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하석주 감독 “질 때 지더라도 무기력한 패배는 없다”

입력 2014-04-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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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주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올 정규리그 6경기에서 8골을 뽑는 등 지난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공격력과 조직력으로 선전하고 있다. 비 시즌 동안 합리적인 전력보강에 성공하면서 “누구와 만나더라도 제대로 붙어볼 자신이 생겼다. 해볼 만해졌다”던 하 감독의 다짐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스포츠동아DB

■ 전남 드래곤즈 하석주 감독

“승점 자판기였던 지난해는 잊어 달라”
현영민·스테보 영입 전력 보강 ‘효과’

벌써 8골…득점력은 ‘닥공’ 전북 압도
용병·부상자 가세 7월…‘전남 쇼타임’

“요즘처럼 우리와 관련된 신문 보도가 많이 이뤄진 적이 있었나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 하석주(46) 감독의 솔직한 이야기였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요즘 정규리그 순위표에서 전남은 거의 정상에 있다. 3승2무1패, 승점 11로 3위다. 그 위에는 지난 시즌 준우승팀 울산 현대(4승1무1패·승점 13)와 전북 현대(3승2무1패) 뿐이다. 전북과는 승점이 같지만 골 득실(전북 +3·전남 +2)에서 밀릴 뿐이다. 그래도 막강 화력을 앞세운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로 팬들을 매료시킨 전북에 비해 득점이 많다는 사실은 굉장히 고무적이다. 전남은 8골(6실점), 전북은 7골(4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치열한 강등 경쟁을 펼친 팀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광양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하 감독은 “신명난다. 정말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앞으로 순위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약속은 할 수 있다. 적어도 무기력한 패배는 전남 사전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 감독이 이미 지킨 것이 한 가지 있다. 비 시즌 중 합리적인 전력보강을 이루며 “누구와 만나더라도 제대로 붙어볼 자신이 생겼다. 해볼 만해졌다”던 다짐의 말이다.


● 승리의 DNA

6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정규리그 6라운드 홈경기. 모기업의 명칭에서 따온 ‘포스코 더비’로 잘 알려진 경기에서 이날 전남은 포항과 2-2로 비겼다. 1-0으로 앞서다 1-2로 뒤집어지자 한계가 드러나는 듯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전남은 값진 승점 1을 추가했다. 지난해 한때 11경기 무승(2무9패)의 치욕을 당하던 팀이 아니었다. 이제야 털어놓지만 하석주 감독은 초반 6경기에서 잘 해야 6∼7위까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지금의 3위는 전혀 뜻밖이다. “작년은 생각하기도 싫다. 정말 ‘승점 자판기’였다는 표현이 딱 맞다. 더욱 흐뭇한 건 상위 레벨의 상대들과 대등하게 싸웠다는 점이다.”

울산도, FC서울도 전남에 무너졌다. 모두 1-0 승리였지만 달콤했다. 올 시즌 개막전이던 서울 원정에서의 승리는 전남 선수단 모두의 자신감이 증폭된 계기였다. 먼저 득점해도, 실점해도 걱정이 태산 같았던, 뿌리 깊은 ‘패배의식’을 떨쳐낸 것이 큰 소득이었다. 하 감독은 “작년에는 먼저 골을 먹으면 잘 해야 무승부를 기대했다. 더 격차가 벌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봤다. 서울-울산-전북-포항 등 작년 상위 4강에게 1무7패를 했다. 지금은 골을 먼저 내줘도 동점, 역전의 힘이 생겼다는 게 느껴진다. 응집력과 승리의 DNA를 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4위 포항과 5위 제주 유나이티드가 승점 10, 6위 수원 삼성부터 7위 부산 아이파크, 8위 경남FC까지 승점 8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당장 9일에도 전남은 수원으로 원정을 간다. 다소 분위기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수원은 여전히 까다로운 상대다. “핵심 용병 스테보가 (과거 수원 소속이었던 탓에 수원과 전남의 합의에 따라) 뛰지 못하고, 베테랑 수비수 현영민도 경고누적으로 결장해야 한다. 여기에 잔부상도 많다. 하지만 우리의 끈끈함을 믿는다.”


● 전남의 ‘쇼타임’을 기대하라!

지난해 전남의 상황은 ‘이보다 나쁠 수는 없다’였다. 이제는 다르다. 현영민과 스테보 등 각 포지션에서 우수 자원들을 영입한 덕에 전력이 좋아졌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쓴 것도 아니다. 합리적 경영으로 보강작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예전보다 줄어든 몸값을 감수해야 했다. 다행히 이를 받아들이며 함께 하게 됐다. 하석주 감독은 이 점을 항상 고맙게 여긴다. “그냥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최대한 좋은 환경을 열어주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전남의 전력은 상승했다. 지난해 대학팀과 연습경기에서 전남은 잘 해야 1∼2골차로 이겼는데, 올해는 5∼6골차 승리를 자주 한다. 그럼에도 하 감독은 부족함을 느낀다. 단순한 전력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축구 스타일의 완성도가 100이라면, 지금의 전남은 60에 불과하다. 더 빠르고, 더 강한 압박이 가미돼야 계속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완성된 전남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하 감독은 아직 적응단계인 일부 용병과 부상자가 가세해 선수단 로테이션이 가능해질 7월을 그 시기로 보고 있다. 5경기를 주기로 3승을 하면 5할 승률까지 찍을 수 있다. 현실적 목표로 잡은 6위권은 물론, 더 나아가 4강 진입이 가능한 수치다. 이 시점이 전남의 ‘쇼타임’이다.

하 감독은 “자신감 없는 플레이가 가장 싫다. 먼저 기가 죽어 볼을 끌거나 뒤로 돌리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질 때 져도 무기력하게 패하진 말자고 강조한다. 무기력은 희망이 없다는 거다. 또 무기력하다는 건 내 책임이다. 그런데 그럴 일은 결단코 없다”고 강조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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