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투혼의 루키 전광인 미안하고 고맙다”

입력 2014-0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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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오른쪽 3번째)에게 전광인(오른쪽 2번째)은 늘 고맙고 또 미안한 존재다. 전광인이 지난달 19일 V리그 올스타전 도중 최신 댄스를 춰 큰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오른쪽 3번째)에게 전광인(오른쪽 2번째)은 늘 고맙고 또 미안한 존재다. 전광인이 지난달 19일 V리그 올스타전 도중 최신 댄스를 춰 큰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연맹이사회 양해 구해 1순위로 데려온 복덩이
주력선수 이탈·용병 부진에 나홀로 고군분투
혹사 우려도 이겨낸 전광인, 올해 신인왕 유력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의 신영철 감독과 구단 프런트는 전광인(23)을 볼 때마다 미안하고 고맙다.

3라운드까지 팀을 혼자 이끌다시피 했던 루키에게 해줄 것이 많지 않아 미안했고, 경기마다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에서 고마움을 느꼈다. 우격다짐을 하다시피 해서 얻어온 보물이었다. 지난 해 실무회의 때 전력평준화를 위해 전광인을 달라고 우겼다. 당시 한국전력은 주력 선수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많이 이탈해 전력이 엉망이었다. 외국인 선수 안젤코도 삼성화재 시절의 안젤코가 아니었다. 속절없는 연패를 했다. 이사회에서 한국전력의 사정을 감안해 전광인의 한국전력 행을 양해했다. 이후 러시앤캐시가 탄생했다. 만일 이사회 양해가 없었더라면 러시앤캐시는 전광인을 데려갔을 것이다.

전체 1순위로 프로에 데뷔한 전광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3라운드까지 매 라운드에서 100득점 이상을 했다. 공격수로서는 작은 체구(194cm)지만 온 몸을 이용한 점프와 빠른 스윙으로 상대 블로커를 뚫었다. 루키에게 너무나 많은 부담을 안기는 것이 미안했던 신 감독은 외국인 선수 밀로스에게 “전광인의 연봉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다그쳤다. 3라운드까지 팀이 거둔 4승은 전광인의 땀과 투지, 희생, 팀을 향한 헌신이 만든 결과였다.

지난해 태극마크를 달고도 바삐 움직였다. 2013월드리그 조별리그 한일전에서 문성민(현대캐피탈)이 부상 당하자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떠맡았다. 2014세계남자배구선수권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제17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 등에 모두 출전했다. 대표팀에서 돌아오던 날 소속팀은 그를 경기에 출전시켰다.

혹사 우려가 컸다.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허리가 아프다. 애태우던 구단은 태반주사로 원기를 보충해줬다. 배에 놓는 태반주사는 아팠다. 구단으로서는 전광인의 몸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했다. “다른 기업구단처럼 돈으로 보상할 방법은 없지만 시즌 뒤 연봉협상 때 최대한 배려할 생각이다”고 박병준 부단장은 말했다.

전광인을 위한 선물은 또 있었다. 브라질대표팀 에이스 비소토가 왔다. 4라운드 첫 경기인 1월25일 러시앤캐시전부터 출격했다. 비소토가 가세한 이후 한전은 1승2패를 했다. 처음 현대캐피탈을 3-0으로 완파하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동안 전광인에게 몰렸던 공격부담이 줄어들면서 수치상으로 좋은 조짐이 보인다.

▲1라운드 54.42%(135득점) ▲2라운드 54.44%(106득점) ▲3라운드 56.74%(138득점)를 유지하던 공격성공률이 4라운드 들어 62.18%(50득점, 3일 현재)로 치솟았다. 비소토의 높이와 테크닉이 전광인의 빠른 파이프공격과 어우러지면서 한국전력은 강력한 득점패턴을 하나 갖췄다. 온몸으로 때리는 전광인의 스파이크는 올 시즌 V리그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다. 생애 단 한 번 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 타이틀도 가까워졌다.

주위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승리가 더 중요하다. 우리 팀이 더 많이 이기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이런 충성심 강한 선수를 둔 구단과 감독은 행복하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수원|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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