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더 인터뷰] 채태인 “2년간 슬럼프 때 포기할까 생각도…이젠 자신감 찾아”

입력 2014-0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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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채태인. 스포츠동아DB

■ 화려하게 부활한 ‘타격 천재’ 삼성 채태인

오른발 안 들고 히팅포인트 뒤로…처방 주효
큰 스윙 버리고 정확성 높이자 잘 맞기 시작
올해 부상 없이 전 경기 출장·첫 3할타 목표
어릴 때 꿈은 홈런왕…이젠 타격왕 욕심나

삼성 채태인(32·사진)의 지난해 타율은 0.381이다. 규정타석에 54타석 모자랐지만, 엄청난 타율이다. 그가 54타석에 더 나가 9안타만 때렸어도, 타격 1위 이병규(LG)를 넘어설 수 있었다. 지난해 채태인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확도, 선구안, 장타력에서 모두 리그 최상위급 타격을 선보였다. 한국시리즈에선 6차전 결승홈런으로 3연패의 주역이 됐다. 삼성은 그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고, 올해 연봉은 지난해 5000만원에서 320%나 인상된 2억1000만원이 됐다. 그는 “1년 반짝한 것”이라고 웃으며 “올 시즌에 잘 해야 진짜”라고 말했다. 올 시즌 그의 목표는 전 경기 출장과 생애 첫 3할 타율이다. 채태인이 올 시즌 제대로 폭발한다면, 삼성의 한국시리즈 4연패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 강기웅 코치의 조언, 채태인을 바꾸다!


-반갑다. 괌(1차 스프링캠프)에서 전지훈련은 잘 치렀나?

“네. 아주 좋았습니다. 날씨도 좋았고, 훈련 내용도 맘에 들고요.”


-괌에선 어떤 훈련에 신경을 썼나?

“타격이죠. 특히 공을 정확하게 때려내려고 애를 많이 썼죠.”


-지난해는 괌에서 치러진 1차 캠프에 못 갔다.

“맞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괌에 못가서 제가 지난해 잘 했죠.”


-강기웅 코치 이야기인가?

“네. 강 코치님 말을 듣고 타격에 약간 눈을 뜬 기분입니다. 괌 전지훈련에 갔다면, 또 예전 폼으로 타격을 했을 거니까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강 코치가 어떤 조언을 했나?

“그때는 정말 2년 동안 야구도 못 했고, 여기저기 아프고, 자신감도 없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정도였어요. 근데 강 코치님이 ‘태인아, 너 내 말대로 한 번 해볼래?’ 하시더라고요. 뭐든지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네, 하겠습니다’ 했죠.”


-무엇이 바뀌었나?

“두 가지죠. 첫 번째는 높이 들던 오른발을 들지 않고 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히팅포인트를 좀더 뒤쪽으로 끌고 온 거예요.”


-강 코치가 이유를 알려주던가?

“네. 오른발을 높이 안 들어도 충분히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셨고, 그래야 공을 보는 눈도 편안하다고 하셨어요. 두 번째는 히팅포인트를 좀더 뒤에 둔 건데, 이건 진짜 저도 몰랐던 거예요.”


-무엇인데?

“배트 스피드요. ‘태인아, 너는 배트 스피드가 굉장히 빠르다. 공을 장효조 감독님처럼 좀더 오래 보고 뒤쪽에서 쳐도 충분하다’고 하셨어요.”


-장효조 감독님처럼?

“네. 근데 제가 배트 스피드가 빠른가요? 강 코치님이 말씀해주셔서 그때 알았어요.”


-말처럼 쉽지 않다. 공을 뒤쪽에서 때리면 타이밍 싸움에서 불리하잖아?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근데 뒤에서 치니까 장점이 많아요.”


-무엇인가?

“우선 예전보다 공을 뒤에다 놓고 치는 게 된다는 걸 느꼈죠. 그러니까 유인구에 덜 속게 되고, 좋은 공을 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몸쪽 공은 어떤가?

“몸쪽 공은 언제든 자신 있어요. 힙턴이 제가 좀 되는 편이거든요.”


-장타에 대한 욕심은 많이 포기했나?

“홈런을 많이 치고 싶은 게 제 마음이었었는데, 그걸 버렸죠. 큰 스윙대신에 좀더 정확하게 치려고 생각을 바꿨어요. 밀어치기가 훨씬 많아졌고, 공도 잘 보여요.”


-확실히 좌측으로 가는 안타가 맞더라. 한국시리즈 6차전 때 니퍼트(두산)에게 결승 홈런을 친 것도 밀어쳤다.

“니퍼트 직구를 도저히 못 치겠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체인지업만 노렸죠. 근데 홈런이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 타율 0.381, 타격에 자신감 얻었다!


-지난해 타율이 0.381다.

“엄청난 타율이죠. 물론 규정타석은 못 채웠지만.”


-8월에 타격 1위로 올라갔잖아? 부상만 없었다면 수위타자도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한 열흘쯤 수위타자 했죠. 8월 17일 넥센전에서 어깨 다치고, 그 바람에 규정타석 못 채웠어요. 근데 다치기 전에 굉장히 안 좋았어요. 13타수 무안타로 타격감도 나빴고, 상대 견제와 중압감도 엄청나더라고요.”


-부상 이후 한 달 만에 돌아와서는 또 무시무시하게 때리더라.

“그때는 진짜 방망이에 맞으면 안타였어요. 복귀하고 10게임에서 6할을 쳤어요.(정확하게 29타수 18안타·0.621)”


-그렇게 잘 맞을 때는 타석에서 어떤 기분인가?

“타격처럼 어려운 게 없잖아요. 진짜 안 될 때는 직구 노리면 변화구 오고, 변화구 기다리면 직구 와요. 근데 말도 안 되게 잘 맞을 때는, 직구 노리다 변화구 오면 변화구가 쳐져요. 변화구 노리다 직구 오면 또 그 직구를 제가 치더라고요.”


-‘채천재’가 맞구나. 근데 복귀했을 때도 어깨가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잖아.

“네. 맞아요. 헛스윙하거나 빗맞으면 어깨가 엄청 아팠어요. 그래서 더 정확하게 치려고 했죠.”


-자신감은 많이 찾았겠다.

“네. 운동선수에게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잖아요. 2년 동안 못해서 정말 야구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거든요.”


-연봉이 많이 올랐더라.

“네. 첫 번째 (협상) 들어가서 바로 사인했어요.”


-5000만원에서 2억1000만원이 됐다. 인상률이 320%던데, 만족하나?

“항상 만족은 없죠. 그래도 구단에 고마웠어요.”


● 전 경기 출장과 생애 첫 3할이 목표!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전 경기 출장과 3할입니다. 제가 부상 때문에 자주 빠지는데, 올해는 부상 없이 전 경기에 출장하고 싶습니다. 생애 첫 3할도 꼭 치고 싶고요.”


-지난해 페이스면 수위타자도 노려볼 만하잖아?

“수위타자, 그런 생각은 없고요. 지난해처럼 한 경기에서 ‘중심에 딱 2번만 때리자’는 생각으로 올해도 할 겁니다.”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가 열린다.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있나?

“타격의 정확도 향상이죠. 예전에 선배들이 공을 맞는 순간까지 지켜보라고 했어요. 근데 저는 끝까지 보고 때리는 것보다 비슷하면 대충 휘두르는 스타일이었죠. 지금은 공을 볼 수 있을 때까지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몸 상태는 어떤가?

“몇 년 사이에 가장 좋아요. 발목, 어깨는 어차피 갖고 가야 하는 거고요. 개막에 가장 좋은 컨디션이 되도록 신경 쓸 생각입니다.”


-새로 온 외국인타자 나바로는 어떤가?

“느낌이 좋아요. 뭔가 꼭 해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에요.”


-설날 때 나바로가 제기차기를 잘 했다며?

“16개 찼어요. 깜짝 놀랐어요.”


-너는 몇 개 찼어?

“1개요.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저는 제기차기보다는 안타치기가 더 좋아요.”


-삼성은 한국시리즈 4연패에 도전한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의식하지 않아요. ‘4연패하자’, 뭐 이런 거 없어요. ‘각자 자기위치에 충실하자’, 그게 우리 팀이에요.”


-지난해 활약으로 올해 채태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야구 알 수 없잖아요. 지난해는 잘 됐지만 올해는 또 모르는 거고요. 지난해 1년 반짝한 것뿐이고, 그래서 올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올해 성공한다면 제 스스로가 저를 인정하게 되겠죠.”


-야구선수로서 꼭 이뤄보고 싶은 꿈이 있나?

“많은 선수들이 꿈꾸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봤잖아요. 이미 전 행복한 선수인 것 같아요. 어릴 때 꿈은 홈런왕이었는데, 지금은 아니고요. 은퇴하기 전에 타격왕은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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