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숨은 명소’ 같은 뮤지션 되고 싶다”

입력 2014-04-07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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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짙은.사진제공|파스텔 뮤직.

싱어송라이터 짙은(성용욱·35)이 최근 2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 제목은 ‘디아스포라:흩어진 사람들’다.

‘디아스포라’는 ‘흩어진 사람들’을 뜻하는 그리스어지만, 흔히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른다. ‘디아스포라’의 첫 트랙은 ‘망명’. 어딘지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짙은이 이번 앨범에서 말하는 ‘디아스포라’의 의미는 “자발적 떠남과 타의적 추방, 그 경계에서 갈 곳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도는 이들의 애수와 비애”다.

전작들에서 서정성 깊은 노랫말과 부드러운 멜로디로 감성적인 음악을 들려줬던 짙은은 이번 앨범에서는 정치적, 경제적, 정서적 이유로 정착하지 못한 채 이곳저곳으로 흩어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들의 여정은 스스로 떠나는 것인가, 타의에 의해 내몰리는 것인가. 앨범은 다섯 트랙을 흐르는 동안 끊임없이 질문의 과정을 반복한다.

대학(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짙은은 “사회문제에 빗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갈 곳 없이 떠도는 이들의 고독한 내면을 투영한 ‘디아스포라’ 5개의 트랙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다소 무겁게 보이는 짙은의 이번 음악을 두고 “남성적인 색채로 변했다”는 평가가 많다. 가사도 전과 다르게 은유나 비유보다는 투박하게 던지는 직설적인 단어, 쉬운 구어체로 이뤄졌다. 사운드에서도 비트가 두드러져 웅장하게 들린다.

그러나 특별할 것 없는 단어들은 짙은의 노랫말 속에서 유기적으로 엮여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고, 웅장한 사운드는 그 노랫말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짙은의 이런 음악적 변화는 어느 누리꾼의 한줄 평가가 계기가 됐다. ‘짙은’이란 이름으로 인해 “밝은 음악은 하지 못하고, 시적 비유가 많은 가사를 쓰면서” 자신만의 음악 정체성을 구축해왔지만 2010년 발표한 미니앨범 ‘원더랜드’를 두고 어느 누리꾼의 ‘더 이상 짙지 않단 말이야’라는 한줄평을 보면서 “내가 내 이름에 너무 갇힌 음악을 하는 게 아닌가”라는 자극을 받았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밝게 가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짙은의 음악은 다양성을 추구하게 됐다.

“거장들의 음악을 들으면 한결같이 가져가는 뭔가가 있지만, 나는 중구난방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직 내겐 인디밴드의 느낌이 남아있어서 다양하게 음악을 하는 것 같다.”

짙은은 음악 팬들에겐 주목받는 아티스트지만 메이저 시장에서 그의 모습은 보기 힘들다. 그는 “난 평화주의자다. 인기 없어도 억울하지 않다”며 웃는다.

“(메이저 활동을 위해선)노력도 많이 필요하고, 재능도 필요하고, 열정도 많이 필요한 일이다. 그 만큼 힘들다는 걸 잘 안다. 나는 ‘나만 아는 숨은 명소’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 국민적 인기, 그런 책임감은 내게 없는 것 같다. 하하.”

짙은은 이번 ‘디아스포라’ 앨범을 연작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5월24·25일엔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공연을 벌인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사진제공|파스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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