김진우가 아내(김혜경 씨)에게

“명절에 자기 혼자 있게 해 미안…대신 15승 선물할게”


매일 통화하면서 이렇게 글로 말을 전하려고 하니 영 쑥스럽다. 비가 자주 오는 것 빼고는 여기 괌 생활은 괜찮아. 처음 왔을 때보다 비도 줄었어. 얼마 전엔 하프피칭에도 들어갔고, 팀 동료들과 훈련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어. 지난해 12월 결혼하고 내게 시집 와 처음 맞는 설인데, 자기 혼자 두고 전지훈련지에 와 있으려니 연애할 때랑은 또 다르게 마음이 무겁고 그래. 그동안 나 어렵고 힘들 때 내게 큰 버팀목이 돼줘 늘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미안했어. 당신이 없었더라면 아마 다시 마운드에 서지 못했을 거야.

이제는 내가 더 책임감을 갖고 남편으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게. 올해 개인적으로 15승을 꼭 달성해서 당신에게 좋은 선물이 됐으면 좋겠어.

한화 송광민. 스포츠동아DB



● 한화 송광민이 장종훈 타격코치에게

“제 우상인 코치님께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될게요”


코치님, 광민입니다. 지난 시즌 본격적으로 유격수를 보면서 코치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야구장 옆에 살아서 매일 빙글레 이글스 경기를 보러 갔던 거 아시나요? 그때 코치님이 제 우상이셨습니다. 유격수이면서 홈런도 치고, 도루도 많이 하셨죠. 코치님 플레이를 보면서 첫눈에 반했던 것 같습니다. 경기 후 주차장에 나타나실 때면 ‘정말 멋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한화 이글스에 입단하고, 코치님의 지도를 받게 됐네요. 우상이었던 분의 가르침을 직접 받게 됐을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특히 올 시즌은 더 기대됩니다. 누구보다 절 잘 아시니까 옆에 계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거든요. 이글스의 유격수로서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롯데 강민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롯데 강민호가 절친 장원준에게

“나의 오랜 친구 원준아, 올 시즌 나만 믿고 따라와 주렴”


군대 다녀오느라 고생 많았다. 다시 한 팀에서 한솥밥을 먹을 수 있어 나 역시 기분이 좋아. 원준이 너에게 올 시즌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잘 알아. 지난해 12월 뉴질랜드 훈련 때 나랑 얘기한 거 알지? 내 말 잘 듣고 맛있는 거 많이 사주면 자연스레 좋은 일 생길 거야. 하하. 내가 FA(프리에이전트) 선배로서 조언해주자면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야구장에서 즐긴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거야. 너는 입단 동기이자 오랜 친구잖아. 우린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포스트시즌 같은 굵직한 경기도 함께 했었기에 같이 하면 큰 힘이 날 거라 생각해. 서로의 성격과 스타일도 잘 알잖니? 내 리드를 믿고 따라와 주길 바란다. 벌써부터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가고시마 캠프와 시범경기가 기다려진다.

kt 신명철. 사진제공|kt 위즈



● kt 신명철이 SK 김용희 육성총괄에게

“주장이 되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감독님이었습니다”


감독님, 저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kt로 옮겼습니다. 뜻하지 않게 신생팀 초대 주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았습니다. 주장이 된 직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감독님이었습니다. 프로 2년째인 2002년 롯데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 감독님께서 “포기하지마라. ‘잘 될 것이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라. 경기에서 잘못된 결과가 나와 자신감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감이 없어 결과가 안 좋은 것이다”고 강조하셨지요. 그때 하셨던 말씀을 좌우명으로 간직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10년 이상 프로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평소 연락을 자주 못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항상 잊지 않고 있습니다.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스포츠동아]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