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송된 '1박 2일'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흡연에 대한 욕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멤버들과 이를 막으려는 제작진 사이의 심리전이 긴박하게 펼쳐졌다.
이날 방송에서 '1박 2일' 멤버들은 일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리액션을 보여줬다. 이같은 변화는 시청자들의 눈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다른 때보다 흡연 욕구가 강했던 만큼 음식이나 실내취침에 대한 욕구가 그렇게 크지 않았기에 다른 회차보다 눈에 띄게 침울한 리액션들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1박 2일' 제작진은 다른 때와 달리 복불복이나 게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이 흡연의 유혹을 스스로 얼마나 이겨낼 수 있느냐를 궁금해 하는 시청자를 위해 곳곳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때 멤버들의 흡연욕구는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그 어떤 산해진미를 먹여 배부르게 만들거나 운동을 하게 만들어 지치게 하는 것보다 멤버들끼리만 놔두는 자유방임상태가 가장 강력한 흡연의 유혹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간파한 것이다.
이렇게 제작진이 마련한 시험대는 세 명의 최종 입수자를 만들어 냈다. 긴장감 넘치는 법정예능을 만들어 낸 김주혁과 그를 유혹한 김종민, 내부 고발자 김준호를 엮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날 '1박 2일'의 금연여행은 단순히 흡연자들을 괴롭게 만들어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았다.
평소에는 활발했던 멤버들이 눈에 띄게 기운이 없어지는 과정, 또한 자신의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담배가 얼마나 유해한 것인지를 예능으로도 풀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동안 흡연의 유해성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여러번 강조되어 왔다. 그 때마다 미디어는 흡연으로 병에 걸려 극단적인 상태에 놓인 사람들과 눈 뜨고 볼 수 조차 없는 끔찍하게 망가진 폐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공포감과 거부감을 심어줬다.
그러나 '1박 2일'은 이날 금연여행을 통해 흡연이 얼마나 유해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잠깐의 유혹을 견뎌내는 것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줌으로서 예능이 웃음과 감동 뿐만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데도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증명해 냈다.
흡연자들에게는 담배를 못 피우게 되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고 공감이 가서 웃었을 것이고, 비흡연자들을 이해가 가지 않아서 웃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두 그룹이 동시에 공감한 단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애초에 담배는 시작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KBS2 TV 캡처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