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몸이 된 태극낭자들…세계 최강을 증명하다

입력 2014-02-1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대표팀의 조해리, 김아랑, 공상정, 박승희, 심석희(단상 가운데 왼쪽부터)가 18일(한국시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진행된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4년전 밴쿠버서 실격 조해리·박승희
여고생 3총사 김아랑·공상정·심석희
눈물도 땀도 함께 한 환상적인 팀워크
중국 꺾고 금메달…마침내 환한 미소


한 국여자쇼트트랙대표팀은 4년 전 밴쿠버동계올림픽 3000m 계주에서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며 기쁨의 세리머리도 나눴다. 그러나 그 사이 경기장 전광판에는 전혀 다른 결과가 새겨졌다. 석연찮은 실격 판정에 5명의 선수들은 일제히 망연자실했다. “우리가 대체 왜 실격됐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여자쇼트트랙 계주는 한국의 자존심이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대회까지 4연패 신화를 이뤘다. 2010년 밴쿠버대회에 참가한 선수들도 “위업을 이룬 선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계주만큼은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그 어떤 개인 종목보다 계주 훈련에 매달렸다. 그래서 더 아쉽고 원통한 실격이었다.

그 후 4년이 흐른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그때 눈물짓던 5명의 선수 가운데 박승희(22·화성시청)와 조해리(28·고양시청)가 다시 출발선에 섰다. 4년 전의 아쉬움을 가슴에 묻은 두 언니가 여고생 3총사인 김아랑(19·전주제일고), 공상정(18·유봉여고), 심석희(17·세화여고)와 손을 맞잡았다. 이미 2013∼2014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던 이들이다. 1차대회부터 3차대회까지 금메달을 땄고, 4차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수만 없다면 여전히 한국 여자 계주는 세계 최강. 그 ‘진리’를 5명이 힘을 모아 전 세계에 보여줬다.

환상적인 팀워크였다. 계주 한 종목만을 위해 소치에 왔던 맏언니 조해리는 박승희 대신 1500m에 출전해 후배들의 레이스를 도왔다. 500m 결승에서 넘어져 투혼의 동메달을 따낸 박승희는 성치 않은 무릎을 추슬러 무사히 계주 결승에 나섰다. 급성 위염 증세로 1500m에서 고생했던 김아랑은 몸이 낫자마자 계주에 온 힘을 쏟아 부었고, 1500m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던 심석희는 극적인 막판 역전 레이스로 에이스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계주 준결승에서 뛴 공상정도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대만 국적을 버리고 귀화한 의미와 보람을 충분히 느꼈을 터다.

어쩌면 6연패로 기록될 수도 있었던 금메달. 그러나 더 이상 아쉬움은 없다. 박승희와 조해리는 4년 전 함께 했던 멤버들의 한을 풀었고, 김아랑과 공상정과 심석희는 다시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 섰다. 한국여자쇼트트랙은 이렇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