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법’, 제작사와 소속사의 과욕에 희생양 된 여진구

입력 2014-04-11 1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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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여진구. 동아닷컴DB

영화 ‘권법’(감독 박광현)의 제작사와 여진구의 소속사가 작품 하차에 관해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일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어른들의 진흙탕 싸움에 여진구만 희생양이 됐다.

논란은 10일 김수현이 ‘권법’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작됐다. 10일 여진구의 소속사 제이너스엔터테인먼트는 “제작사가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했다”고 입장을 전했고 다음날인 11일 제작사 TSP 컴퍼니는 “배우 여진구에게 미안하지만 소속사의 태도가 아쉽다”고 공식입장을 표했다. 서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 도대체 어떤 이견이 있었던 것일까.


● 제작사 “5월부터 준비 들어갈 예정” ·vs 소속사 “감독과 배우가 상의할 일”

제작사와 소속사의 갈등은 3월 초부터였다. 제작사와 소속사는 2월 18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 당시 제작사는 여진구가 드라마 ‘감자별 2013QR’을 마치면 ‘권법’을 위한 무술 트레이닝과 연기 분석 등을 하며 작품에 몰입할 거란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3월 3일 여진구의 소속사는 ‘내 심장을 쏴라’는 작품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했고, 이에 제작사는 “‘권법’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먼저 제작사의 입장을 들어봤다. 제작사 한 관계자는 11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이 영화를 위해 8년을 준비했다. 200억 원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이며, 많은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그런데 주연배우가 그 사이 다른 영화를 찍고 오겠다는 것은 영화를 찍지 말자는 얘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역시 여진구와 꼭 촬영을 하고 싶었다. 영화에 가장 적합한 배우였고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배우였기에 꼭 함께하고 싶었다”며 “계속해서 소속사에게 배우가 ‘권법’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끊임없는 제작사의 설득으로 다시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3월 8일 여진구 소속사가 ‘권법’의 스케줄을 본 뒤 ‘내 심장을 쏴라’의 출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며 “겨우 타협점을 보는 듯 했으나 이틀 뒤 결국 ‘내 심장을 쏴라’에 참여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진구의 소속사는 “준비 기간이 필요한 것은 알고 있다. 우리 역시 감독과 배우가 서로 상의 하에 들어가려고 했다. 스케줄을 메일로 보내 달라 요청했지만 보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소속사 “제작사의 이중플레이” vs 제작사 “여진구 소속사에게 말한 적 없지만…”

제작사와 소속사의 이견이 생긴 가운데 갈등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제작사였다. 투자 문제로 제작 지연과 더불어 조인성의 하차로 난항을 겪고 있던 ‘권법’ 팀은 여진구 소속사에게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다른 배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김수현과 한류스타 A씨였다. 더욱이 김수현 측은 10일 “‘권법’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전해 제작사와 여진구 소속사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10일 오후 제작사와 여진구 소속사는 단 5분간의 미팅으로 여진구의 하차 수순을 밟았다. 김수현 측도 “이런 상황인 줄 몰랐다”며 출연을 고사했다.

소속사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여진구와 계약을 파기하기도 전에 다른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한 것은 제작사의 이중플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법’ 제작사는 “이미 출연이 확정된 주연 배우와 계약을 파기하기도 전에 다른 배우와 접촉한 사실은 명백한 우리의 잘못이다. 또한 여진구 소속사에 이런 사실을 전달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린다”며 “제작진이 판단하기에 주연배우의 참여 가능성이 확실 하지 않은 상황에다 크랭크인이 얼마 남지 않은 다급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 양측의 입장차, 여진구에게 피해가선 안돼

제작사, 소속사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권법’ 제작진은 이 영화를 세상에 내보내려 8년이란 긴긴 시간을 기다렸다. 겨우 빛을 볼 수 있게 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철저한 준비는 당연지사다. 여진구 소속사 역시 준비하고 있었던 작품의 스태프들이 자신도 모르게 다른 배우를 물색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쁜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물고 뜯는 동안 더 상처를 받을 사람은 제작사도, 소속사도 아닌 여진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막 날개를 펴고 있는 이 배우가 어른들의 싸움 때문에 날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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