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상대 모두 경계” 몸 사리는 카펠로…왜?

입력 2014-03-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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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감독 시절 알제리와 무승부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경계심


“월드컵에서 상대국을 존중해야 한다.”

러시아대표팀 파비오 카펠로(68·이탈리아) 감독이 한껏 자세를 낮췄다.

카펠로는 아르메니아와 평가전(한국시간 3월5일 밤 11시)을 하루 앞둔 4일 기자회견에서 알제리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지금은 알제리가 아니고 아르메니아를 생각해야 할 때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그는 “아직 월드컵까지 시간이 많다. 월드컵에서 상대할 나라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알제리, 벨기에와 같은 H조다.

원론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카펠로와 알제리의 과거 악연을 생각하면 그가 몸을 사리는 게 이해가 간다.

카펠로는 4년 전 남아공월드컵 때 잉글랜드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잉글랜드는 미국, 슬로베니아, 알제리와 C조에 속했다. 잉글랜드가 무난하게 1위로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 밖이었다. 잉글랜드는 미국과 1차전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알제리와 2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슬로베니아를 1-0으로 간신히 이기며 16강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2위로 올라간 탓에 16강에서 D조 1위인 우승후보 독일을 만났고, 충격적인 1-4 대패를 당했다. 잉글랜드는 확실한 1승 제물이었던 알제리를 꺾지 못한 게 치명적이었다.

카펠로도 직접 알제리를 언급했다. 그는 “작년 12월 본선 조 추첨 직후 남아공월드컵이 생각 났다”며 “우리에겐 조별리그 상대국을 관찰할 시간이 아직 많다. 난 알제리가 4년 전 내가 이끌던 잉글랜드를 상대로 어떻게 싸웠는지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알제리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맞붙는다.

한편, 카펠로는 “선수들이 훈련 과정에서 책임감 있게 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선수들은 월드컵 본선까지 최적의 상태로 임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경기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며 분발을 요구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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