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피플] 빙속 노선영 “진규야! 누나가 꼭 메달 선물 가져갈게”

입력 2014-0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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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왼쪽)-노진규 남매의 다정한 모습. 노선영은 골육종 수술을 받은 남동생을 생각하며 소치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골육종 투병 동생 남겨두고 홀로 소치행
3000m선 부진…컨디션 조절 실패 자책

동생 몫까지! 1500m·팀 추월 선전 다짐
소치서 선물 사오라는 부탁에 메달 약속


여자스피드스케이팅대표 노선영(25·강원도청)은 남자쇼트트랙국가대표 노진규(22·한체대)의 누나다. 남매가 나란히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출전하는 경사를 맞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노진규가 뼈에 생기는 암인 골육종 판정을 받아 소치올림픽 직전 수술대에 올랐다.

홀로 소치행 비행기를 탄 누나의 마음은 무거웠다. 남매의 부모도 경기에 집중해야 할 노선영이 혹 마음을 쓸까봐 동생 얘기는 최대한 자제했다. 엄마, 아빠의 배려를 알기에 그녀도 마음을 다잡았다.

노선영은 9일(한국시간) 빙속 여자 3000m를 뛰었고, 16일 여자 1500m에 이어 21∼22일 여자 팀 추월에 잇달아 출전한다. 3000m에선 4분19초02로 25위에 그쳤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4분17초36)보다 나쁜 성적이었다. 3000m 경기 후 착잡한 표정으로 나타난 그녀는 “(전지훈련지였던) 네덜란드에서부터 많이 아팠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 일주일 정도 훈련을 못 했다”며 “누구 탓이 아닌 컨디션 조절을 못한 내 잘못이다”고 자책했다. 이뿐 아니다. 3000m 레이스 도중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구분하는 밴드가 팔뚝에서 흘러내리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노선영의 얼굴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아픈 동생의 몫까지 뛰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힘겹게 암과 싸우고 있을 동생 생각에 더 씁쓸했다. 그녀는 “동생이 못 왔으니까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컸다. 메달도 더 따고 싶었는데 동생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거워져서 최대한 잊고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1500m와 팀 추월이 남아있다. 노선영은 “팀 추월의 경우 메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남은 기간 준비를 잘 하겠다”며 “3명이 함께 경기를 하기 때문에 동료들과 작전이나 순서 얘기를 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메달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노진규는 올림픽에 간 누나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선물을 사오라’고 부탁했다. ‘마땅히 살 게 없다’는 노선영의 말에 동생은 ‘그러면 메달을 따오라’고 부탁했다. 그런 동생을 위해 누나는 더욱 이를 악물고 있다. ‘진규야, 기다려. 누나가 메달 선물 꼭 가져갈게!’

소치|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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