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배구팬으로 코트 서고 싶다”…허공, 노개런티 열창

입력 2014-0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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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허공이 2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남자부 경기에서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천안|김민성 기자 marin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구단 사무실에 먼저 연락 무료봉사 박수갈채

설에 웃은 LIG 3위 사정권…KGC도 기사회생
女 신생팀 창단 소문에 신인 대어 놓칠까 걱정


설 연휴동안 프로배구 V리그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누구는 두둑한 세뱃돈을 받았고 누구는 쓰디쓴 패배의 떡국을 먹어야 했다. V리그 대장정의 끝이 저만치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봄 배구에 나갈 팀을 가리는 각 팀의 치열한 전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 설날 세뱃돈을 많이 받은 팀은

설 연휴 동안 세뱃돈을 가장 두둑하게 받은 팀은 남자부 LIG손해보험과 삼성화재, 여자부 KGC인삼공사와 IBK기업은행이었다. 선두 삼성화재와 기업은행의 승리는 예상이 가능했지만 LIG와 인삼공사의 선전은 예상 밖이다.

LIG는 러시앤캐시와 한국전력에 각각 3-1 승리를 따냈다. 팽팽한 접전 속에서 따낸 귀중한 승점 6이었다. 얼마나 힘들었던지 LIG 문용관 감독은 “3-0 승리를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제 4위 대한항공에 승점 2차로 접근했다. 3위 우리카드마저 사정권에 뒀다.

인삼공사는 5연패에 빠진데다 설 연휴 동안 경기일정도 빡빡해 내심 4라운드 전패를 걱정했다. 이성희 감독도 “이번 설이 시즌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했다. 인삼공사는 1월26일 GS칼텍스에 첫 세트를 내주고 2세트도 계속 끌려 다녔지만 듀스에서 기사회생하더니 3연승했다. 2위 GS에 승점 1차로 따라붙었다. 경쟁상대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의 추격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위치다. 흥국생명은 설 연휴동안 2연패를 당했고 도로공사도 1월31일 설날 벌어진 현대건설과 경기를 1-3으로 져 앞으로 행보가 더욱 힘들게 됐다.


● LIG 이번에는 준플레이오프 제도의 덕을 볼까

LIG는 준플레이오프(준PO) 제도와 인연이 깊다. V리그는 2010∼2011시즌 때 단 한 번 남자부에서 준PO 제도를 시행했다. 6개 팀 가운데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기형적인 제도였다. 4위 단골 LIG가 “우리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주장해 채택했으나 삼성화재만 덕을 봤다. 그 시즌 때 초반 꼴찌까지 떨어졌던 삼성화재는 준PO 덕분에 희망을 가졌다. 시즌 전략을 준PO 진출로 수정하더니 우승까지 내달렸다. 준PO에서 LIG를 2승1패로 이기고 올라간 뒤 전승으로 PO, 챔피언결정전을 이겨버렸다. 이번에도 LIG는 “러시앤캐시의 가세로 팀이 7개로 늘었으니 4위까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해 준PO 제도가 도입됐다. 과연 LIG는 준PO 티켓을 발판삼아 챔피언결정전에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2010∼2011시즌처럼 다른 팀에 좋은 일만 시켜줄지 궁금하다.


● 얼굴 없는 신생 팀에 걱정하고 있는 여자팀 감독들

지난해 여름부터 여자배구에 떠돌던 소문 가운데 하나가 신생팀 창단이다. 2014∼2015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여고 선수 가운데 7명 정도가 즉시전력감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기량이 빼어난 선수들이 나온다. IBK기업은행이나 러시앤캐시처럼 우수한 신인을 싹쓸이 해가면 단기간 내 우승도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에 이번이 여자부 신생팀 창단의 적기라는 얘기가 많았다. 화장품 회사와 제약회사 등에서 프로배구 참가에 관심을 두고 기초조사를 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대기업에서 여자배구에 관심을 가진다는 소문도 나왔다.

이 때문에 여자부 6개 팀 감독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실적으로 우승권에서 멀어진 팀은 다가올 드래프트에서 실리를 누리는 전략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언제 신생팀에 관한 결정이 내려지는지 몰라 감독과 구단 실무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현재 여자배구 경기수준이 떨어져 신생팀을 창단할 경우 경기수준의 저하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기존 팀에 우수자원을 모두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여고부가 18개 팀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7구단 창단을 해도 선수수급이 더 문제라는 얘기다. 프로구단 한 팀당 3개 학교가 배당되는 현실에서는 프로팀 창단 보다는 여중·고 팀 저변을 더 늘려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유소년 배구에서의 선수수급은 여자부에서 먼저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이 빨리 머리를 싸매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속수무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유비무환이다.


● 허각의 형 허공이 유관순체육관에서 노래한 이유

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대한항공 2세트가 끝난 뒤 특별 이벤트가 열렸다. 가수 허각의 형 허공이 등장해 ‘본능적으로’를 불렀다. 동생과 똑같이 생긴 허공은 허각의 가창력과 무대매너를 빼다 박은 능력으로 많은 이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날 허공의 등장은 뜻밖에 이뤄졌다. 평소 배구를 좋아하던 허공이 먼저 구단 사무실로 연락을 해 “노래를 부를 수 있겠냐”고 제의했다. 구단은 가수의 출연 제의에 고마워하면서도 어떻게 사례해야 할지 몰라 걱정했다. 그러나 허공은 무료 봉사를 하고 돌아갔다.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와 반응, 배구 팬으로 코트에 서보겠다는 의욕이 앞서 노 개런티로 나섰다. 구단은 “또 한 명의 슈퍼스타가 3월 유관순체육관에서 노래를 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고 귀띔했다. 만일 확정되면 천안 팬들에게는 좀처럼 보기 힘든 무대가 될 듯하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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