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피겨계 ‘포스트 김연아’ 판도는?

입력 2014-0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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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새 피겨여왕 즉위까지 오랜 기다림 예상

16세 폭풍 성장기 리프니츠카야 체형 변화 변수
논란의 금메달 소트니코바 심리적 압박 거셀듯

‘김연아 왕조’가 막을 내렸다. 8년간 군림했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절대강자가 은퇴했다. 이제 세계피겨계는 새로운 ‘여왕’을 찾아 왕관을 물려줘야 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앉을 만한 인재가 보이지 않는다. 후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24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통해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와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가 부상했다.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19)도 부쩍 성장했다. 그렇다고 섣부른 전망은 금물이다. 당장 1년 후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 10대 후반 여자선수들이 겪는 체형 변화의 고비

김연아는 2년의 공백 끝에 출전한 2013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피겨 여자 싱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점수로 우승했다. 소치올림픽에서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따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러시아를 제외한 각국 언론과 피겨 전문가들은 “김연아가 더 뛰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포스트 김연아’가 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기량만으로 예측하기도 힘들다. 여자피겨선수들은 성장과정에서 체형이 변하면서 이에 따른 부상이나 부진으로 고생하는 일이 잦다. 피겨는 점프와 스핀처럼 온 몸을 사용한 고난이도의 기술을 소화하면서도 예술적인 흐름까지 유지해야 하는 종목이다. 성인이 되면서 유연성이 떨어지고 체격이 급격하게 커지거나 체중이 늘면 당연히 불리해진다.


● 툭타미쉐바와 캐롤라인 장은 어디로?

소트니코바, 리프니츠카야와 함께 러시아여자피겨의 기대주 3총사였던 엘리자베타 툭타미쉐바(18)가 그랬다. 툭타미쉐바는 주니어 시절 셋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신동’이라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1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급격한 체형 변화로 슬럼프를 겪었다. 결국 나이가 더 어린 리프니츠카야에게 밀려 소치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중국계 미국인인 캐롤라인 장(21)도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펄 스핀’이라는 독창적 스핀을 선보이며 남다른 유연성으로 화제를 모은 선수다. 4년 뒤 소치에서 메달 후보가 될 것이란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성장기를 거치면서 허리 부상을 입은 탓에 선수로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일찌감치 트리플 점프를 모두 마스터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한국의 김해진(17)과 박소연(17)도 최근 1∼2년 사이 기량 발전이 더뎌진 케이스다.


● 소트니코바-리프니츠카야도 믿을 수 없다!

소트니코바와 리프니츠카야도 당연히 안심할 수 없다. 소트니코바는 일단 ‘역대 가장 논란을 빚은 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더 큰 비난에 시달려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4년 뒤 평창에선 홈 어드밴티지도 기대하기 힘들다. 피겨 단체전에서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긴 리프니츠카야도 곧 갈림길에 들어선다. 1998년 6월생인 그녀는 1998년 7월 1일 이전 출생자로 한정된 나이 하한선을 가까스로 통과해 행운의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곧 ‘폭풍 성장’이 시작될 시기라는 의미다. 이 4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평창에서의 운명이 달려 있다. 따라서 결국 결론은 하나다. ‘김연아 같은 선수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김연아는 성장기의 고통과 변화마저 훈련으로 극복하고 더 높이 올라섰다. 전 세계 피겨인들이 ‘여왕’의 마지막 메달색에 유독 분노했던 이유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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