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현승. 스포츠동아DB
두산 좌완투수 이현승(31·사진)은 “10억원짜리 원포인트 릴리프라는 소리를 듣는다”며 웃었다. 넥센의 좌완 에이스였던 그는 2010년 거액의 트레이드 머니를 통해 두산에 영입됐다. 그러나 이적 후 야구가 풀리지 않았다. 결국 2011시즌까지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보이다 그해 12월 상무에 입대했다.
군대에 있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집에서 혼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는 남편만 바라보고 직업까지 포기했다. 그 와중에 6개월 된 아기를 뱃속에 품고 있었다. 이현승은 군 생활을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좌절 일보직전까지 갔던 야구인생도 되살릴 수 있었다. 가족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오직 야구를 잘 하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라고 깨닫자,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현승은 “예전에는 ‘잘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야구를 했는데 상무에서 야구를 대하는 절실함을 배웠다”고 밝혔다.
상무에서 1년을 보냈을 무렵 팔꿈치 수술까지 했다. 재활은 길었고, 몸 상태는 전진과 후진을 반복했다. 그러나 한탄할 틈마저 없었다. 지난해 9월 제대한 이현승은 이제 두산에서 불펜투수로 새롭게 출발한다.
왼손 불펜투수가 귀했던 두산에는 귀한 자원이다. 선발 에이스로 활약했던 ‘영광’을 떠올리자면, 얼핏 받아들이기 힘든 보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부터 잘 해야 더 큰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입지가 좁아진 현실을 인정하니 갈 길도 보였다. 이현승은 “불펜투수로 책임을 다하려면 연투 능력이 있어야 한다. 몸 상태가 조심스럽지만 차근차근 적응해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해|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