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선수협 수석변호사 “빅리그 약물처벌 규정, 문제 있다”

입력 2014-04-08 11: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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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프로우티 ML 선수협 수석변호사.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메이저리그 선수협회가 금지약물 처벌 규정과 관련해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빠르면 올 시즌부터 한층 강화된 금지약물 처벌 규정이 적용될 전망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금지약물 사용이 처음 적발되면 50경기, 두 번째 적발 시 100경기 출장금지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개정되는 처벌 규정은 이보다 출장금지 기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세 번째 적발될 경우 선수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것은 현행제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의도적인 금지약물 복용은 당연히 처벌대상이며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감기약 등을 통해서도 약물이 검출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처벌은 옳지 않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실례로 지금은 은퇴한 빅리그 투수 기예르모 모타(41)는 지난 201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뛸 당시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그 해 50경기 출장금지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고의적인 약물 투여가 아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감기약 복용을 통해 나온 결과로 밝혀졌다.

당시 모타는 “50경기 출장금지 처분은 가혹하다”며 메이저리그 선수협회를 통해 자신의 결백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모타에게 고의적으로 약물을 복용한 선수와 동일한 처벌규정을 적용해 집행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더라도 의도적인 약물복용이 아닐 경우 처벌을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닷컴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메이저리그 금지약물 처벌규정과 관련해 미국 현지에서 데이비드 프로우티(Prouty) 변호사를 만났다.

하버드 법대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선수협회와 노조의 4대 수석 변호사를 맡고 있는 프로우티는 지난 주 가진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선수협회 역시 금지약물 추방을 위해 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찬성한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규정을 다듬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프로우티 변호사는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협의중인 금지약물 처벌규정 개정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를 통해 현행 메이저리그 금지약물 처벌 규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프로우티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언론을 통해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회가 금지약물 처벌 규정과 관련해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사실 금지약물 처벌과 관련된 규정은 매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결과가 없었는데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회 양측이 노력하고 있어 조만간 개정된 규정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금지약물 검사에서 처음 적발될 경우 현행 50경기 출장금지에서 25경기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렇지 않다. 25경기 출장금지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처음 적발된 경우라도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의도적인 경우라면 현행 규정인 50경기 출장금지가 유지되거나 더 강화될 수 있다.”


-금지약물 처벌 규정과 관련해 개정작업을 벌이는 주 목적은 무엇인가?

“주된 목적은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 선수협회 역시 금지약물 추방을 위해 규정을 강화하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의견에 찬성한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규정을 다듬는 것 역시 시급하다.”


-선의의 피해자라면?


“경기력 향상을 위한 의도적인 금지약물 복용자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감기약 등을 통해 실수로 금지약물이 신체에 유입된 경우는 선처해 주는 제도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었나?


“(웃으며) 그렇다. 지금은 은퇴한 빅리그 투수 기예르모 모타(41)는 과거 샌프란시스코 시절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그 해 50경기 출장금지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고의적인 약물투여가 아닌 감기약 복용을 통해 나온 결과로 밝혀졌다. 당시 모타는 자신의 어린 딸에게 감기약을 먹이기 위해 약을 겁내는 그녀에게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자신이 소량을 먼저 먹었는데 안타깝게도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것이다. 언론 등에 보도되지 않아 그렇지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모타가 억울했을 것 같다. 또 다른 사례도 있나?

“물론이다. 한 남미 출신의 선수는 자신의 나라에서 가져온 연고를 발에 발랐는데 그 연고에 금지약물이 포함돼 있어 50경기 출장금지 처분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 금지약물과 관련된 규정이 강화돼 약물이나 식품 등에 성분 표시가 잘 되어있다. 실제로 ‘프로 운동선수는 이 약 또는 식품을 복용하기 전에 의사 또는 트레이너와 사전에 상의하라’라는 경고성 문구도 표시돼 있다. 하지만 남미를 포함한 타국의 경우 이런 장치가 비교적 느슨한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을 경우 검출된 약물의 양과 상관없이 일률적인 처벌이 적용되는 것인가?


“좋은 질문이다. 아쉽지만 현행규정은 추출된 약물성분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일률적인 처벌을 집행한다. 극히 소량이 검출돼도 예외가 없다. 시기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 부분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모타의 경우처럼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메이저리그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그 결과는 해당 선수와 에이전트 그리고 선수협회 변호사와 메이저리그 사무국만 알 수 있다. 선수는 선수협회 변호사를 통해 일정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해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선수가 처벌을 수용할 때까지 소속팀은 물론 언론에도 약물검사 결과는 알리지 않는다.”


-소명절차는 어떻게 되나?


“약물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선수가 원할 경우 이미 수거해 검사한 소변을 다시 한 번 검사할 수 있다. 이때도 같은 결과가 나오면 해당 선수는 최근 자신이 복용한 약이나 식품 등을 연구소에 보내 성분을 분석할 수 있으며 그 성분에 소량이라도 금지약물이 포함되어 있으면 고의로 복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면책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출전금지 처분을 받는다.”


-실제로 소명절차를 통해 처벌을 면한 경우도 있나?

“쉽지 않은 일이지만 처벌을 피한 경우도 있다. 밀워키의 간판타자 라이언 브라운(31)이 좋은 예다. 브라운은 금지약물 검사에서 처음 양성반응이 나왔을 때 ‘약물검사를 위해 소변을 채취한 플라스틱 용기의 오염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 것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브라운은 이후 ‘보쉬 스캔들’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위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드러나 결국 출장금지 처분을 받았다. 브라운 때문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더 이상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염 가능성이 없는 유리로 된 용기를 사용한다. 아울러 예전에는 검사관이 소변을 채취한 뒤 바로 검사실로 보내지 않아도 됐지만 오염 등의 문제가 제기된 후 지금은 소변 채취 후 바로 연구소로 보내야 하는 등 검사 절차가 많이 강화됐다. 또한 과거에는 선수가 용기를 들고 화장실에서 소변을 받아왔지만 (웃으며) 지금은 검사관이 보는 앞에서 소변을 채취해야 된다.”


-소명절차를 통해 면책을 요청한 경우, 출장금지 처벌은 어떻게 결정하나?


“나를 포함해 총 3명의 심사관이 투표로 결정한다. 다른 한 명은 메이저리그 사무국 관계자이고 마지막 한 명은 양측과 관계가 없는 중립인이다. 투표결과는 항상 2:1로 나온다. (웃으며) 나는 항상 선수 편에서 투표하고 메이저리그 사무국 관계자는 반대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결국 처벌과 관련된 결과는 늘 중립인 표에서 결정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논의 중인 또 다른 내용은 없나?

“현재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시행하는 금지약물 검사는 무작위로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검사를 안 받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매년 수 차례에 걸쳐 검사를 받는 선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금지약물 검사에도 형평성 논란이 있다. 이 역시 좀 더 현실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물론 소속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약물 검사는 모든 선수가 다 받아야 된다. 하지만 이는 약물 검사 시기가 정해져 있고 매년 단 한 차례만 실시하기 때문에 약물복용 선수가 그 시기를 이용하면 적발되지 않을 수 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줘 고맙다. 앞으로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메이저리그 선수협회가 추진하는 규정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웃으며) 고맙다.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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