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박병호가 ‘박병호 사인 유니폼’을 입은 사연

입력 2014-03-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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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박병호, 지인에게 선물하려던 원정 사인 유니폼 실수로 챙겨와
“일본 선수들이 보고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민망하다”며 쑥스러움 토로
요코하마 선수들은 박병호 유니폼보다 ‘2년 연속 MVP’의 명성에 더 관심


넥센 4번타자 박병호(28)는 요즘 연습경기에 앞서 원정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남몰래 울상을 짓는다. 유니폼 뒤편에 새겨진 자신의 등번호 ‘52’ 아래에 친필 사인 하나가 쓰여 있는데, 그 사인이 바로 박병호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좋아하는 메이저리거의 사인이 있다고 해도 민망할 텐데, 자신의 친필 사인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야 하니 왠지 얼굴이 화끈거릴 수밖에 없다. 27일에는 한국도 아닌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와의 경기가 열렸기에 더 그랬다. 박병호는 “한국선수들에게야 이유를 설명하면 되지만, 일본선수들은 ‘저 선수 뭐냐’고 할 것 아니냐”며 난처하게 웃어 보였다.

사연이 있다. 캠프로 떠나오기 전 지인에게 사인 유니폼을 부탁 받은 박병호는 흔쾌히 홈과 원정 유니폼에 하나씩 사인을 해서 라커 안에 고이 보관해놓았다. 그런데 캠프를 떠나려고 짐을 챙기는 과정에서 그만 선물용 유니폼 한 벌을 경기용으로 챙겨온 것이다. 홈 유니폼은 흰색이라 검정색 펜으로 쓴 사인이 금방 눈에 띄지만, 원정 유니폼은 진한 버건디 색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다. 박병호는 “다행히 색이 진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괜히 민망한 건 사실”이라며 “일본선수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쑥스러워했다.

물론 요코하마 선수들이 박병호에게 관심을 보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유는 사인 유니폼 때문이 아니었다. 박병호가 한국에서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최고의 홈런타자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요코하마 선수들은 18일간 함께 훈련했던 강정호를 보면서 한국프로야구와 넥센의 수준에 이미 깜짝 놀란 터였다. 만약 박병호가 요코하마 덕아웃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면, 아마도 친필 사인 때문이 아니라 그를 관찰하려는 상대 선수들의 호기심 때문이었을 듯하다.

오키나와|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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