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월드컵 열기? 카니발에 밀리고 최악의 시설에 떨고…

입력 2014-03-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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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현지서 본 브라질월드컵 열기

경기장 공사 지지부진 속 온통 카니발 관심
브라질 자국민 보호 위해 콘돔 1억개 배포
열차노선 태부족…공항들도 대부분 공사중
“물가 인상 요인” 월드컵 반대 시위는 계속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 열기로 한참 뜨거워져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브라질 현지는 월드컵보다 대표적인 축제인 카니발에 더 열광하는 모습이다.

지난 달 28일부터 엿새 동안(현지시간 2.28∼3.4)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된 카니발(일명 리우 카니발)에 브라질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국가 행사로 열리는 카니발은 채 일주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오직 이를 위해 브라질 내 수많은 도시와 삼바(브라질 전통춤) 학교들은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는다. 특히 각 지역 대표들이 나와 펼치는 성대한 춤 퍼레이드는 백미다. 이 행사를 보기 위해 브라질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매년 40만 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리우데자네이루를 찾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리우데자네이루 호텔의 빈방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삼바 열기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인지 정작 월드컵 준비는 뒷전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한국대표팀과 직·간접적으로 연계가 된 모든 도시들의 분위기는 썩 뜨겁지 않다. 러시아와 대회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릴 아마존 남부의 쿠이아바는 물론이고 알제리와 2차전 장소이자 조 2위로 예선을 통과할 경우 16강전까지 치러질 포르투알레그리나 한국 축구의 16강이 가려질 벨기에와 3차전 격전지 상파울루까지 마찬가지다. 그나마 브라질 정부의 지원금 확보와 국제적인 홍보를 위해 도시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의 월드컵 베이스캠프지 포스 도 이구아수의 노력은 예외로 비쳐진다. 이구아수시(市)에서는 한국대표팀의 캠프를 유치하기 위해 시 당국과 현지 관광청,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섰다.


● 불안한 교통, 숙박, 치안

모든 면에서 아직 부족해 보인다. 당장 기초 인프라부터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지지부진한 경기장 건립은 여기서 굳이 다루지 않더라도 걱정거리는 많다. 넓은 국토 면적에 비해 교통편부터 최악이다. 열차 노선이 잘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월드컵 기간 중 항공편에 올인 해야 하는데, 대부분 공항은 공사 중이다. 청사를 새로 짓거나 활주로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일부 공항은 월드컵 개막 때까지 제 몫을 하지 못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는 실정이다. 호텔과 호스텔 등 숙박 시설도 부족하고, 치안도 불안하다.

여기에 월드컵 반대파의 계속되는 시위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최초 확보 예산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쓰고 있다는 점이 시위의 이유다. 시위대의 주장은 나름 합리적이긴 하다. 병원과 학교 등 국민들을 위한 시설 투자에는 인색했던 반면 월드컵 준비에 소요되는 자금의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공공요금을 지나치게 올렸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버스 요금을 불시에 인상시켜 소요가 일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경을 지키는 연방 경찰들도 월드컵 개막에 맞춰 임금 인상을 위한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브라질은 작년에 비해 경제가 상당히 침체돼 있다. 달러화 강세와 이에 따른 물가 상승이 만만치 않다. 숙박 시설 부족과 비상식적인 숙박비 인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중재에 나선다고 했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브라질은 월드컵 개최를 통해 국가 브랜드 상승을 노린다. ‘건전한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사실 브라질은 성(性)적으로 상당히 개방된 곳으로 인식된다. 최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를 통해 월드컵 기간에 브라질을 찾을 해외 관광객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남겼다. “부디 여러분들의 건전한 여행이 되길 바란다. 섹스(Sex) 관광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대책도 마련해뒀다. 각별한 주의를 바란다.”

그런데 브라질은 이번 카니발 기간 중 자국민 보호를 위해 무료로 남성 피임도구인 콘돔을 1억 개 이상 배포했다는 후문이다.

이구아수(브라질)|이기환 통신원


● 이기환 통신원은?

이기환(34) 통신원은 1986년 파라과이로 이민을 떠난 뒤 1988년부터는 브라질 포스 도 이구아수에 거주하고 있다. 이구아수 폭포로 유명한 이곳은 대표팀 홍명보호가 2014브라질월드컵 기간 중 베이스캠프를 차릴 지역이다. 그는 1999년 고려대학교에 입학했고, 2002한일월드컵 당시 대한축구협회 연락관으로 활동하며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 브라질에서 무역업에 종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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