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인터넷 매체 무분별한 캐스팅 보도…“도저히 일이 안된다” 현장 곳곳 차질

입력 2014-04-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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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김수현. 동아닷컴DB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새 영화 촬영을 앞둔 한 중견 감독이 결국 울컥했다. 자신의 영화를 포함해 현재 제작이 추진되는 작품들의 주연이 누구인지 미리 알리는 캐스팅 기사가 인터넷에 쏟아지는 탓이다. “시나리오를 전달했을 뿐인데 그 과정이 낱낱이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어떻게 배우를 캐스팅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최근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배우의 영화와 드라마 출연을 알리는 캐스팅 보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마치 ‘생중계’를 방불케 할 정도다. 이를 두고 (출연)‘한다’ ‘안 한다’ 내용이 엇갈리는 건 물론이고 이 때문에 ‘제작에 차질이 생겼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연기자 김수현이 영화 ‘사도’에 출연한다는 보도가 나온 7일. 소속사 키이스트는 곧장 ‘이미 고사했다’고 해명했다. 이를 담은 반박 기사가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다. 같은 날 배우 황정민의 영화 ‘히말라야’ 캐스팅 소식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인터넷 매체들의 이 같은 캐스팅 기사에 과연 누리꾼 등 대중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연예관계자들은 “독자가 아닌 업계용 뉴스”라며 이 같은 섣부른 보도와 또 다른 반박성 기사에 “소모적이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일선 제작현장의 불만은 이미 극에 달했다. 캐스팅 보도에서 거론된 특정 배우의 출연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작진이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누가 먼저 거절했다’고 알려진 작품을 용기 있게 선택할 스타는 드물다. 스타 캐스팅이 드라마 편성과 영화 제작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한다.

섣부른 캐스팅 보도로 인해 결국 배우의 출연이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KBS 2TV의 한 드라마는 한류스타 A를 어렵게 캐스팅했지만 제작진과의 세부 조건에 대한 협의가 끝나기도 전에 출연 여부가 보도돼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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