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에 고개 숙인 KT

올해 초 새롭게 KT 수장으로 취임한 황창규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T는 최근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이어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출 사기에 연루됐던 자회사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연이은 악재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황창규 회장, 깊어지는 고민


수천억원 대출사기 연루 자회사 KT ENS, 결국 법정관리 신청

금융권 “돈 갚지 않겠다는것” 의혹제기
개인정보 유출 관련 집단소송 움직임도

KT가 잇단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 달 직원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출 사기에 연루된 자회사가 어음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최근 불거진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과 ‘집단소송 움직임’ 등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올초 새롭게 KT 수장을 맡아 재도약을 준비하던 황창규 회장의 고민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 자회사 법정관리 신청

KT 자회사인 KT ENS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기업어음(CP) 491억원의 보증 요청에 응하기 어려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12일 만기가 된 루마니아 태양광사업자 PF의 CP 491억원은 1차 책임자인 특수목적법인(SPC)이 상환할 수 없게 될 경우, KT ENS가 지급보증 하게 돼있다. 이에 따라 CP 판매 주관사는 상환을 요구했고, KT ENS는 자금적 여유가 없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지난 달 불거진 직원 연루 3000억원대 대출 사기사건과 무관치 않다. KT ENS는 지난 달 20일 453억원의 CP 상환요청을 받은 뒤, 자체 자금으로 상환을 하는 등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대출 사기사건의 여파로 금융권의 투자심리 위축을 불러와 결국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KT ENS는 모회사인 KT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원을 이끌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뒤 보전처분이 내려지면 채무와 채권은 유예된다. 이후 한 달 내 법원에서 회생절차가 승인되면 법정관리인의 주도로 기업 개선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 ‘개인정보 유출’ 일파만파 확산

올 초 신임 대표로 취임한 뒤 자회사 직원의 대출 사기사건 연루와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자회사 법정관리 신청까지 이어지면서 황 회장의 고민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출 사기사건의 경우 KT ENS가 주체가 아니며 연루된 직원은 단순조력자라고 선을 그었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선 황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먼저 KT ENS와 관련해선 금융권과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자회사 직원의 대출 사기사건 연루에 이어 자회사 법정관리까지 신청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 금융권에서는 이번 법정관리 신청에 대해 ‘대출금 상환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꼬리 자르기’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법정관리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등을 통해 집단소송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것은 물론 서울YMCA가 12일 황 회장과 개인정보관리책임자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서 직원들에게 고강도의 쇄신을 주문하는 등 돌파구 마련을 위해 노력하던 황 회장이 또 다시 터진 위기를 어떻게 봉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yke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