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 전광판은 한창 공사 중에 있다(위쪽 사진). 공사가 끝나면 이전보다 선수 정보와 기록이 자세히 나오는 새로운 전광판을 만나볼 수 있다. 아래쪽은 전광판 공사 완료 후의 조감도.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LG·두산 원정길…롯데는 2군 훈련장
홈구장 개보수 일정 탓 선수·팬 피해
관중석·전광판 부실…TV 중계도 못해
시즌 성패 좌우할 시범경기 의미 퇴색
LG와 두산은 올해 시범경기 대부분을 원정으로 치르고 있다. 잠실구장 보수공사가 늦어져 두산은 20일과 21일, LG는 22일과 23일 홈에서 시범경기 2게임씩을 소화하는 것이 전부다.
롯데는 2군 훈련장인 김해 상동구장에서 대부분의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다. 여전히 ‘공사중’인 사직구장에선 단 한 차례의 시범경기도 잡혀있지 않다. 사직구장 보수공사는 24일쯤 끝난다. 올 시즌 사직구장을 찾을 팬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선수들이 양질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기장 안팎의 시설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지만, 최근 시범경기에서 드러나고 있는 상황들에는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는 측면들이 감춰져있다.
● 연습경기가 아니라 시범경기인 이유
스프링캠프 동안 10여차례의 연습경기를 펼친 구단들은 귀국 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한 일정에 따라 시범경기를 치른다. 굳이 시범경기라는 명칭까지 붙여가며 KBO와 각 구단이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전국 도처의 경기장에서 활발하게 실전을 치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캠프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팬들 앞에서 최종적으로 ‘시범’ 보이면서 정규시즌에 대한 분위기를 고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수들은 홈구장뿐 아니라 여러 원정구장에서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새 시즌 달라진 부분들을 직접 점검한다. 그러나 LG, 두산, 롯데처럼 홈구장 보수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시범경기를 정규시즌 1군 홈구장에서 치르지 못하면 각 팀 선수들은 이러저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해당 팀의 홈팬들도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LA 다저스는 17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범경기 후 “성공적으로 시범경기를 마쳤다.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캐멀백랜치에 경기당 평균 7000여명의 관중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시범경기에서 관중이 얼마나 찾는가도 한 시즌의 성패를 미리 가늠해볼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
● 시범경기 고려한 공사 일정 절실
잠실과 사직구장의 보수공사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서 담당한다. 구장을 사용하는 연고구단들과 상의해 공사를 진행하지만, 올해도 과거처럼 여러 사정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늘어났다. 예산 집행이 늦어진 경우도 있었고, 시공사 선정에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공기가 예정보다 늘어졌다. 잠실구장 내부 공사는 시범경기 개막 이전에 마무리될 계획이었지만, 허사가 됐다. 사직구장 보수공사도 1월에 시작될 계획이었지만, 부산시와 롯데 구단의 협의에 시간이 걸리면서 착공이 늦어졌다. 그 바람에 시범경기를 소화할 여건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동구장에서 시범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
특히 상동구장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관중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이날도 열성적인 팬 100여명이 찾았을 뿐이다. TV 중계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도 없어 상동 시범경기는 TV 중계에서도 외면 받고 있다. ‘팬들에게 시범 보일 수 없는’ 시범경기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시범경기 초유의 부정위타자 해프닝(11일 두산-롯데전)이 벌어진 곳도 상동구장이었다. “상동구장에 전광판만 있었더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촌극이었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야구장은 야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시설개보수가 필요하면 철저한 계획 아래 프로야구를 하지 않는 기간을 충분히 활용해 공사를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건 알지만 시설을 관리하는 이들도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해|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