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맥주는 두병만·소주는 안돼”…기업은행 단촐한 축배

입력 2014-03-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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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철감독 정규리그 2연패 뒷풀이 단호한 지시

인삼공사 PO진출시 주전 10명에 명품 백 선물
배구선수출신 니콜 母 “도로공사 부진 니콜 때문”


드디어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됐다. 주인공은 지난 시즌에 이어 압도적 성적으로 1위를 차지한 IBK기업은행이다. 반면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PO) 진출이 좌절됐다. 전승불복(戰勝不復)이라고 했다. 전쟁의 승리는 결코 반복되지 않는다. 어제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될 수 있고,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오늘의 결과에 좌절하지 말고 다음 시즌을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면 된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그것이 스포츠의 매력이다. 남자부는 한국전력 러시앤캐시에 이어 LIG손해보험도 운명의 순간이 다가온다. 승점34의 LIG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고 대한항공(41)과 우리카드(39)가 모두 져야 준PO에 나간다.


● 기업은행, 맥주 2병으로 기분 내고 챔프전 준비

기업은행은 2일 흥국생명을 꺾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선수들은 경기 뒤 식당으로 옮겨 기업은행 임직원과 후원회, 선수단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회식 장소에서 술이 오고갔는데, 이정철 감독은 선수들에게 “맥주 2병 이상은 금지. 소주는 한 잔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지시를 내렸다. 챔피언결정전과 시즌 2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먼저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는 좀 더 긴장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이었다.


● 인삼공사 선수들이 명품 핸드백을 고른 이유는

지난 시즌 20연패를 기록하면서 최하위를 했지만 이번 시즌 기적 같은 반등에 성공한 KGC인삼공사 선수들이 최근 선물을 받았다. 구단이 M사 제품의 고급 핸드백을 주전선수 10명에게 주기로 했다. 선수들에게 카탈로그를 보여주고 원하는 제품을 고르라고 했다. PO진출이 결정되는 날 선수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미디어데이 때 각 팀과 감독이 저마다 우승약속을 내걸었지만 가장 빨리 실행에 옮긴 팀은 인삼공사였다. 공사의 특성상 선수들 선물용으로 책정한 예산이 없어 협찬으로 핸드백과 텐트를 조달했다. 핸드백을 받지 못하는 선수에게는 텐트를 선물한다. 보너스로 3000만원을 주고 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는 뜻에서 선착순 관중 400명은 PO 경기에 무료로 입장시킨다.


● 니콜 어머니의 도로공사 부진 이유 분석

도로공사 외국인선수는 니콜의 어머니가 최근 한국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니콜은 그동안 아버지 오빠에 이어 어머니를 한국으로 초청해 함께 지냈다. 가족들을 위해 비행기 티켓을 제공하고 돌아갈 때는 푸짐한 선물까지 안겨주는 곳은 V리그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외국인 선수들의 천국이다. 니콜의 어머니는 배구선수 출신답게 도로공사가 시즌 막판까지 PO진출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를 전문가 식견으로 분석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니콜의 서브 위력이 떨어지면서 팀에 부담을 줬다면서 미안해했다고 한다. 니콜은 시즌 초반 미국국가대표로 차출돼 4경기를 결장했다. 그때 기록한 4패가 지금 도로공사를 힘들게 하는 이유다.

대신 도로공사는 고예림이 유력한 신인왕 후보에 올라 위안을 삼고 있다. 고예림은 고등학교 졸업식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평생 한 번뿐인 행사에 가지 못한 이유는 팀 훈련과 경기일정 때문이 아니었다. 2월에 강원지역에 내린 폭설 때문에 성남에서 강릉으로 가는 교통편이 마비되다시피 해서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고예림은 “졸업식에 못간 대신 신인왕은 탐난다”면서 기회가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상에 의지를 드러냈다.


● 절반이 교체된 여자팀 단장

KGC인삼공사가 최근 단장을 교체했다. 이번 시즌 들어 여자팀 단장 3명의 얼굴이 달라졌다. 기업은행에 이어 도로공사 인삼공사까지 변화가 생겼다. 회사의 인사정책에 대해 뭐라 할 일은 아니지만 V리그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새 단장이 오면 지금까지 해왔던 회사 일과는 전혀 다른 스포츠세계와 문화를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조금 익숙했다 싶으면 단장이 교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V리그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규정을 새로 만들고 연구해야 하는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단장들이 얼마나 개혁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문제가 많은 규정을 가다듬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프런트의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V리그가 발전하려면 프런트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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