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 ‘속공 3점슛’ 득실 놓고 의견 분분

입력 2014-03-2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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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정. 사진제공|KBL

SK, 모비스와 4강 PO 2차전 승리 비결
실패 땐 공격권 날려 슈터들 시도 줄어

감독들도 호불호…유재학 “못던지게 해”
문경은 “중요한 한방 해줄 거라 믿었다”


2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렸던 SK-모비스의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선 ‘속공 3점슛’이 화두에 올랐다. 이날 5개의 3점슛을 터뜨린 주희정(SK)은 4쿼터에만 3개의 3점슛을 꽂았는데, 이 중 경기의 흐름을 바꾼 2개의 3점슛이 바로 속공에서 나온 3점슛이었다. 그러나 팀 동료들이 공격진용을 채 갖추기도 전에 쏜 슛이라, 이를 두고 이런저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패 시에는 허무하게 한 차례의 공격권을 날려버릴 수도 있는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 팀을 살리거나, 망치거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속공 3점슛에 대해 “모 아니면 도와 같은 식의 플레이다. 팀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나는 선수들에게 속공 3점슛을 못 던지게 한다”고 말했다. 과거 유 감독은 전자랜드 사령탑 시절 SK 문경은 감독을 선수로 두고 있었는데, 당시 문 감독의 특기가 속공 3점슛이었다. 유 감독은 “문 감독은 워낙 슛 던지기를 좋아했던 데다 확률이 높아서 못 던지게 막지는 않았다”고 떠올렸다.

주희정의 속공 3점슛은 모비스와의 4강 PO 2차전에서 SK를 살린 무기였다. 선수시절 속공 3점슛을 즐겨 던졌던 문 감독은 “주희정의 3점슛을 보고 속이 다 시원했다. 1차전에서 선수들이 슛을 아끼다가 실책만 범하고 완패를 당했다. 2차전에서 적극적으로 슛을 던지라고 주문했는데, 때마침 주희정이 잘 풀어줬다”며 속공 3점슛을 반겼다.


● ‘슈터상실시대’에서 빛난 주희정의 자신감

속공 3점슛은 과거 문경은 감독을 비롯해 조성원, 김병철 등 한국농구를 주름 잡았던 슈터들의 전유물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LG 문태종 정도만이 속공 3점슛을 구사할 정도로 드물어졌다. 대부분의 팀들은 철저하게 안전한 득점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정통슈터의 부재도 또 다른 이유다. 유재학 감독은 속공 3점슛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배포와 자신감 없이는 던지고 싶어도 못 던진다. 주희정이 그 상황에서 슛을 던졌다는 건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주희정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슛 없는 선수’로 유명했다. 상대팀 가드들이 주희정의 외곽슛은 아예 버려두고 골밑에 도움수비를 갔을 정도다. 외곽슛이 약했던 그의 속공 3점슛은 철저한 노력의 산물이다. 주희정은 “흐름을 가져오는 득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찬스가 왔다.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설사 넣지 못하더라도 코트니 심스가 무조건 리바운드를 잡아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문 감독은 “(주)희정이는 지금도 슛 연습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다. 중요한 순간에 한방을 해줄 것이라 믿었다”며 신뢰를 보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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